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예방을 위해 그토록 노력한 보람도 없이 구제역이 발생된 충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초 조기에 방제될 것으로 믿었던 것과는 달리 발생 농가와 지역이 확산되고 있으며 질병 관리에 철저를 기해온 일부 첨단 종돈장은 물론 젖소에까지 확산됨에 따라 관계당국자들과 축산인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 질병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왜 이같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도달했는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발생된 구제역이 평택과 안성 용인을 깃점으로한 주변 지역이란 점이다. 이 지역에 양돈장을 비롯한 축산시설이 밀집되어 있고 또 도축장까지 건설되는 등 동물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실상 우리는 축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90년대 중반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설의 규모화를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질병 대책과 축산분뇨 처리대책은 오히려 준비가 소홀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축산시설들이 공장 형태로 대규모화 또는 단지 등 집단을 이루는 추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듯이 오늘날 예상했던 일들이 속속 나타났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해 준다. 그렇다고 작금의 사태를 놓고 과거 탓으로 돌리거나 입심 좋은 남의 이야기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다만 정책을 펴는 사람이나 관련 단체 또는 과학자 할 것 없이 보다 냉정하게 자기 직분에서 최선을 다할 도리 밖에 없다. 특히 축산인들의 자구 노력 문제다. 국제역 예방을 위해 구제역이 있는 국가에 대한 여행이나 방문을 자제할 것을 주문해도 이를 묵살했다던가 주위에 악성 전염병이 발생했는데도 소독등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 자신의 피해는 물론 다른 사람과 축산전체의 피해를 입히는 범죄자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하자 총선까지 연기하는 결단을 보일 정도로 강도높은 대책을 추진했는데 우리는 13일 지자체 선거를 치룰 정도로 구제역 방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은 축산업에 대해 너무나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구제역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햐 할 것으로 본다. 수의과학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영국의 경우 구제역 발생 6개월만에 4백만마리의 우제류를 살처분하고 가까스로 방제했는가 하면 가까운 대만 역시 지난 97년 발생된 이후 4백여만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끝에 지난해 겨우 잡았다고 한다. 이같은 국제적 추세를 감안해 구제역 등 각종 동물질병을 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수의축산 분야가 경계할 것이 있다. 당면 질병 문제와 축산환경 문제를 놓고 일부 경제 학자나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축산에 대한 편견 문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내 축산은 질병이 많고 환경을 파괴시키는 주범인데 반해 가격이 외국산에 비해 비쌀뿐만 아니라 품질은 뒤진다고 막연하게 혹평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분통터지는 사례다. 이들이 외국산을 선호하는 것은 국내 축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덴마크 등 선진국 동물은 질병이 없는가. 그리고 그들의 동물도 분뇨를 배설하는 것이고 보면 가축의 질병을 최소화하고 분뇨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부문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수의축산분야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한 "축산 바로 알리기"노력이 긴요하다고 본다. 가축 질병이 있다해도 인체에 무해하다든가 가축분뇨는 오히려 품질 좋은 유기농산물 생산의 원천이라는 등의 유익한 부분에 대한 대국민적 계몽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