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이후 최근 축산현장에서는 자포자기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축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될 경우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양돈 현장에서 그런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단기적으로 미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육류 시장의 변화가 양돈업계에 절대 불리한 쪽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장기적으로 돈육시장도 완전 개방되면 양돈 산업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거기다 돼지 사육에 따른 환경 규제는 점점 강화됨으로써 돼지 생산비가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에 양돈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양돈인들로서는 현재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입장에 서 있다.시쳇말로 그동안 돼지 한 마리당 5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재미를 봤던 호시절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양돈 농가들이 지금까지 주위 사람의 온갖 민원을 감수하면서도 양돈업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은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됐기 때문인데 이제 그런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 굳이 양돈을 계속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나오는 말이 “까짓 거 할 때까지 하다가 더 이상 양돈을 할 수 없으면 폐업 보상을 받고
본지가 주최한 지난 16일의 ‘한미 FTA타결, 축산 생존전략 모색 대토론회’에서 축산인들이 보여준 열기는 한미 FTA 타결이 축산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토론회가 열렸던 행사장은 지정 좌석이 260석 정도였으나 참석한 인원은 지정석을 100석이나 더 초과할 정도였다. 평소 웬만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에서 이 정도의 참석 인원을 보려면 동원이 아니면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회에서 이 정도의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축산인들에게 한미 FTA타결이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도 남음이 있다.토론 분위기는 더욱 진지했다. 시종일관 자리를 뜨지 않은 축산인들은 토론회 시간이 예정 시간을 넘어서자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토론할 것을 요구할 정도였다. 때문에 청중토론은 축종별, 산업별 골고루 의견을 듣는 것을 원칙으로 토론 인원을 제한한 끝에 겨우 끝낼 수 있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이상길 농림부축산국장은 차분하게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정부 대책을 밝힐 입장이 못 됐다. 분에 찬 축산인들이 참다 못해 “그만하라”고 고함을 지를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
한미FTA협상이 타결된 지도 2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정부대로, 산업계는 산업계대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느라 밤낮 없이 분주한 모습이다. 축산농가들도 멍한 가슴을 쓰다듬으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축시장에서는 소값이 떨어지고 거래도 크게 줄어들었다. 불안함과 두고보자는 생각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양돈업계는 그렇지않아도 환경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양돈농가는 양돈장을 매각할 생각도 갖는다고 하니 그 심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한미FTA 타결에 따른 이 같은 현상을 미리 예상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축산업계의 동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발빠른 대응책이 요구된다. 지난 12일 한경대에서 있었던 박홍수 농림부장관과 한우인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그것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한우 농가들이 장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선 당장 한우인들의 동요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것은 우리 축산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따라서 한미FTA 타결에 따라 축산업이 입을 피해를
축산발전기금이 기금통합이라는 위기는 일단 면했다. 농림부 정책자금관리단은 가칭 정책자금관리공사 설립을 놓고 내부적인 토론을 벌였으나 기금통합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전면 백지화 하기로 했다고 한다. 매우 잘한 일이다. 축발기금이 어떤 기금인가. 축산인들이 축산물 수입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쌓여진 뼈와 살과 같은 기금이다. 축산물 수입은 지난 8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그 만큼 우리 국내 축산물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국내 축산물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축산농가는 축산 소득을 하루아침에 강탈당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울었다. 그 울음을 그나마 달래준 것이 축발기금이다.축산이 오늘날 이 정도의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것도 축발기금이라는 재원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한우가 외국의 내로라하는 쇠고기와 맞서 차별화된 고품질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은 축발기금에 의한 한우 개량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94년 우루과이 협상이 타결될 때는 축산이 쌀을 지키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이번 한미FTA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미국은 우리 축산물 시
