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목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국 부장
2015년 산란계 사육수수가 사상 유례없는 7천만수를 돌파하면서 산란계 산업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는 국내 적정 산란계 사육수수라고 여기는 6천5백만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2015년 당시 산란계 경영의 어려움을 가까스로 벗어났음에도 2015년 연말 대군농가들은 산란계 입식을 크게 늘렸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산란계 농가 사이에서 입식열풍이 불었고, 또다시 계란가격 현실화 등 2016년 1월부터 시세는 생산비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설 특수에도 불구하고 계란이 체화되고 할인가격이 더 벌어지는 등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산업은 충격과 경악, 공포로 휩싸였다.
과열 입식 따른 계란 공급과잉 예상 불구
장기 폭염·AI 발병으로 반전…물량 부족
명절 조기물량 확보·AI 변수로 난가 강보합
계란 공급과잉 예상됐지만
계속되는 과잉사육과 초과생산이 예측되면서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정부가 나서서 수급안정화와 계란 소비확대 등을 위해 강제력과 실효적인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무시장 개입 원칙만을 고수하며, 농가의 자율적인 수급조절 대책을 마련한 후 이행하기만 독촉할 뿐이었다. 이러한 농가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라면서 기대도 실망도 크지 않았다. 그동안 생산자들은 한계와 제약에 부딪치면서도 수급대책과 조절물량 등을 논의하며, 산란계농가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올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과 더위가 한반도를 달구면서 닭 389만3525마리가 폐사하고 산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여름철 장기간 지속된 고온스트레스는 닭의 생리적인 기능을 약화시켰다. 또한 생산성과 질병 저항력 등 닭의 치명적인 생산성 저하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한번 떨어진 산란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계란 생산은 부족한 상황이다.
올 연말까지 시세는 강보합세가 전망된다. 최근 들어 언론과 신문 등을 통해 계란의 식품학적 우수성과 기능성, 상품성 등이 전국민들에게 널리 홍보되면서 계란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크게 늘고 있다. 차츰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계란빵, 바나나빵 등의 길거리 음식 판매가 늘어나고, 연말연시 송년회나 가족모임 단체모임에 따라 케이크 등 제과제빵의 연말특수 기대와 설 명절 조기 물량확보 등으로 강보합세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설 명절은 예년보다 이른 1월 27일로 익월 12월에도 계란은 계속적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지난 11월 16일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인해 산란계 살처분 및 계란유통 차질 등 예측할 수 없는 각종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란계병아리 예약물량 3월까지 꽉 차
지난 2013년 산란계병아리 판매수수는 3천6백만수이고, ’14년 4천4백만수, ’15년 4천8백만수로 계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6년 10월 누계 사육수수는 3천9백만수로 전년 동기간 대비 1.8%(73만8천수) 조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는 환우계의 판매증가로 실제 ’16년 산란계병아리 판매수수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별 산란계병아리 입식동향을 살펴보면 과거엔 명절(설날·추석)에 맞춰 입식이 몰렸으나, 점차 사육규모가 확대되고 대군농가의 증가에 따라 월별 병아리 입식은 평준화 되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7년 3월까지 산란병아리 예약물량은 꽉 차 있다. 전업농 이상의 농장은 계란 생산계획에 맞춰 계군을 운영하며 올 인-올 아웃 등을 잘 유지하며 계군을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영세농가(평사사육 등)들은 가축구입비 부담과 무산란일 단축 등으로 생산비 비용을 낮추기 위한 환우계 구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곧 계란품질 하락·전염성질병 발생·닭 진드기 전파 등의 위험이 있으며,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하락시킬 수 있어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계란 소비시장 현황
계란 생산액은 1조8천72억원(’14년)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중 3.8%, 축산업에서는 9.6%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계란은 식품업계에서도 단일제품으로는 1조가 넘는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라면시장(1조9천억 추정)까지도 육박할 수준이다. 우리나라 1인당 계란소비량은 270여개 전후로 추산된다. 그러나 주변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 계란소비가 정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3만불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 342개이고, 중국의 경우 301개, 일본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도 300개 이상을 초과했다.
