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2025 한국홀스타인품평회에선 그랜드챔피언과 준그랜드챔피언이 한 목장에서 탄생하는 대기록이 쓰여졌다.
대한민국 낙농역사에 한획을 그은 주인공은 경기 포천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다. 낙농인생 30년을 개량에 바쳐온 최 대표에게 있어 목장은 단순한 생업이 아닌 삶의 역사였고, 이제 그의 경험과 의지는 낙농 2세들에게 이어지며 대한민국 낙농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이에 포천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를 찾아 그의 30년 낙농인생과 철학을 들어봤다.
▲품평회 정상에서 피어난 30년 결실
지난 10월 개최된 2025 한국홀스타인품평회서 경기 포천 노곡목장은 품평회 역사 최초로 그랜드챔피언(노곡 볼튼 핫잡 836호, 시니어챔피언)과 준그랜드챔피언(노곡 몬트레이 엘리웁 915호, 인터미디어트챔피언) 동시 수상과 함께 베스트쓰리피메일, 단체전(지역대항, 클럽대항) 등 주요상을 모두 석권하며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는 “은퇴식이라고 생각한 이번 대회에서 낙농 인생 30년의 결실을 그랜드챔피언·준그랜드챔피언 동시 수상으로 장식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번 품평회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 대회 내내 소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전 대회들에선 지역 내 출품하는 소들의 털손질을 하다보면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엔 한시간에 한번씩 TMR 사료를 급여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또, 밤새 포천 낙농가 후배들이 계류장을 청소하며 관리를 해줘서 출품 당일날 아침에 포천지역 소들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덕분에 경산우 부문에 출품한 4두 모두 유방도 잘 불려 있는 최고의 컨디션이였고, 잘하면 그랜드챔피언을 할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실제로 그랜드챔피언축은 출품 부문이 많아서 3~4시간을 계속 서서 대기해야 했는데도 리딩을 하면서 되새김질을 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장에 서는 일은 없겠지만, 목장의 소는 계속해서 출품할 것이라고 품평회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위기를 극복한 개량 철학
최 대표는 올해로 목장을 시작한지 딱 30년째다.
구제역 사태로 소를 모두 묻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남아있는 송아지 34두로 재기에 성공했다.
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최 대표의 개량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최 대표는 “좋은 종자에서 좋은 소가 나온다고 믿고 목장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개량에 몰두했다. 남들이 저렴한 정액을 사용할 때 고가의 캐나다산 정액만 10년을 고집했고 그 덕분에 구제역 이후 남아있던 송아지들도 우수한 능력이 바탕으로 깔려 있었다.
“정액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면서 유방을 기본으로 강건성에 초점을 맞춰서 개량을 하고 있다. 또, 소 개체마다 뒷유두 배열을 고려해서 정액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주니어챔피언만 3번 했을 정도로 육성우 사양에 베테랑이다. 그는 좋은 소를 만들기 위해선 개량도 중요하지만 육성우 시기 사양관리가 소의 능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최 대표는 “정액도 세계적인 트렌드가 있다보니 어느 나라나 사용하는 정액 수준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조사료 자원이 풍부한 해외에선 육성우 때부터 양질의 조사료를 급여해 소가 자랄수록 풍채가 달라진다. 가장 뚜렷하게 차이나는 부분이 중구인데 프레임 자체가 다르다. 외국 육성우가 우리나라 착유소 보다 큰 경우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조사료를 수입해서 급여하기 때문에 육성우에게 저렴한 풀을 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목장은 육성우 때부터 버뮤다 건초를 챙겨줘 프레임을 크게 키우려고 한다. 이후 6~7개월쯤 되면 품평회에 나갈만한 소를 미리 선발을 하고 순치를 시키는데 이러면 성우가 되더라도 소를 리딩하는게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품평회 문화 확산의 주역
최 대표는 우리나라 품평회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2003년 일본 북해도의 후쿠야 목장으로 연수를 다녀온 이후 품평회를 활성화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역별 개량동호회 확산에 힘썼다.
그는 포천개량동호회를 만들어 지자체에서 최초로 품평회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한국홀스타인개량협의회 자체적으로 전국대회를 주최해오며 개량의 관심과 열기를 끌어올렸다.
최 대표는 이제 낙농 2세들이 개량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데 힘을 쓰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 낙농 2세들에게 교육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낙농 후계자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에선 농가들이 젖소를 심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는데, 국내엔 이러한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 그래서 홀스타인개량협의회 회장의 마지막 소임으로 교육을 통해 수료증을 5개 받은 농가에게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인증심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개량의 역사 2세들에게 이어져
노곡목장엔 현재 사위 이병준 씨가 3개월 전부터 후계자로서 목장일을 맡아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부터 목장을 이어받을 결심을 하고 10년 동안 틈나는대로 목장일을 도왔다고 한다.
최 대표는 “사위가 후계자로 들어오면서 랠리사의 로봇착유기 2대를 설치했다. 두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니 쿼터를 3천500kg으로 늘릴 계획인데, 로봇착유기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사육두수를 줄일 수 있어 목장 관리 측면에서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일궈온 개량의 역사는 낙농 2세들에게로 아어졌다.
최 대표는 “그랜드챔피언축의 수정란 채란이 끝나면 그간 고생해온 포천개량동호회 회원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회원들이 똘똘 뭉쳐서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잘 개척해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품평회서 ‘포천이 육성우는 강한데, 경산우는 약하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경산우 부문에서도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회원들이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좋은 소도 나눠가지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통해 이 영광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