미국의 한국 시장에 대한 쇠고기 개방 압력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OIE(국제수역사무국)가 미국과 캐나다를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라고 잠정 판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한우 산업계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OIE의 이 같은 판정 움직임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잠정 판정 소식을 접하고 보니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더욱 코앞에 다다른 느낌이다. 특히 한·미 FTA 8차협상에서 미국 측이 ‘뼈가 들어있는 쇠고기도 수입하고, 관세도 조기에 완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고 하니 미국이 국내 쇠고기 시장 개방에 어느 정도 집착하고 있는 지 짐작이 간다. 이런 상황에서 한우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미국이 광우병 검사를 전체 소의 1%에서 0.1%로 축소한 것은 광우병을 은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쇠고기 시장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따라서 한우 산업계를 비롯한 축산업계가 미국의 이 같은 개방 압력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지 주목된다.그러나 한우 시장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가 완전 개방됐을 경우 한우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며, 소를 팔아야될지 새로 구입해야될
‘젖소가 착유실내로 들어가면 로봇 팔이 사람 손처럼 젖소 유방을 세척하고 마사지함은 물론 우유를 착유하고, 착유가 끝나면 유두 컵을 세척 소독한다.’로봇 착유기로 착유하는 이 같은 모습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 로봇 착유 붐이 최근 들어 일고 있다. 현재 로봇 착유기를 설치했거나 설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목장은 아직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 낙농현장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로봇 착유기 붐이 조만간에 일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물론 갈수록 착유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낙농업은 그동안 우유 가격을 보장 받기 때문에 국내 축산업 중 가장 매력있는 품목으로 지목돼 왔다. 물론 정해진 고시 가격이 낙농 경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느냐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유 가격이 타 축산 품목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없이 일정하다는 것은 안정적인 낙농 경영을 가능케 했고 그것이 낙농의 최대 장점이었음은 분명하다.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가격 체계에도 불구하고 낙농이 더 이상 매력있는 산업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원유 과잉 생산
한미 FTA가 8차 협상을 앞둔 가운데, 지난 5일과 6일(한국 시간)에는 양국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또 이와 때를 맞춰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5일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축산인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열고, 밀실협상 중단을 외쳤다. 이어 지난 6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박홍수 농림부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한미 FTA 8차협상 농업분야 대응 계획을 보고 받았다.뭔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축산업계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러다 쇠고기가 하루아침에 개방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이 열리던 지난 5일 아침 중앙 일간지를 통해 보도된, 한미 통상장관이 ‘쌀개방은 제외하기로 했다’는 기사는 축산인들의 그런 불안감에 불을 당겼다. 때문에 이날 여의도 집회에 참석한 축산인들의 밀실 협상 중단을 외치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축산인들은 동시에 이날 집회에 참가한 다수의 국회의원들에게 이 같은 축산인들의 목소리를 전해달라고 강력 주문하고 이들 국회의원들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표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6일 상임위를 열고, 농축산물의 빅딜설 등을 집중적으
설이 지나고,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났다. 봄이 그 만큼 성큼 다가왔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맘때쯤이면 걱정하는 것이 있다. 구제역이다. 지난 2000년 봄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2001년 한 해를 잘 넘기는가 싶더니 2002년에 다시 발생했다. 이후 4년동안 재발없이 5년째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국경 검역과 국내 차단 방역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축산· 수의 관련 단체와 축산인 모두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라 할 것이다.그러나, 가축질병은 한 순간 방심하는 틈을 노리고 있음을 감안할 때 올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축산 현장에서는 구제역 방역에 대한 의식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들린다. 5년째 구제역 발생이 없다보니 “이젠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는 일이 없겠지”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이는 구제역 발생국을 드나드는 해외 여행객중에는 축산인들이 많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구제역 청정국인 상황에서 구제역이 재발된다면 이는 어떤 경로든 해외에서 유입된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구제역 발생이 우려되는 3월과 5월 사이 석달 정도는 축산인들이 구제역 발생국인 나라
지난 4일은 입춘이었다. 옛날엔 이날이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란 글씨를 써서 대문에 내걸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옛 선비들의 흉내를 내어 글씨를 써보기는 하지만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어디 내 걸 곳도 없어 아파트 철문에 붙여 보았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그러나 입춘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입춘을 말 그대로 풀이하면 봄이 들어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실제 날씨는 봄을 운운하기엔 좀 춥다. 때문에 입춘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는 날 정도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서 지난 입춘일은 마침 일요일이라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운동겸 나들이를 해보기로 했다. 장소는 한강 미사리 강변, 전날까지 영하 10도 운운했던 날씨가 이날따라 따뜻하여 아닌게아니라 봄기운이 느껴졌다. 바람은 훈훈하고 강변 나란히 늘어선 버들가지엔 가까이 봐서는 알 수 없지만 멀리서 보면 아주 희미하게나마 연녹색의 빛이 감돌고 있음이 느껴진다. 개울가엔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크다. 두 시간여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몸에서는 땀이 난다. 문득 축산의 봄을 떠올려 본다. 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