또 한 해가 저문다. 되돌아 보면 2003년 한 해는 우리 축산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낸, 축산인들로서는 실로 견디기 어려운 한 해 였다. 개방으로 인한 수입 축산물 홍수 속에서 수급 불안은 축산인들의 축산경영을 불안하게 했으며, 질병, 분뇨처리 문제 등은 축산인들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었다. 특히 연말 가금인플루엔자의 발생은 가축 질병 방역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태풍 매미같은 자연 재해까지 겹쳐 축산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으며, 해외곡물가 상승과 운송비 폭등은 사료원료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축산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거기다 미국 광우병 발생은 국내에 심각한 육류수급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올 한해를 되돌아 보면서 우리 축산인들을 위축시키게 하는 이런 상황보다는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자구노력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놓여진 축산 여건을 탓하며 마냥 위축돼 있기에는 우리 축산이 가야할 길이 너무 멀기 때문이다. 분야별 주요 자구노력을 개괄하면 한우 산업 분야는 한우자조금 사업 추진이 기대에 못미치기는 했지만 한우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쇠고기 둔갑 방지를 위해 한우인들이 쇠고기 유통 감시단을 발족시킨 것은 매우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한우인들의 쇠고기 유통 감시단이 얼마만큼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이렇다할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일단 한우인들이 쇠고기 유통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며 또 상당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낙농 산업은 ‘잉여원유처리’라는 현안을 근 2년 가까이 끌고 오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낙농인들이 원유 감산이라는 고통을 이겨냄으로써 분유재고 수준을 어느정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높이 평가돼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낙농인들은 감산과 함께 우유소비 촉진을 위해 우유소비 홍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한편 초중고 교과서 집필 ·편수 위원들을 초청해 낙농 유가공 현장을 시찰토록 함으로써 우유에 대해 제대로 인식케 한 것은 우유 소비기반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양돈산업 분야는 그동안 축산인들의 숙원 사업이던 의무자조금 사업의 기틀을 처음으로 마련하는 성과를 올렸다. 축산자조금 사업은 임의자조금 형태로 낙농분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자조금법’에 의한 의무자조금 사업의 첫 깃발을 양돈업계가 올림으로써 타 축종 산업계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 양계산업 분야 역시 불황과 질병의 늪에서도 원종계 감축협의 등 자구 노력을 계속해왔다. 이밖에도 협동조합에서는 돼지콜레라 발생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되면 돼지고기 소비홍보를, 우유가 남아돌 때는 우유 홍보를, 닭고기 생산이 적정량을 웃돌아 가격이 폭락했을 때도 닭고기 소비 홍보를 지역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축산인들과 어려움을 함께 했으며, 협동조합 내부적으로도 경영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옴으로써 축산인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우리는 축산인들의 이 같은 자구노력이 결국 어려운 축산 여건을 극복하고 미래를 담보할 최대의 자산임을 확인하면서 올 한 해를 마감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현안을 새해에 이월시킨다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축산인들이 그동안 펼쳐온 자구노력, 그리고 새해엔 한층 심화될 자구노력에 새 희망을 걸며 담담하게 한 해를 보낸다. 아듀! 2003년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