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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기획-양돈경영인 성공시대>성일축산영농조합법인 이용기 대표

마지막까지 생존할 수 있는 양돈장 ‘자신’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생산성·규모·자산건전성 삼박자…‘선순환 구조’

“내가 아니어도 된다” 유연경영 ‘경제자립’ 실현

 

언제부터인가 양돈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잘 키우고, 안쓰는 것만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적은 규모라도 ‘경영’ 을 통해 시설에서부터 원자재 사용, 인력 운용에 이르기까지 투자 효율을 수치로 따지고, 최종 생산비와 함께 마리당 출하 수익에 초점을 맞춘 양돈이 각광받고 있다. ‘양돈농가’ 가 아닌, ‘양돈경영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장주의 뛰어난 경영능력을 토대로 ‘규모의 경제’ 실현과 함께 생산성까지 겸비한 농장이 속속 출현하며 국내 양돈현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정 남해안 벨트에 총 사육두수 2만4천두(모돈 1천820두) 규모의 생산기반을 구축한 성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성일축산) 이용기 대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전남 신안군과 무안군, 영암군, 강진군에서 3개의 번식농장과 4개의 비육전문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성일축산은 지난해 평균 PSY 30.5두, MSY 27두를 각각 기록하며 출범 이래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양돈장”이라는 성일축산 이용기 대표의 자신감이 가능한 이유다.

 

 

 

 

☞ 기다림의 인사…성공의 척도

산업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국룰’ 이 바로 ‘인사가 만사’일 것이다. 이용기 대표는 그 수준을 넘어 인사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계열의 사료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용기 대표. 38세의 나이에 ‘경제자립’을 선언하며 지난 2006년 300두 규모의 양돈장을 처음 인수할 당시에도 재무관리와 기획, 총무, 설계 등 농장 운영 전반에 걸쳐 이론과 실무를 자신했던 그였지만 단 한가지 부족한 게 있었다. 바로 현장경험이다.

이용기 대표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농장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다. 농장주 입장에서는 인지하기 어려운 문제점, 그 중에서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내려놓을 수 있었다”며 “마침 처음 인연을 맺은 농장장께서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연함은 이용기 대표가 적극적인 농장 인수를 통해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다만 사육과 경영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농장을 함께 이끌어갈 사업 파트너의 확보가 그 어느 곳 보다 중요한 성공의 핵심 요건이 됐음은 물론이다.

“사람은 한번에 바뀌지 않는다. (농장장으로서) 기본적인 능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상호 신뢰와 교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진심을 보여주며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그는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 주는 게 농장주로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축산 번식농장의 한 곳을 담당하며 올해로 19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71세의 농장장도 마음을 여는데 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됐다.

“함께 일한지 4년 정도 되던 시기였다. 지인들과 모임에서 농장장께서 처음으로 저를 ‘사장님’이 아닌 ‘우리 사장님’ 이라고 호칭하시더라. 진심이 통한 것이다”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한번 관계를 맺으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용기 대표의 신념은 잦은 농장 책임자의 이직과 교체로 인한 사육현장의 혼란 없이 생산성이라는 갚진 결실을 안겨다 주었다. 다른 2개의 번식농장 역시 68세와 62세의 농장장이 책임지고 있는 성일축산의 상황이 전혀 낮설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 군림않는 농장주-선택은 ‘감성경영’

기본 급여만 본사에서 지급하되 그 외에 농장 근무자에 대한 보상 여부는 전적으로 농장장이 결정하고 있는 성일축산의 급여체계는 농장주의 사업 파트너로서 농장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성일축산은 농장장이 CEO다. 각 농장은 기본적으로 농장주가 아닌 농장장의 지침과 지도하에 모든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용기 대표는 “실제로 ‘농장장’ 이 아닌 ‘대표’ 를 일상적인 호칭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곧 농장주 부재시에도 별다른 차질없이 각 농장이 가동될 수 있는 ‘시스템’의 기본 배경이 되고 있다.

