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산업은 전환기를 맞은 것인가. 아니면 한계에 이른 것인가. 매년 큰 폭의 고속 성장을 이어왔던 축산업이 생산 경제가 10조원 문턱에서 산업 비중에 걸맞지 않게 허둥되고 있다. 소비는 정체되고 헤처 나가야 할 악제들이 널부러져 있다. 더욱이 근래들어 축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마저 날로 부정적인 측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축산을 이끌고 있는 정책 당국이나 단체들 역시 산업에 대한 안목있는 정책적 발전 방향 제시보다는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산업 발전을 시기해온 계층들은 때를 만난 듯 음해성 여론 몰이로 신명이 난 것 같다. 만신창이가 된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더더욱 위협적이다. 가축 분뇨가 환경을 파괴시키는 주범이고, 가축질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축산식품에 대한 위생 측면의 불안감 확산, 그리고 국산 축산물이 외국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대중 언론의 보도 행태다. 각종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혐오스러운 장면들을 들춰 경쟁하듯 지면이나 화면을 장식하는 등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감에 따라 축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다. 식문화 측면에서 볼 때 축산물이 국민건강과 경제적인 기여도는 어디로 가고 소비자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가는 듯 하다. 각종 월간지나 언론은 물론 단행본에 이르기까지 ‘축산물이 건강에 좋으니 먹어야 한다’는 글귀가 사라진지 오래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채식을 해야 하고, 수산물을 먹어야 하는 것들로 치장되어 가고 있다. 탄수화물과 동물성 단백질 등 균형있는 식생활을 해야 건강해진다는 상식이 왜곡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안은 아예 축산물을 먹으면 건강을 헤친다는 책자까지 나와 서점가를 장식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축산업은 어느 사이엔가 헤어나기 힘든 블렉홀에 빠져 버렸다. 하지만 이를 헤쳐나갈 묘안이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현상이 있다. 생산자는 나름대로 불만 투성이고, 정책 관계자들은 격무로 지칠대로 지쳐 불면 상태에 있는가 하면 관련 단체들 역시 현안에 매달려 미래 지향적인 정책개발은 아예 엄두도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왜 내몰렸는가를 알아야 그야말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가축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우왕좌왕 하거나 허둥지둥으로 일관하고, 반복되는 수급 불균형 현상은 분명 후진적이고 산업의 낙후성, 즉 기형적 성장이 낳은 알레르기 현상임에 틀림없다. 축산업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첨단과 원시가 공존하고 있다. 생산 규모나 형태가 그렇고, 축산인들의 의식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규격화되고 정제된 외국의 것들이 국경없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우리는 이 순간에도 해야하느냐 마느냐 식의 소모전을 일관하고 있는 동안 산업과 축산인들의 설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오늘의 축산은 한마디로 위기 관리 능력 부재 현상이 낳은 결과다. 지구촌의 전문화되고 첨단화 되어 있는 산업사회의 생명체는 분명 투명한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축산업계가 읽어야 한다. 산업을 규격화하며 자기의 가치관과 능력을 창출할 수 있는 계층에 의해 지배되는 고도의 산업 사회로의 준비를 서두르지 않는한 축산의 미래는 없다. 축산물 소비가 막혀가고 있는데 생산에 치중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산 축산물 소비 촉진대책을 세우는데 지혜를 모으자.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과연 축산인들은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축산 분야의 현안 해결은 어차피 축산인 스스로의 몫이다. 넘어야 할 산은 넘어야 하고 과제는 풀어야 한다. 평범한 진리를 진지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축산인들의 자성과 각성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토양, 즉 위기 관리 능력을 축산인 스스로가 배양해야 함이 거듭 강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