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가 돌아왔다. ‘건강의 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꽤 오랫동안 저성장에 시달려온 육가공산업이 2013년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신설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품질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이겨내고 맛있고 품질 좋은 소시지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육가공업계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특히 케이엠씨아이(KMCI)의 어반나이프가 그 중심에 섰다. 변덕스러운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고품질의 육가공품을 준비해 재빠른 변신을 택했다. 원재료의 맛을 살리고 합성첨가물을 뺐다. 2013년 10월 관련법 및 시행령의 개정으로 정육점이나 델리샵 등 전문매장에서 고급소시지와 햄, 양념육, 돈가스 등 다양한 육가공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국민 모두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됐다.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의 신설은 비선호 부위육의 소비를 늘릴 수 있게 되어, 국내 양축농가와 육가공업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전체 육류소비량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육가공 산업의 정체된 시장상황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품질 수제 육가공품 진수 만끽
레스토랑식 정육매장으로 강변역에 첫 선
SNS 등 입소문 타고 이색명소로 각광
식육가공즉석판매가공업 신설따라
전문 교육원도 운영…발 빠른 행보
국내 식육가공문화 새바람 조성 ‘첨병’


그 문화를 견인한 서울 구의동 소재 KMCI의 어반나이프(Urban Knife)는 독일 Metzgerei(식육ㆍ식육가공품 판매점)에서 영감을 얻어 케이엠씨아이(KMCI)가 개발한 브랜드로서 ‘도시풍의 세련된 멋과 맛’을 지향한다.
초기에는 낯설었던 이 공간이 이제는 까다로운 육가공품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 명소가 됐다.
어반나이프가 위치한 매장은 번화가도 아니다. 그러나 한번 찾은 소비자가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독일 전통의 소시지를 만드는 곳, 진한 맛의 소시지라며 극찬했다.
어반나이프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식재료다. 신선한 고기를 사용해야 결국 햄ㆍ소시지도 맛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성보존료를 넣지 않고 만들었다. 매일매일 소시지를 만들어 유통기한도 짧다. 이 곳에서 다양한 햄ㆍ소시지를 소량으로 구입할 수 있다.
강변역에 위치한 어반나이프 건물은 최근 지하부터 6층까지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이곳을 ‘맛있는 빌딩’이라고 명명했다. 육가공기술전문가인 유호식 대표는 신선하고 건강한 햄과 소시지의 참맛을 알리려고 특단의 결정을 했다.
지하공간에서는 50여가지의 햄ㆍ소시지를 직접 가공한다. 주식(主食)처럼 먹을 수 있도록 햄ㆍ소시지와 어울리는 빵도 직접 제조한다. 1층에서는 식육과 함께 육가공품을 팔고 있다. 무항생제 정육을 준비하고 이탈리안 소시지, 초리조, 마리네이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살라미와 하몽, 생햄 등 발효햄과 소시지도 있다. 여기에 치즈와 와인은 덤이다.


3층은 델리레스토랑이다. 독일식 족발요리인 슈비인학센과 헝가리 스프인 굴라쉬, 소시지로만 이뤄진 부어스트 플래터는 여자보다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4층은 새벽부터 만들어지는 육가공품공장 특성상 직원들을 배려한 기숙사다. 5층은 독일의 메쯔거라이 문화를 한국에 전파하고자 만든 육가공 전문 교육원이 있다.
유호식 대표는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를 배출해 전 국민이 맛있고 신선한 소시지를 먹을 수 있도록 산업을 전파하는 첨병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은 우리나라 산업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정책이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이제 정육점에서 지육을 골발하고 정형하는 것만으로는 힘들다. 5만여개의 정육점이 뭔가 식생활과 밀접하게 해주는 특별한 문화를 이끌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공동대표는 “저가형 소시지를 먹던 아이들이 자라 주부가 됐다. 소시지가 아직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짙다”며 “이들이 최근 정육점에서 소시지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질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과 합성보존료를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한 소비자를 대하는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육가공업체들은 저가형, 저품질 소시지에서 벗어나려고 10여년 전부터 고급 햄ㆍ소시지를 내놨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소시지가 비싸면 사먹지 않았다.
값비싼 신선육에 가공이라는 작업을 보탰지만 일반 저가의 가공품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건 소비자뿐만 아니다. 유통업체들은 온도관리를 등한시했다. 그렇다보니 제조과정에서 2차 살균까지 해야 했다. 보존성을 높이기 위한 첨가제 사용도 늘었다. 그만큼 맛도 떨어졌다.
소시지는 그냥 먹어도 되는 콜드제품이지만 잘못된 인식으로 소시지를 기름에 튀겨먹었다. 되레 식감을 나쁘게 만들었다.
햄ㆍ소시지를 잘 먹을 수 있는 문화도 조성하지는 못했다. 우리 스스로가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 이 가운데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은 가뭄에 내린 소나기와 다름없었다. 산업지형을 바꿨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고급육제품을 만들기 시작하자 대기업도 달라졌다. 천연케이싱을 이용한 고품질 소시지 라인들이 생겨났다.
유호식 대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대기업에서는 그간 소품목을 대량생산했지만 이제는 고품질의 육제품을 내놓고 있다. 크기와 모양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역까지 뚫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건 정육점만이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육판매업 종사자들이 가공산업을 하고 있으니 전문기술인이다. 이제는 자긍심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자신이 만든 소시지와 떡갈비 등 다양한 제품들을 내놔야 한다”며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먹게 해야 육류의 균형있는 소비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현재 식육산업은 단순 식육절단판매 위주의 영업으로 제품 다양화에 한계가 있고 선호부위 위주의 판매로 비선호부위 판매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선호부위 판매가 안되니, 소비자는 선호부위를 상대적으로 고가에 구입하게 되는 악순환을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을 통해 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신설은 육가공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인지도 향상과 다품목, 소량, 고급제품 판매확대로 비선호부위육 활용을 높이고 있다.
결국은 양돈농가의 균형적 소득보존과 경쟁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