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이나 식물도감에 수록된 꽃 이름을 적어본 것이 아니라 안성시 공도읍 신두리 432번지 김연정목장<공동대표 김천래(65세)·오광세(62세)>에서 10년 동안 자생하는 다년생 야생화 이름들이다. 이 목장은 1977년 젖소 2마리로 시작하여 6월 현재 경산우 35두를 포함, 80두를 기른다. 세균수·체세포수 모두 1등급의 양질의 원유 1톤을 서울우유(조합원번호 4734번)로 낸다. 목장 경영 동기를 김천래씨는“8남매중 장남으로 당시 공무원 수입으로는 동생 다섯과 자식을 가르치기가 힘들어 낙농업을 시작했다”면서“젖소는 동생들을 출가시키고, 아들 셋<장남(연정)=동경대교수, 차남(연철)=성악가, 3남(기범)=컴퓨터프로그래머>을 성장시키는 밑천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천래씨는 22년 동안 봉직했던 공무원 생활을 10년전 청산하고 목장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그때부터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장을 가꾸기 위해 산이나 들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채집하여 취미로 심기 시작했으며 이름을 모르는 야생화는 백과사전을 구입하여 알아보고, 한텍식물원 등 꽃가게를 다니면서 욕심이 나는 야생화를 구입하다 보니 현재 재배중인 야생화는 무려 4백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야생화들은 성질이 비슷한 품종끼리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자란다. 건조한 지역에는 산괴불주머니·초롱·참나리·하늘나리·꿩의 다리 등이, 습지는 앵초·미나리아재비·어성초·노루오줌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늘이 깊은 지역에서 수줍게 꽃망울을 피운 개승마와 한라개승마는 최근 외국의 전문가로부터도 인기가 높다한다. 김연정목장은 2월말부터 이듬해 1월초까지 야생화가 피어 있다. 삼색제비꽃은 영하 15℃ 한겨울에 핀다는 것. 제주등 남쪽지방에서 자생하는 품종은 남향으로, 강원도 등 추운 지방에서 자생하는 품종은 북향을 바라보게 하고 심으면 잘 산다 한다. 5년전 조성한 20평 남짓한 연못에는 연꽃이 있다. 샘이 깊지 않은데 물이 깨끗한 것은 연이 물을 정화시키기 때문이라 한다. 연못에 미꾸라지는 모기가 되는 장구벌레들을 모두 잡아먹도록 하기 위함이며, 연못 주위에는 붓꽃과 비슷한 꽃창포에서부터 범부채·금낭화·매발톱·풍로초 등을 재배하여 풍치를 더했다. 축사 옆 한 평 남짓한 땅에 환하게 핀 야생화는 백선이라 한다. 한번 피면 보름정도 가며, 뿌리는 메처럼 하얗고, 향이 좋고 구충제 원료로 이용된다는 것. “야생화 90%는 봄에 잡초보다 싹이 늦게 나오는 관계로 잡초제거가 일이지만 그 힘든 일도 은은하게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피어나는 진한 야생화 향기 앞에서는 말끔히 사라진다”는 이들 부부는 최근 형규·재호·원두 등 인근 15개 목장에 야생화를 무료로 분양하여 깨끗한 목장 가꾸기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우유 안성축산계장을 역임한 형규목장 김학원대표(56세)는 “2년전부터 분양 받은 야생화가 1백종으로 사례를 하려 했지만 야생화를 사랑하는 낙농가에게는 극구 만류할 정도로 마음 역시 꽃”이라면서“우리도 야생화를 잘 관리하여 몇 년 후 이웃농가에 무료로 분양하겠다”고 말했다. 김천래·오광세 부부는“한 뼘이라도 남는 땅이 있으면 야생화를 심고 싶다”고 재삼 강조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목장에서 깨끗한 우유와 축산물이 생산될 수 있음을 일찍이 간파한 듯 두 부부는 목장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조용환 ywch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