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넘치니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응당 맞는 말이다.
배추농가도 공급이 많으면 밭을 갈아엎는다. 우유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제품 수입은 계속 늘어나고, 시유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계속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이 계속 줄이라고만 하니 농가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그동안 어떻게든 해보려고, 쿼터도 사고, 시설도 바꾸고, 하면서 얻어놓은 빚은 산더미인데 이제 와서 목장을 접으면 그들은 앞으로는 무얼 하며 살아야 할지. 그렇다고 전망이 불투명한 낙농산업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함은 커진다.
병이 나서 아프면 진통제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약효가 다하면 결국 다시 통증이 찾아오고, 그 때마다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 병은 그 원인을 찾아 뿌리를 뽑아야 하는 것이 답이다.
농가에게 감축을 강요하는 그들이 미우면서도 쌓여가는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문을 닫아야 하는 기업의 입장이 한편으로 딱하다.
소비가 문제라고 말한다. 우유를 먹지 않는 것이 문제란다. 문제가 뭔지 안다면 해결방법은 왜 못 찾는 것일까. 흰 우유를 먹지 않고, 요즘은 가공한 유제품을 먹는 시대라면, 왜 우리 우유로 만든 유제품을 팔아볼 생각은 하지 않을까?
낙농육우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K-MILK인증 사업은 우리 우유를 원료로 만든 유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착해 차별화시키고, 국내산 우유의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사업이다.
한 소비자 단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유제품은 우리나라 것 인줄 알고 있었고, 왜 이제야 이런 사업이 만들어 졌는지 아쉽고 또 고맙다”고.
의욕적인 출발이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의 적극 참여가 뒷받침 돼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대다수의 업체가 극히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극히 일부 제품에만 K-MILK마크를 부착한다. 가격 때문에, 포장지 때문에, 이런 이유들 때문이란다.
단편적인 비교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낙농가만 몸이 달아 뛰고, 정작 판매시장 개척의 선봉에 나서야 할 업체들에게서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의 환경과 여건이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길을 찾고, 방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어찌된 노릇인지 엇박자가 자꾸 나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