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3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동물약품·수의

<기고> 항생제 내성 주범? 닭고기는 억울하다

허선진 교수 (중앙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축산신문 기자]

최근 CBS 경제연구실의 유튜브 채널 ‘기후로운 경제생활’ 코너에서는 ‘치킨이 불러온 인류의 위기? 현실로 다가온 현대의학의 종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항생제 및 항생제 내성균 발생의 주요 원인을 치킨이라 지목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나는 학자로서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할 뿐 축산업계를 비호할 생각은 없다는 전제하에 몇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항생제와 관련된 문제는 크게 ‘항생제 남용에 의한 항생제 내성균 출현에 따른 위험’과 ‘항생제가 함유된 식품의 섭취에 따른 위험’으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우리 연구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와 함께 수의의약품 잔류 모니터링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으며, 식육내 항생제 잔류 물질의 안정성에 대한 실험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식약처 조사결과 150여종의 축산물에서 수의의약품이 검출된 것은 3종이었으며 이 모두 허용한계 이하의 수치가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자의 실험에서는 축산물 194건 중 11건, 수산물 39건 중 2건 등 13건이 검출되었으나 12건은 잔류허용기준 이하였고 돈육 1건에서 잔류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세종 지역에 유통되는 식육에서 항생제 5종의 잔류물질 검사한 결과 230건 중에서 6건이 검출되었으나 식품공전 잔류허용기준 이하로 안전하다고 보고되었다.
동물의약연구회 학술심포지엄에서는 식육 7만건, 계란 6천건의 항생제 잔류 모니터링에서 위반율은 0.07%라고 보고되기도 하였다.
항생제를 비롯한 수의의약품 잔류위반이 없지 않지만 닭고기가 인류를 위기로 몰아갈 정도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프레임이다.
현재 학계와 우리 정부는 법률적인 기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항생제 생산량, 판매량, 잔류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국내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항생제가 함유된 축·수산물을 섭취해서 그 자체가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하는 것은 과장된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항생제는 미생물과 반응하는 물질이므로 식품에 함유되어 있다고 해도 유통되는 과정에서 미생물과 반응하여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분해가 일어나기 때문에 식품을 통한 항생제의 노출은 인류를 위협할 정도가 아니다.
문제는 축·수산업계 뿐만 아니라 병의원 치료 과정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에 의해 항생제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이 출현하고 이 다제내성균에 감염이 되었을 경우에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험이다.
실제로 다제내성균이 많이 발견되는 장소는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병원과 축산농가, 양식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의원, 축산농가와 양식장 등 항생제를 이용하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킨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인류가 위험해 지는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면 다른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병원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농장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이미 15년 전에 가축 사료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수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배경도 알아야 한다.
국민소득이 늘면서 축산물의 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가축 사육 두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량도 늘어나는 구조인데 이것이 항생제의 부정한 사용으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한다.
방송에서는 닭 농장에서 항생제를 제일 많이 사용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돼지가 68%, 닭 16% 그리고 소가 11% 정도 비율인데, 돼지 사육 두수가 제일 많기 때문에 사용량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최근 인류는 자연이 허락한 이상 과도하게 축산물을 소비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적절한 축산물의 소비, 농장에서의 위생 환경 개선을 통한 항생제 사용의 감소, 병의원에서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 등 범국가적인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항생제 내성균의 위험을 줄여 나가자는 목표 설정이 바람직하다.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에 의한 인류의 위험이라는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콘텐츠라고 생각지만, 과장된 정보가 포함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가축이 아픈데도 무항생제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동물복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고민도 필요하다.
축·수산업계는 항생제의 합법적인 사용과 휴약기간을 철저히 준수해서 이런 오해를 받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정기적이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관리 단속 및 계도하고, 위반 농가에게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청률이나 조회수가 아니라 정론직필이 언론의 사명임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