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내 축산사업창구를 일선축협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농·축협통합의 취지나 전문성이란 시대적 측면에서 볼 때 백번 옳은 주장이며,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또 중앙회사업의 슬림화 역시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일선축협의 숙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 문제는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계속되는 일선축협의 기운빠진 목소리만 들릴뿐 이런 저런 이유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농협은 통합이후 사료, 축산물판매등 축산사업의 창구를 축협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일선축협장들의 줄기찬 요구에 대해 중앙회장까지 나서 시정을 약속하는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 했지만 정작 실무차원에서 이를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농협사료가 공동배송이란 카드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해당조합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축산사업 창구일원화는 그야말로 유야무야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 2기체제가 출범한 지금은 아예 이 문제가 이슈가 되지도 못하고 있으며,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던 조합원들과 일선축협의 목소리 역시 ‘계란으로 바위치는데’지쳤는지 맥이 빠져 있다. 본란을 통해 이미 지적한바 있지만 일선축협과 단위농협이 각각 수행중인 축산사업은 창구이원화로 인한 계통조직간의 파열음과 축산현장의 혼동을 초래하며, 궁극적으로는 축산사업의 전반적인 질저하로 이어진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배합사료시장을 보자. 과거의 사료업계는 저마다 제품의 우수성을 내세우며 양축가고객을 공략했지만 이제는 사양기술과 심지어는 경영노하우를 사료에 얹어 파는 시대가 도래했다. 몇몇 메이저업체가 주도한 이러한 판매기법은 빠르게 확산되어 사료분야의 거스를수 없는 트렌드로 정착됐다. 기업에 비해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협동조합사료가 컨설팅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은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추지 않고서는 시장에서의 경쟁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사료와 사양 및 경영기술을 패키지로 묶어 파는 무한경쟁의 사료시장에서 계통사료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보다 제고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사료판매는 축산전문인력이 포진한 일선축협으로 일원화, 물량과 기술서비스 측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의 단위농협 업적평가항목에서 사료부문을 삭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한다. 업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중앙회의 각종 지원을 받을수 있는 현실속에서는 단위농협이 사료사업에서 손떼기란 어려운 것이다. 통합초기 지도부차원의 시정약속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료판매를 업적평가대상으로 존치하고 있는 것은 축산사업 창구일원화에 대한 농협의 의지유무를 가늠할수 있는 대목이라고 봐야 한다. 축산물판매 역시 축산전문조직인 일선축협으로 시급히 일원화해야 한다. 외국산 축산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국내산 축산물이 국민들의 식탁을 지킬수 있는 길은 오직 품질차별화 뿐이다. 한우고기의 예에서 보듯 국내산 축산물이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것은 생산현장의 품질고급화 노력과 함께 일선축협등 축산전문조직이 시범판매장개설과 같은 차별화된 유통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산물판매도 사료의 경우와 같이 일선축협으로 일원화를 통해 보다 규모화되고 전문화된 유통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축산사업의 창구일원화는 더 이상 미루거나 피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농협의 의지 여부에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축산사업 창구일원화는 통합의 시너지효과라는 측면에서도 당위성이 있지만 농협축산사업의 경쟁력, 나아가 축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축산사업과 관련한 일선축협의 요구가 억지주장이 아닌 이상 농협은 무엇이 우리 축산업을 위하고 경제사업의 질을 높이는것인지 살펴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외형과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할것이 아니라 축산업이 전기업화 내지 정예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하고 협동조합의 역할과 발전방향에 대한 새로운 키워드를 찾아야 함이 강조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