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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망치한(脣亡齒寒)

■낙성대에서…/윤봉중(본지 회장)

  • 등록 2007.11.12 11:34:58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연말쯤이면 언론에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등장한다. 지식인 대상의 설문조사형태로 나오는 이 사자성어는 한 해의 세상사가 그대로 축약되어 있어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 할 만 하다. 그들이 내놓는 사자성어는 복잡한 세상사를 읽는 키워드이면서, 때로는 세상살이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올 여름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4백여 명의 국내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자신의 성공습관을 사자성어로 정리해달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9.7%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을 꼽았다. 그 뒤로는 형설지공이 16.1%, 일신우일신이 14.6%, 와신상담이 9.9% 순이었다.
CEO들이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인연을 중시하고, 인간관계에 공을 들인 것이 자신들의 성공비결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인맥과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목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맥은 나쁜 일에 활용하지 않는다면야 두텁고,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진정한 인맥이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배려와 상생차원의 협력이 아닌 독불장군 식 처세로는 인맥이 형성될 리 없다. 순망치한의 깊은 뜻이 묻어날 때 형성되는 것이고, 그렇게 형성된 인맥을 통한 협력이 상생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쨌든 많은 CEO들이 자신들의 성공습관으로 꼽은 순망치한은 다소 차원은 다를지라도 조직과 조직 간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게다. 조직도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고 보면 인간관계의 연장선상이다.
그렇다면 축산업계 지도자들에게 한국 축산업이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사자성어로 정리해달라는 설문조사를 한다면 어떤 것들이 나올까. 앞서 언급한 CEO들처럼 순망치한이 가장 많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게 된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희망사항이지만 ‘순망치한’을 기대하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한국 축산업은 FTA 협상이나 미국의 무차별적인 쇠고기수입압력, 끝을 모르는 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국제곡물 값 폭등 속에서 업종 가릴 것 없이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환경문제와 이로 인한 신규진입의 어려움 등 대내적 요인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상황은 특정업종이나 단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국가적 지원이나 범국민적 이해를 끌어내며 풀어야 할 과제다. 국가적 지원이나 국민적 이해를 끌어내는 데는 그야말로 범축산업 차원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이 점이 축산지도자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키워드로서 순망치한을 되새기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협동조합과 축산단체, 업종별 단체 간의 관계는 싫든 좋든 서로에게 ‘이’와 ‘입술’처럼 상호보완과 협력의 관계인 것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릴 수밖에 없는 평범한 이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축산분야에서 이런 이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안타깝게도 보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축산인의 일원으로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내몰린 한국 축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될 일이 지도자들의 희생과 각종 단체의 상생협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순망치한을 떠올려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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