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상 호 본지 발행인 매년 한번씩 돌아오는 날이지만 7월 1일은 농협으로서는 예사롭지가 않은 날이다. 농협은 정확히 5년전 오늘 ‘국민의 정부’의 적극적인 개혁드라이브와 여야 정치권의 빅딜이란 절대적인 후광을 등에 업고 축협(축협중앙회)을 흡수 통합했다. 그러니까 통합 5주년인 7월 1일 오늘은 농협으로서는 가히 역사적인 날이다. 농·축협통합을 생각하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시너지효과라는 단어다. 당시 협동조합개혁을 밀어붙이던 측에서는 시너지효과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통합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벌어진 축협의 격렬한 저항과 많은 축산인들의 반대 속에서 이뤄진 통합이건만 5주년을 맞은 지금 통합의 시너지효과란 말은 한 시절 유행어처럼 돼 버렸다. 통합과정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시너지효과라는 말을 더 이상 듣기 어렵게 된건 일견 농협을 비롯한 통합찬성측이 껄끄러운 옛날 얘기를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애써 입을 닫고 있는 탓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 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그들의 함구와 일맥상통하는 얘기겠지만 소위 시너지효과를 말하고 싶어도 그것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진단일 것이다. 시너지(synergy)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분산상태에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서로 적응하여 통합되어 가는 과정 또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이나 효과를 뜻한다. 바로 이러한 시너지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통합을 관철시켰으며, 이러한 논리가 상당부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주체는 어디가 됐든 간에 통합시너지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당연히 있어야 했다. 특히 양질의 인력과 막대한 예산이 뒷받침되는 조사 및 기획부서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이 경영평가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통합의 득실여부를 분석조차 않고 단 몇 줄짜리 보고서 한 장 내놓지 못한 채 매년 통합기념식을 갖는 광경은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여기에는 정부도 일단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가 시너지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워 통합을 밀어 붙였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감독기관으로서 각기 다른 형태의 협동조합이 통합을 하고 그것도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면 효과유무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은 감독의 수순이기도 할 것이다. 통합농협 출범 5주년 기념식을 갖는 날 시너지효과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간 옛일을 들춰내자는게 아니며, 통합농협이 기능하고 있는 이 마당에 흠집을 내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농·축협통합의 시너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너지효과가 있는 부문은 더욱 장려하고 그렇지 못한 부문은 원인을 찾아내고 보완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일례를 들어 일선축협이 통합이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단위농협 또는 중앙회와의 사업경합 같은 문제점은 시너지효과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할 사안이다. 시너지효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이처럼 당연한 사안이 어물쩍 넘어간다면 농·축협통합은 실정법상 합법성과는 별개로 일선축협이나 통합에 반대한 많은 축산인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돼있다. 시너지효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껄끄럽거나 켕긴다고 해서 묻어둔다면 통합은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게 될 뿐이다. 오히려 드러내놓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통해 잘된건 더욱 발전시키고 잘못된 점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 통합농협을 위하는 길이다. 다시 말해 농협이 통합을 통해 ‘이런 것은 잘된 점이고 이런 것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 통합농협 기념식은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