농장 운영에 일부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농장주의 직접적인 개입 보다는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농장주와 고용인이 아닌 사업 파트너로서 책임과 동기를 부여, 근본적인 개선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토록 한 것이다.

지난 2022년 PED에 노출되는 위기를 겪었음에도 이듬해인 2023년 최고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일방통행식 지시가 아닌 쌍방향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장장들과의 단톡방을 ‘소통의 방’으로, 농장장 회의를 ‘소통회의’ 로 명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별도의 인센티브 기준이 없는 것은 성일축산의 또 다른 특징이다.

결산 결과에 따라 웬만한 농장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더 큰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농장장들에게 대형승용차라는 통큰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생물을 다루는 산업인 만큼 감성경영이 더 적합하다는 이용기 대표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으면 실적이 떨어지는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분기별로 이뤄지는 농장장 회의에서도 경쟁이 아닌 상호 정보 교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첫단추가 중요하다

성일축산은 최우선 순위인 생산성에서부터 규모 확대를 가능케 한 재무관리에 이르기까지 선순환 구조 유지에 모든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산성과 재정의 건전성 등 기존 농장들이 자리잡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농장의 인수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용기 대표는 “하나씩 이뤄나간다는 의미의 ‘성일’이라는 농장 이름을 아내가 제안했을 때 더 없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히 원활한 농장 흐름을 위한 ‘첫단추’ 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이용기 대표는 “기본 여건을 갖추지 못한 농장에서 높은 생산성을 바랄 수는 없다. 인수 초기 무리를 해서라도 시설 투자를 통해 농장 컨디션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 올려왔다”고 밝혔다.

후보돈군은 반드시 넉넉한 규모로 운영해야 한다는 기준이나, 민원이 문제되고 단지 처럼 가축방역에 어려움이 큰 밀집 지역의 농장은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부채 관리도 능력

첫 농장 인수 당시 빚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용기 대표. 심지어 모두 임신돈 상태였던 모돈 구입 비용 마저도 일부 양돈계열화업체에 두당 1만원을 공제하는 조건으로 충당했지만 불과 4년만에 모두 빚을 상환하는 것을 넘어 일부 현금까지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이용기 대표의 양돈경영에서 외상사료는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높은 이자부담 속에서는 아무리 돼지를 잘 키워도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궤도에 오르며 자산가치가 높아진 첫 농장의 건전한 재무재표와 농장주의 신용이 또 다른 농장을 인수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게다가 생산성 까지 뒷받침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 확대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부채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성일축산이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3% 이상 금리의 부채는 우선 상환 대상이 됐다. 지금은 정책자금 정도만이 남아 있지만 이마저도 오는 2027년이면 모두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용기 대표는 “부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철저히 관리하고 흐름만 유지할 수 있다면 성공 경영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신용은 부채관리의 핵심이다. “부채가 있는 상태에서 수익은 재투자를 위한 수단일 뿐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용을 기반으로 한 경영철학은 부채관리 뿐 만 아니라 농장 경영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성일축산이 자돈을 판매할 때 주변 시세 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성일축산의 자돈은 하자가 없다는 거래처의 믿음 때문이다.

 

☞ 시대의 요구 부응

얼마전부터 성일축산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임신돈사에 반스톨을 적용하거나 비육구간에 깔집 돈방을 운영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용기 대표는 “환경 뿐 만 아니라 동물복지에 대한 요구도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굳이 규제가 아니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속성 사육이 아닌, 조금 늦게 키우더라도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싶다는 의지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스마트 축산에도 관심이 많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비육구간의 재고관리는 물론 폐사돈의 파악까지 가능한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 해당 기업의 실험농장도 적극 제공하고 있다.

이용기 그러나 더 이상의 규모 확대는 고려치 않고 있다.

“사육규모를 더 확대하려면 지금의 가족 법인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대신 주위를 챙길수 있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그는 “다만 생산성을 더 높이되 자돈판매를 최소화, 연간 5만두 까지 출하를 늘릴 예정이다. 나는 뼈속까지 양돈인”이라며 향후 양돈여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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