한편, 국내 식품업계는 정체와 한계, 과도한 경쟁 등으로 새로운 신시장을 찾고 있다. 여기에 계란시장은 빠른 성장가능성과 잠재력 등 무한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식품업체들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진출과 장악을 서두르고 있어 산란계 농가들의 생사존망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계란은 콜레스테롤·아토피·당뇨 등의 주범으로 오인을 받으면서 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했다. 하지만 산란계농가들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계란을 공급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계란시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식품대기업들은 이러한 현실을 묵고하며 ‘계란 생산농가들은 품질 좋은 계란을 생산하고도 영업력과 시장 교섭력이 약해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겨 고품질·서비스 차별화를 내세우며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다행히 계속적인 산란계농가들의 노력과 양계협회를 비롯한 관련업계의 각고의 노력으로 언론을 통해 계란의 식품학적 우수성과 안전성 등이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되면서 계란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대기업들은 여전히 계란에 대한 우수성을 홍보하기 보다는 자기 계란 제품이 일반란 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차별화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점점 시장 장악하는 대형마트 PB계란
국내 양계산업은 90년대 중반 이후 전국적으로 대단위 양계단지가 설치되면서 농장의 규모화·기업화가 촉진됐다. 이에 계란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판매촉진을 위해 자연스럽게 ‘브랜드화’가 이뤄졌다. 초창기 브랜드란은 영양란·유정란·해초란·특수란 등 영양성분을 보강한 기능성 계란으로 차별화하고, 소포장으로 잘 포장하여 판매가격을 일반란 보다 높게 책정했다.
초기 기능성 계란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부합돼 높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에 소비증진과 농가 수익증대를 불러왔으나 홍보 부족, 잘못된 정보(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웰빙식품 보급 등으로 계란의 신뢰성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일반계란을 선택하게 됐다.
이후 풀무원, CJ제일제당, 오뚜기 같은 식품 대기업에서 계란을 출시하면서 브랜드란 시장은 재탄생 했다. 식품 대기업의 참여로 농가가 아닌 기업이 ‘소비자 맞춤형 브랜드란’을 만들고 생산·유통·판매까지 참여하게 된 것. 이는 단순한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만이 아니라 지금의 유통구조와는 다른 유통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계란판매와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됐다. 브랜드란 시장은 전체시장의 30% 내외로 식품 대기업들은 시장선점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브랜드란 또한 약자가 있으면 강자가 있듯이, 향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PB상품을 출시하면서 농업품목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브랜드란 납품업체의 경우 계란 생산·포장·가공·유통까지 계열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량을 대형마트 PB상품 납품하고 있어 자체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만수 이상 규모의 대군농장들이나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들도 PB상품 납품업체로 전락하여 계란 중간유통 마진까지 대형마트에 돌아가고 있다. 이에 브랜드란 생산기업과 계란 공급업자의 경영상황 등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계란 유통센터 건립 획기적 대책 강구를
계란은 일반식품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위생수준이 요구되는 식품이다. FTA 등 수입 축산물의 증가로 식품 안전사고 발생 비율 또한 높아져 축산물의 위생과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안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주변 환경요인 변화에 매우 민감한 계란은 저장과 유통에 많은 제한을 받는 축산물이다. 특히 계란의 복잡한 유통과정과 저품질 계란의 유통 등으로 식품안전 문제 발생 때마다 계란에 높은 위생 수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날로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용계란의 생산 및 유통·알가공 원료알·영업자 신설 등의 위생기준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계란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에도 계란품질 및 식용란수집판매업 준수사항 등의 문제가 방송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의 걱정이 많아졌다. 이로 인한 무분별한 단속으로 선량한 생산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갈수록 계란 소비패턴은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계란에 대한 소비자의 지적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계란 품질향상은 계란 소비확대에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및 유관기관, 소비자단체에서는 계란 위생·안전성 제고를 위하여 관련법령의 강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것이 그대로 법제화 된다면 생산은 후퇴하고, 계란시장은 역성장하게 될 것이다.
대한양계협회에서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계란의 생산과 유통·공정한 가격·품질향상·소비자 신뢰회복 등을 위해 계란 유통구조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축산관련 법령에 계란유통센터에 대한 조항을 신설하고, 각 단계별 위생관리 및 시설기준 등을 보다 현장에 맞게 강화한다는 주장이다.
이로서 계란의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가축질병의 유입 및 확산 차단을 통한 고품질 계란 생산이 가능하다.
우리 산란계농가의 숙원사업인 계란유통센터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이전과 달리 2017년부터는 획기적인 대책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곧 산란계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성장동력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