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EU간 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은 축산업계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낙농과 양돈분야의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FTA 문제가 여기까지 왔다면 정부는 실질적인 보완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대책에서 보듯 정부의 지원대책은 말만 무성할 뿐이라는게 축산농민들의 일반적 정서다. 정부는 한·미 FTA 타결이후 보완대책으로 23조1천억원을 지원하고, 국회비준후 추가적인 지원대책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축산현장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EU FTA 타결을 바라보는 축산업계는 이번에도 속 시원한 대책은 없을 것이라는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농식품부는 정부관계자와 현장농가, 생산자단체 등을 망라하는 FTA 대책반을 조속히 꾸려 축산농가의 피부에 와 닿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업계가 수긍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규모(생산감소)를 정확히 산정하고 △소비확대△축산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합리한 개도개선△경쟁력제고를 위한 투자재원마련 등 분야별로 맞춤형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FTA 대책은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보는 근본처방이 나와야 하는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FTA 대책은 생산감소로 인한 소득보전에 그치지 않고 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혁과 투자재원 마련 등 경쟁력제고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 축산업관련 예산은 축발기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은 축산업의 생명줄인 축발기금을 확충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함에도 기금통폐합이 시도 때도 없이 거론되고 있으며, 기금재원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FTA대책의 일환으로 축발기금존치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밝히고 FTA기금을 축발기금에 편입시키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다 지속적인 기금확충방안도 함께 내놓을 때 축산농가의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다. 농협이 축산경제부문을 농업경제에 통합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축산경제부문을 농업경제와 통합하려는 것은 축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것으로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될 일이다. 축산업은 1차 산업중 가장 정예화되고, 전문화된 산업으로서 축산경제부문이 농협내에서나마 독립성이 보장될 때 축산업에 대한 지원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농협의 축산경제는 축산분야에 대한 FTA관련 지원기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존치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큰 틀의 처방이 나올 때 정부의 FTA 대책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고, 축산농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축발기금대책과 같은 일들은 간단치 않은 일이겠지만 FTA로 인해 자동차, 가전산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뉴스를 접하며 절망감에 빠진 축산인들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그 정도 용단쯤은 과감히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