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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없는 과학, 윤리와 혁신의 균형을 향하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 강민구 부장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켰지만, 그 이면에는 실험과 생산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동물이 있다. 이제 과학은 ‘가능한 것을 하는 학문’에서 ‘해야 할 것을 선택하는 학문’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명 존중의 가치를 과학의 언어로 구현하고, 윤리와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동물 보호를 위한 명확한 규칙을 마련하고, 세포실험이나 컴퓨터 모델링 등 대체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소비자 역시 동물 복지를 고려한 제품을 선택하는 태도를 통해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대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이야말로 동물 실험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다시 점검하고, 동물보호 선언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시기다.

 

현재 연구 현장에서는 동물 실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3R 원칙(대체·감소·개선)과 동물 복지 5대 자유(배고픔과 갈증, 스트레스, 질병, 불편함으로부터 자유와 정상적인 행동 표현)가 연구의 기본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을 통해 윤리위원회 심의, 관리기준, 복지제도를 체계화하며 연구의 신뢰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함께 지키고 있다. 이는 과학의 진보와 윤리적 책임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진전이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오가노이드,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은 동물실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의 혜택이 일부 선진국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국제 협력과 기술 공유를 통해 윤리적 연구의 확산 기반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혜택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동물 없는 과학’이 실현될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러한 윤리적 전환을 과학기술로 구체화하기 위해 연구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가축 유전자원 보존, 디지털 생명정보 관리, AI 기반 분석 시스템 등 정밀한 데이터 기반 연구를 강화하여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돼지 간세포 오가노이드 기술은 독성평가와 약리시험에 활용되어 반복 실험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제 동물실험을 대폭 줄이고 있다. 소의 소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체외 사료평가 기술 역시 사료 성분의 안전성과 효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어, 사료개발 전 과정의 윤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AI 기반 육계 체중 예측 모델과 디지털 정밀 낙농 시스템은 가축의 생리적 반응을 가상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사양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현장에 적용된다면, 연구 효율과 동물복지 수준이 함께 향상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물 없는 과학’은 단순히 연구 방법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경제·정책·국제 협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가능한 과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앞으로도 윤리적 연구기준 확립, 대체시험기술 개발 및 국제 협력 강화, AI 기반 정밀 연구체계 구축을 통해 정부의 동물복지형 연구정책 실현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생명 존중은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과학이 추구해야 할 궁극의 방향이다. 기술의 발전이 윤리의 진보로 이어질 때, 과학은 더욱 인간적이고 지속가능한 힘을 갖게 된다. ‘동물 없는 과학’은 그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정의로운 여정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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