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서 늘 외치고 있는 것이 ‘소통’과 ‘협업’이다.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정부3.0에서도 소통과 협업 정신이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 소독제 효력시험 파동에는 이러한 소통과 협업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일방통행식 행정이 남아있다는 아쉬움이 진하다.
물론, 이유야 어찌됐든 업체들이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희석배수 대비 효력이 미비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너무 가혹하다.
업체 입장에서는 하루 아침에 형편없는 제품을 납품하는 부정당업자로 낙인찍혔다. 또한 해당 제품 뿐 아니라 생산하는 다른 모든 제품까지 관납이 금지될 위기에 몰렸다. (현재 조달청에서 심의 중이고, 그 제재 수위는 이달 말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엄밀히 따지면, 효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희석배수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관납이 생명줄인 업체는 당장 손가락만 빨게 생겼고, 일부 업체는 그 소독제로 인해 엄청난 다른 제품 매출 손실을 떠안아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됐다.
그런 면에서 이번 조치 과정에서의 소통과 협업 부재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해당업체들은 손실이 이렇게 커지지 않고서도 국가방역 효율 극대화 등 정책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재시험을 통해 희석배수를 새로 설정하는 것이 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농식품부 내부 차원에서 그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것으로도 가능했다라는 의견도 제기한다.
검사결과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들은 “효력 결과는 검사방법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제3 시험기관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목소리를 끝내 외면했다.
결국 해당업체에 제품 수거에다 자진 품목허가 취하, 그리고 관납금지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특히 그 조치 중에는 공문이 아닌, 구두를 통해 전달된 내용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소통과 협업이 뒷받침됐다면,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파동을 겪으면서 그간 어렵게 쌓아왔던 민관 신뢰가 많이 깨졌다.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제라도 스스로 부족했던 것을 인정하고, 소통과 협업을 통해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