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해외에서 들어오는 신종 가축 질병 발생에 대비, 백신 비축 등 선제적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LSD)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없던 해외 가축질병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확 달라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2019년 9월, 럼피스킨은 2013년 10월 국내 농장에서 첫 확인되며, 국내 질병으로 상재화된 상태로 국내 축산업을 괴롭히고 있다. 이제 경계 1호 가축 질병이 됐다.
이렇게 해외 질병은 언제라도 국내 질병이 될 수 있다. 유비무환 태세를 갖춰야 한다.
온난화 등 영향 유입 위험성 고조
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해외 가축 질병으로 가성우역, 아프리카마역, 블루텅 등을 우선 꼽는다. 질병 특성, 해외 발생 현황 등 위험도를 반영한 결과다.
가성우역은 염소, 면양 등에서 발생한다. 고열, 괴사성 구내염, 위장염, 폐렴 증세를 보이다가 대부분 폐사에 이른다. 한동안 아프리카 서부지역에서만 나왔지만 1990년대 중반 중동을 거쳐 2000년대 이후부터는 유럽,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프리카마역은 주로 등에모기(Culicoides)에 의해 전파되는 말 전염병이다. 아프리카 풍토병이지만 최근 동남아시아에서도 간헐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블루텅은 면양, 소, 낙타 등에서 발생하는 곤충매개성 바이러스 질병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혀가 파란색을 띠면서 블루텅(Bluetongue)이라고 명명됐다. 국내에서 항체 양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비상 시 비축 백신 즉각 투입 방침
방역 당국은 예찰, 모니터링, 진단역량, 백신 비축 등 총체적으로 신종 가축 질병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럼피스킨 사례를 적극 참고, 백신을 활용한 선제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 놨다.
가성우역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 긴급행동지침(SOP)을 배포했다. 아울러 올해 중에는 백신을 비축, 긴급상황 시 즉각 투입키로 했다. 진단키트는 국산화에 성공했다.
아프리카마역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SOP를 마련키로 했다. 등에모기 등 주요 매개체에 대한 예찰은 물론, 증상 여부 등을 살피는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백신도 올해 중 비축된다.
또한 해외시험을 인정하는 등 신종 가축 질병 백신 개발 촉진에 나설 방침이다.
블루텅, 해외 백신 사례 참조를
다만, 블루텅과 관련해서는 아직 별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블루텅 피해는 주로 면양에서 나타난다. 소, 염소 등에서의 증상은 그리 심하지 않다. 국내 면양 사육이 많지 않은 만큼, 블루텅 위험도는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 속 ‘선택과 집중’에는 일단 빠졌다”고 설명했다.
검역본부는 “블루텅 혈청형은 20여종에 달한다. 아열대 지역에서는 연중, 전세계적으로는 상재된 질병 성격을 띤다. 질병 특성에 맞게 효율적 방역 대책을 마련·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의계 일각에서는 “주변국 발생 추이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매개체 활동 연장 등이 블루텅 국내 유입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또는 내년 발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블루텅이 대유행한 프랑스에서는 비축 백신을 피해지역에 우선 접종하고, 인접지역에는 차단 접종해 그 피해를 최소화했다. 백신은 충실한 질병 방어막이 됐다. 백신 비축과 더불어 매개체 감시체계 구축, 의심 사례 감시, 조기 신고 유도 등 선제적 방역망을 적극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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