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우리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찬반논란도 이어지고 있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지방의 재조명이 이뤄지면서 육식, 즉 축산물 섭취에 대한 소비자들 인식이 전환점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의 사회적 이슈로 부상은 일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고지방식과 건강’을 주제로 지난해 9월 개최된 우리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와 축산자조금연합의 공동포럼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무분별 ‘축산물 때리기’ 땜질식 대응 탈피
산·학·관·연 네트워크 기반 과학적 근거 제시
발표회·심포지엄·강연 활동 등 통해 정보 공유
대응력 강화 위한 축산업계 참여도 제고 절실
채식인들을 중심으로 한 안티-축산 운동이 국내외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면서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격히 확산돼 왔다. 하지만 국내 축산업계는 안티축산으로 인해 촉발되는 각종 부작용에 대해 사후처방 형태의 땜질식 대응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에 그 폐해가 극에 달하며 지속 발전가능한 축산업 달성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안티-축산’이 지목되고 있다.
이는 우리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회장 최윤재·서울대 교수, 이하 연구회)가 출범하는 시대적 배경이 됐다.
전문가조직 운영과 함께 전국 축산관련 산·학·관·연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심도있는 학술연구와 토론활동을 통해 안티-축산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인 논거를 마련, 축산에 대한 소비자의 올바른 인식제고, 나아가 소비자지향 친환경선진 축산을 실현해 보자는 게 그 취지다.
2014년 7월 발족된 연구회는 분기별로 셋째주 목요일 정기 월례발표회와 함께 6개월에 한번씩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12차례의 월례회와 4차례의 심포지엄을 통해 축산물에 대한 오인지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각 언론매체나 안티축산론자 등에 의해 시시 때때로 터져나오는 ‘축산때리기’ 에 적극 대응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기능을 담당해 왔다.
‘가공육 발암물질’ 발빠른 대응논리 개발
나아가 축산물의 영양학적 우수성은 물론 각종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국내외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굴, 소개해 왔다.
각종 언론매체에 소개된 연구회 관련기사가 자체파악된 것만 70건에 육박하고, 30회에 달하는 연구회장 외부 특강횟수만 봐도 그동안의 의욕적인 행보를 짐작케 한다,
2015년 10월 WHO가 가공육을 1급발암 물질로 규정하자 발빠른 대응논리 개발을 통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각종 강연을 통해 산학연의 대응을 유도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안티-축산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 방법은 연구회가 짧은 시간내에 안티축산의 대항마로 자리를 잡게 된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비자 뿐 만 아니라 ‘안티-축산’ 과의 소통도 연구회 활동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윤재 회장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일단 안티-축산이 어떠한 논리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축산물 유해론에 방관으로 일관하고, 논리에 입각한 건설적 비판까지 외면한다면 ‘안티-축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회의 월례회의와 심포지엄에는 인체 영양학계, 의학계, 언론계는 물론 안티-축산을 주도하는 채식인들까지 토론자의 한 주축으로 참여하고 있다.
축산업계 입장에서 일방적인 주장만 고집하기 보다는 끊임없는 소통과 논리적인 접근을 통해 안티-축산을 무장해제 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도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면서 연구회의 설득력이 배가된 결과물이라는 게 주위의 전반적인 평가다.
연구회와 축산자조금연합이 공동포럼을 통해 제기한 내용을 기반으로 제작된 일부 공중파방송의 다큐멘터리가 소비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지방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고지방 식단의 주 재료인 치즈, 버터, 고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 뿐 만 아니다.
축산업계가 ‘소비자 지향 산업’으로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연구회가 표방하고 있는 핵심기능의 한가지다. 수없이 제기되고 있는 축산물 유해론을 객관적인 과정을 거쳐 검증, 수용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방향까지 마련해 축산업계에 제안하고 있다.
물론 연구회 운영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안티조직 대비 현실적 약세안티-축산에 대한 위기감이 워낙 높았던 만큼 연구회 출범 초기만 해도 축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도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윤재 회장은 “축산관련단체와 산업계, 연구기관은 물론 소비자단체 및 언론계 인사까지 각계 각층에서 연구회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보내주고 있다”며 “하지만 안티-축산을 주도하는 채식인 모임과 비교하면 그 세(勢)가 상대적으로 약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회에는 축산관련인사, 인체 영양학자, 소비자단체, 의료계 인사 등 모두 6천3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한국채식연합(2만5천여명), 한울벗 채식나라(7만여명) 등 채식인 관련모임과 비교해 외형부터 비교 자체가 힘들다. 더구나 채식을 권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 사이트에는 매년 15만명 이상이 접속하고 있을 정도다.
매번 다양한 논의를 위한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걸맞는 연사를 초청하는 것도 녹록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축산업과 축산물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 섭외가 이뤄져야 하는데다 객관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단체가 많지 않다 보니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초창기엔 매달 진행됐던 연구회 월례회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분기별 모임으로 전환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연구회는 이에 따라 안티-축산과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대응책 마련 및 조언을 통해 축산업계의 참여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이면 1만명이상 회원을 갖춘 모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각종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홍보 및 책자 발간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구회 홈페이지를 통해 축산업계 및 축산식품 홍보는 물론 올바르게 섭취하는 법을 제시하고, 월례회와 심포지엄, 그리고 각종 연구내용을 일반인들과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안티-축산 대응 논리 개발 등 축산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전문가 인력풀 형성’ 도 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국내외 기관 및 단체들과 네트워크 구축 등의 노력을 토대로 초, 중, 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안티-축산 관련 내용 개정도 도모키로 했다. 연구회의 앞으로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