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대전에서 있었던 낙농육우협회 주최 ‘낙농현안 토론 및 보고 대회’ 열기는 최근 낙농현안에 대해 낙농농가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3백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인바이오넷 강당이 보조 의자를 있는대로 갖다 놓고도 못다 앉아 서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 얼추 5백명은 참석하지 않았나 싶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가 된 소위 원유가 인상, 등록제 유보, 진흥회 농가의 기준 원유량 상향 조정 등 3대 과제는 낙농가들로서는 반드시 쟁취해야할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논리로, 기자가 현장을 찾은 이유 또한 거기에 있었다. 사실 유제품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거기다 우유 소비가 걱정되는 싯점에서 원유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이해가 잘 안되기도 했다. 또 친환경 축산이 앞으로 축산 정책의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등록제를 유보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농가들은 왜 한결같이 이 같은 3대 과제를 낙농가 생사 여부를 가름하는 중대 과제로 인식하는가. 그것은 토론회 현장에서 금방 체감할 수 있었다. 다시말해 그것은 낙농가들이 앞을 내다보는 능력 부재나, 지금이 개방시대이며, 소비자 시대라는 인식 부족 때문이 아님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던 것이다. 낙농가들이 이 3대 과제에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이유는 간단했다. 낙농가들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 실제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값 인상으로 하루 아침에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등록제를 지금 당장 추진할 경우 낙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임도 절절히 받아들여졌다. 진흥회 납유 농가의 생산 제한에 따른 고통도 당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체감됐다. 낙농가들의 이같은 현안은 사실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과도 같은, 생계 문제 바로 그것인 셈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더라도 이들 낙농가들의 주장엔 일견 설득력이 있었다. 그것은 우유 수급을 시장에 내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우유는 쌀 못지 않은 식량으로서 국가가 관심을 갖고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식량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이만재 동물자원과학회낙농연구회장은 ‘우리 낙농의 현실과 장래에 대한 소고’에서 “우유는 100% 시장 가격에 맡겨둘 수 없다”며 ‘우유를 제대로 공급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국정 운영 책임자의 철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가에서 우유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한 낙농업의 어려움은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고, 그것이 오늘 낙농 현안 논의의 ‘핵’으로 이해된다. 그러면, 오늘날 낙농 현안을 푸는데 있어서 낙농가의 몫은 무엇인가. 다시 이만재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회장은 “데모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전국 낙농가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를 직접 설득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 ‘원유 가격 결정의 문제와 우유 소비 촉진’이란 주제를 발표한 박종수 충남대교수도 원유가격 인상을 전제로한 소비촉진 대책으로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소비촉진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아울러 낙농가들의 자조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박교수는 특히 이 대목에서 낙농육우협회에서 낙농자조금을 처음 시작할 때는 낙농가들의 참여율이 무려 87%에 달했는데 최근에는 70%대로 떨어졌음을 지적하고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 치면서 일갈했다. “낙농 산업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낙농가들의 참여율이 더욱 높아져야 하는데… 슬슬 빠져?” 낙농가들이 스스로 해야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제몫만 챙기려해서 되겠느냐는 준엄한 질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