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생산 중심서 외면받던 시절, 산업화의 첫걸음
수입 개방과 AI 질병 파동 속 위기와 기회 교차
웰빙 수요·가공식품 확산 등 힘입어 성장 가속화웰빙 가속화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전통적인 농가 부업에서 시작해 이제는 어느덧 한국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한 오리 산업. 오리 산업은 타 축종에 비해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급변하는 사회와 소비 트렌드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며 진화해왔다. 오리 산업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장을 해왔는지, 오리 산업의 역사를 정리해보았다.
◆태동기 (1960~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오리 사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고대 문헌 등에서 오리를 길렀다는 기록이 발견되고 있으며, 과거 농업 사회에서 논밭의 해충을 잡는 데 오리를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아닌 ‘오리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은 1960년~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시만 해도 오리는 닭, 메추리와 함께 알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곤 했다. 알 생산을 주된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정작 오리를 고기로 이용하는 것은 제한적이었고, 알 생산을 마친 늙은 오리를 고기로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개랑된 양계품종이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양계산업이 산란계와 육계로 분리되었고 산란계 산업의 확대와 맞물려 알 생산에 효율적이지 못한 오리는 뒤로 밀려나며 사육 마릿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성장과 위기의 시대 (1980~1990년대)
당시 오리는 주로 농가에서 소규모로 사육되거나, 오리탕 등 일부 지역 특산 요리 또는 약재로 소비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점차 소비가 확산되며 1980년대에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오리탕이 대중화되고, 오리 불고기 등도 전국적인 인기를 끌면서 오리고기에 대한 전국적인 수요가 생겨났다. 이는 소규모 사육에서 벗어나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인코리아와 충북에 자리 잡은 주원농산의 등장은 오리도 계열화사업의 길로 이끌었다. 오리고기의 공급을 확대하고 육용오리의 산업화 길을 걸을 수 있게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오리 산업은 본격적인 산업화에 접어들었다. 기업형 오리 계열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생산 시스템이 체계화되고, 오리 사육 농가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 시기 오리산업은 큰 시련을 맞게 된다. 1991년 오리고기 수입이 개방되면서 값싼 중국산 오리고기가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오리 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했지만, 중국 내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으로 수입이 중단되면서 가까스로 회복의 기회를 얻었다.
◆산업 안정화 시기 (2000년대 이후)
이후 오리 산업은 빠르게 회복하며 2000년대 들어서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이한다. 웰빙 열풍과 함께 오리고기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의 효능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소비가 급증했다. 어느덧 오리 산업은 농림업 생산액 기준 10대 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오리사육업은 축산분야 주요 품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현재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의 진화
오리업계의 급격한 산업화는 일부 고병원성 AI와 같은 질병 문제와 위생 및 방역 시스템의 미흡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여전히 오리 산업의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오리산업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 훈제, 가공식품 등 가정 간편식(HMR) 시장이 성장하면서 외식 위주였던 오리 소비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 축산 기술 도입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오리 털이나 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오리산업은 수십 년의 역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앞으로도 질병 관리, 생산 기술 혁신, 그리고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미래를 책임질 ‘지속 가능한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