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장기화와 함께 우유 가격인상으로 인해 우유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은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우유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형 할인매장에서 900ml 우유를 500원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낙농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낙농가 S씨는 지난달 22일 서울 면목동의 한 중형마트 우유판매코너에서 900ml 우유가 5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 이에 대해 마트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원유 유대가 1ℓ의 경우 평균 720원, 유업체 가공비 포함 유통업체 납품가격이 980원임에도 불구하고 500원이라는 유통업체 판매가격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가격이기 때문. 이에 대해 해당 마트 관계자는 “최근 오픈한 할인마트로서 홍보를 위해 10일 동안 대폭할인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저가 판매를 하게 된 것은 마트 오픈 초기 시장조사를 위해 입수한 다른 마트의 전단지를 확인한 결과 근교 마트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 할인마트에서 우유를 ‘미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대해 낙농육우협회는 낙농가의 어려운 상황 및 시장유통질서에 혼란이 올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초저가 우유 판매를 당장 중지토록 요청했다. 낙농육우협회 윤여임 여성분과위원장은 “대형유통매장 우유판매 코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저가 우유판매가 이제 중소형 할인매장까지 확산되고 있다면 소비자가 제값으로 우유를 구매할 의향이 급감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며 “생산자들의 대안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형 유업체들은 “장기화된 원유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이처럼 제살 깎아 먹기식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라며, 아울러 “경쟁사들의 판매촉진 행사로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가공우유의 당분 함량이 사이다만큼 많다는 소비자보호원의 발표 이후에 ‘가공유 침체’의 판매 상황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작금의 우유 판매 여건은 사상 최악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kg당 8,000원이 소요되는 분유를 시장가 4,000원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500원이라도 받고 시유로 파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와 달리 신제품에 한해 2~3개월 정도 끼워주던 우유 증정 행사가 무려 10개월 가까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사태가 보다 더 지속된다면 소비자들은 어쩌면 ‘우유는 당연히 감아 팔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이러한 상황의 심각함 속에서도 생산자들은 물론이고, 유업체 마저도 별다른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제부터라도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횡포에 대해 대안 없는 원망만 하지 말고,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