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운동의 중심에서 “농민의,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구호를 울부짖으며 농업을 사수해 온 이 시대 살아있는 농민운동가. “식량주권 수호!”를 온몸으로 부르짖는 그가 이번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농민은 국민의 어머니”임을 주장하며 오늘도 여전히 긴 수염에 농업의 중요성을 피를 토하듯 내뱉는 강기갑(민노당, 비례대표) 당선자. 강기갑 당선자는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 민노당의 캐치프레이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성장의 그늘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서민인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도를 닦는 자세로,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가짐으로 국회에서도 변함없이 농민을 위해 대변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특히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농민운동이 바로 의정활동으로 이어져 오는 2015년까지 식량자급율 40% 달성을 위한 법제화도 꼭 실현할 것임도 밝히는 강 당선자는 이를 위해 수지맞는 농사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한다. 그리고 국민의 지지와 합의속에 농업회생을 위한 ‘범국민 협약기구’도 만들어 진짜 살맛나는 세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다음은 강기갑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무엇보다 우선 당선을 축하드린다. 앞으로 의정활동을 어떤 방향과 어떤 기조로 할 것인가. ▲예상외로 국민들이 민노당을 지지해줬다. 기대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사실 당선의 기쁨보다는 앞으로 더 열심히 국가와 농민을 위해 일해야 되겠다는 책임감이 더 앞선다.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농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왔지만 농민들의 외침이 외면당하고 방망이질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의 농업위기 상황까지 오게 됐다. 수입 개방론자들은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휴대폰, 세탁기, 냉장고, TV 등과 같은 전자제품을 팔고, 농축산물을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 기초가 든든해야 나라가 건강해지는 것 아닌가. 식량자급이 되지 않으면 모래위에 쌓은 성이나 다름없다. 소련 붕괴가 이를 잘 보여주지 않은가. 소련 붕괴는 바로 빵 문제 였다. 지금 세계는 4만여명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세계 식량의 생산량은 18억톤임에 불구하고 소비량은 19억톤이라고 한다. 1억톤이 부족하다. 농업은 생명산업이고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농업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농업(식량)만큼 안보산업이 어디 있으며, 나라의 주권산업이 어디 있는가. 농민과 민노당의 입장을 정치권에 들어가 제대로 알릴 것이다. 그리고 요구할 것이다. 민노당이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정치권의 구석구석에 작은 등잔불과 촛불 역할로 농민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다. 특히 적정 수준의 식량자급율 확보를 위한 법제화에 노력할 것이다. -협동조합 개혁에 관한 견해는 뭔가. ▲전농의 협동조합개혁 방향은 기본적으로 중앙회의 신경분리다. 현재와 같이 ‘비빔밥’ 상태로는 농업이,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신경분리를 통해 협동조합 본연의 경제사업에 치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쟁력의 가장 기본인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 농민들이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것도 외국에 비해 경쟁에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진작 협동조합이 나서 줬어야 한다. 그럼에도 ‘돈장사’에만 치중하고 있으니 개혁의 대상으로 꼽히지 않은가. 앞으로 진정한 협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은 ‘품목별·업종별연합회’로 가면서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농민이 원하는 협동조합상이다. <사진2> -젖소를 직접 1백여두 정도 사육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 낙농업계에서 가장 이슈로 대두된 등록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록제는 축산자체를 축소시키려는 제도이다. 현재 상태에서 등록제를 시행하게 되면 그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대혼란이 올 것이다. 현장의 축산인은 가축을 내다 팔거나 죽이거나 해 생계를 위협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강행은 문제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원점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등록제 시행을 위해 구색갖추기 공청회를 해왔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한 도출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직접 젖소를 키우면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는가. ▲사료값 인상으로 매우 압박을 받고 있는게 우리 축산인들이 겪는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사료업계로서는 곡물가에다 해상운임료까지 오르다보니 인상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또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사료원료에 대한 무관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이미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사료값으로 인한 압박에서 멀찌감치 벗어나고 젖소를 젖소답게 키우기 위해 이미 TMR을 통해 사육하고 있다. 사실 한우를 키우다가 젖소로 전업한 진짜 이유도 동네에 놀리는 논에 조사료를 심으면서부터다. 벌써 20년전의 일이지만 놀리는 땅에 호맥 등을 심고, 식품가공공장으로부터 부산물을 가져다 여러 가지를 배합해 TMR 사료를 먹이고 있다. 한마디로 조사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활성탄(숯가루)을 발효시켜 젖소에게 먹이니 분뇨냄새도 나지 않고, 또 흙살림에서 미생물을 제재한 ‘도우미’도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젖소사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점점 축산현장은 친환경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이치에 맞게, 특히 젖소의 생리에 맞게 사육해야 한다. -당선자께서는 긴 수염이 마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있다. 등원해서도 수염을 이 상태로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수염을 기르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전두환 정권때 처음으로 수입개방이 발표됐다. 그래서 전국농민회 회원들이 나서서 콩 등 곡식을 짊어지고 미 대사관저 앞에 뿌리는 행위로 수입개방에 항의표시를 했다. 그러자 곧바로 연행당해 유치장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런데 유치장에 갇힌 농민들의 대부분이 총각들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결성하게 된 것이 바로 ‘농촌총각결혼대책위원회’이고, 또 이 때부터 수염을 기르고 머리도 기르게 됐다. 그러니까 이 수염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연한 의지도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한동안 수염을 깎았더니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쳐 다시 기르게 됐다. 이번 당선을 계기로 수염을 깎을 것을 염려해 사천농민회에서 찬반투표를 한 결과 반대 35, 찬성 5로 수염깎는 것에 반대가 더 많았다. 그리고 반드시 이런 농민들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자연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수염을 그대로 두려고 한다. 그러나 국회 첫 등원시에는 두루마기는 입고 예의를 갖추려고 한다. 수염을 깎으면 ‘기’가 빠져나갈 것 같다. 김영란 yrkim@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