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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영구 고문(한국종축개량협회)

우리 축산인으로서 원로를 꼽으라면 그 첫 번째로 황영구선생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축산인은 없을 듯 싶다. 새해 선생의 연세가 90세라고 하니 축산에 몸담은지 60년이 넘었다. 그러니 원로 중에 원로다.
갑신년 새해를 맞아 난마와 같이 얽힌 우리 축산 현안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또 가금인플루엔자 발생과 미 광우병 발생 등에 따른 불투명한 우리 축산의 앞길을 헤쳐나가기 위해 원로 축산인의 경륜과 지혜가 절실하다고 판단, 선생을 직접 뵙기로 하고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시며 축산회관 한국낙농육우협회장실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조금 일찍 나가서 기다리니 캐주얼하면서도 말끔한 차림에 베레모를 쓰고 건강한 모습으로 협회 사무실 문을 들어서는데, 우리 축산업계에 선생과 같은 원로가 계신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축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 그것이 순리야”
자리를 정해 앉자 기자는 갑자기 호칭을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랐다. 선생은 기관에서는 국장을 지냈으니 국장으로 불러도 되고, 종축개량협회나 낙농육우협회에서는 회장을 지냈으니 회장으로 불러도 좋다는 말씀이다. 그러나 기자는 국장이나 회장으로 부르기 보다는 대축산 원로로서 존경심을 표하는 의미에서 선생님으로 부르고 싶다고 하자, 옛날에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한적도 있으니 그렇게 불러도 무방하다는 말씀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어. 먹는 일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중의 하나인데 우리는 그런 중요한 것을 가볍게 보고 있어.”
최근의 여러 가지 축산 현안이 불거지고, 또 국내외에서 우리 축산업계를 크게 위협하는 가축질병 발생으로 축산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조차 잡을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선생은 이렇게 간략하면서도 쉬운 말로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우리 축산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축산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문제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왜 축산이 중요한지는 역사적 사실이 말해주고 있는 거 알잖아. 목축 농업을 하며 동물성 단백질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은 경종 농업을 하며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보다 우위에 설 수 밖에 없어. 이는 마치 육식을 주로 하는 동물이 초식을 주로 하는 동물을 지배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
선생은 결국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축산을 하지 않고서는 우리 민족의 장래도 없다는 설명이다. 선생은 그것을 케냐의 예를 들며 설명을 부연한다. 케냐의 경우 아프리카 국가중 유일하게 우유를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고 그래서 마라톤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은 이어 잠시 기자의 수첩을 달라며 수첩에다 직접 “人間이 環境을 破壞하면 自然은 人類를 逆襲한다”고 쓴다. 그리고 최근 광우병 재앙도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따르지 않는데 대한 조물주의 보복이라고 덧붙였다.
선생은 동시에 기본을 무시하고 원칙을 무시하는 것도 순리의 역행이라는 차원에서 해석했다. 예를 들어 농가가 자기 농장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방역에 나서고, 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는 농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농가가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모든 질병 발생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것도 순리에 역행하는 것이며, 순리에 역행하니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선생은 또 축산의 중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제대로 된 다음에는 민주적인 사회에서 생산자 단체의 제대로 된 역할을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수많은 생산자협회들이 해당 분야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며 우리 생산자 단체들도 그런 힘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옛날 한 농가에서 경종 농업도 하고 축산도 할 경우에는 현재의 농협과 같은 협동조합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전문화된 상황에서는 식물을 다루는 조직과 동물을 다루는 조직을 각각의 조직으로 전문화시키는 것은 당연하다”며 협동조합 통합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선생은 이밖에도 축산관련 기관과 학계에도 순리에 역행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하기도. 새해를 맞아 우리 축산인들에게 결론 삼아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탄수화물과 지방은 단백질을 대신할 수 없지만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지방을 대신할 수 있다”며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축산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축산의 이같은 중요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순리에 역행하는 것인 만큼 그에 따른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선생은 마지막으로 우리 축산인들을 위한 덕담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정의를 선한 벗들과 우러러 보며 따라가고 중용을 삼가 지키면서 대중과 함께 성스럽게 산다(謹遵中庸訪衆聖生 仰徒正義與僚善友)”는 낙농육우협회고문실 벽에 걸린 걸게를 가르켰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기도 했던 선생은 “요즘 하루 30분씩 걷기나 자전거 타기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며 90객 노인답지 않은 건강을 과시했다.
장지헌 wkd3556@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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