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관으론 이사회 개의 못해, 공익 위해 철회
생산자측 이사들은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농가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부안 강행을 위한 자리라고 반발하며 안건상정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계속해서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사회 개의가 번번히 가로막히자 농식품부는 행정기본법 제19조(적법한 처분의 절차) 제1항 제2호 및 제3호를 근거로 정관 인가철회 행정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해당 조항은 행정청의 적법한 처분이라도 사정변경으로 처분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경우 그 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 장래를 위해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농식품부가 밝힌 철회 사유는 ‘사정변경’과 ‘공익증진’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이사회를 낙농산업의 건전한 논의의 장으로 만들어 낙농산업발전에 기여코자 정관 제31조 제1항을 인가했으나, 이 조항이 현재 이사회 개최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사정이 변경된 만큼 해당 조항의 인가처분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생산자측 불참으로 이사회가 5회 연속 파행되는 상황을 농식품부가 해당 조항을 인가했던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또한 농식품부는 낙농진흥법 입법 및 낙농진흥회 설립 취지가 원유·유제품 수급조절, 가격안정, 낙농제도개선 등에 있음에도 해당 조항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거쳐서 정부가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을 마련했지만 이사회 개최 무산으로 산업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가 수행하는 중대한 공익을 위해서라도 정관 인가를 철회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농식품부의 행정명령 시달에 따라 정관 제31조 제1항의 효력은 즉시 상실된다.
이에 따라 정관이 새롭게 개정되기 전까지 민법을 준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차후 이사회부터는 이사 15명 중 정족수 8명을 충족하면 안건을 의결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자측 이사들이 전원 불참하더라도 안건 의결이 가능해졌다.
생산자단체, 처분사유 없어 위법 소지 다분
생산자단체(한국낙농육우협회,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는 농식품부가 정부안 강행을 위한 이사회를 수차례 소집하고 생산자불참을 유도해 결국 정관 인가철회라는 강압카드의 법적 명분으로 활용했다며, 법률의견서를 통해 행정명령에 대한 위법성을 밝혔다.
생산자단체는 우유는 일배식품으로 부패가 쉽고 보관이 어려워 생산자가 수요자(유업체)에 비해 약자의 지위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해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것으로, 이는 인가시점 당시부터 예상된 결과의 하나로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사정변경’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정관인가에 따른 행정행위가 성립된 후 생산자에게 특별히 유리한 상황변화가 없기에 당초 정관 인가처분을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정부 중재 하에 원유가격 결정 및 산정체계 개선에 대해 생산자, 수요자 합의를 통해 이사회에서 공정하게 결정해 왔으며, 생산제한정책인 쿼터제 도입 및 쿼터 삭감 시에는 정부 방침대로 의결되는 등 생산자에게 유리한 구조였다면 해당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
아울러, 생산자단체는 처분으로 인해 공익상의 필요보다 상대방이 받게 되는 불이익 등이 막대한 경우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그 자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인가철회 시 발생하는 생산자 대표의 의사결정권 약화와 이로 인한 낙농가의 권익침해라는 불이익은 가볍게 볼 수 없어, ‘공익증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생산자단체는 “행정청은 동일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가장 적은 침해를 주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고, 헌법상 ‘비례의 원칙’ 중 ‘상당성’에 따라 상대방에게 최소로 침해를 주는 수단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처분을 통해 발생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상대방의 사익을 비교해 공익이 사익보다 더 커야 한다”며 “정관 인가철회로 얻는 공익보다 낙농가의 권익침해가 훨씬 커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행정명령으로 농식품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이사회로 개편된다면, 생산자의 교섭권 악화로 유업체가 반사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며 “행정청이 특정한 정파의 이익만 고려해 결정하는 것과 같은 처분의 동기 부정도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의 기준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