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가도를 달려온 축산분야에 현안들이 널려있다.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질병으로 인한 문제점이 심각하다. 특히 경쟁력에 접근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온 양돈업이 사상 유례 없는 불황을 맞아 벼랑 끝에 몰려있다. 97년부터 이어진 IMF 파동을 잘 견뎌온 양돈업계가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수출길이 막힘에 따라 잉여현상이 바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장기간 호황세를 유지해오던 돼지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따지고 보면 몇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하나는 수출중단이고, 또 하나는 계속되는 수입, 그리고 무리한 모돈증식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한 두 가지 더 짚는다면 일부 부위의 편중된 소비선호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 미흡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양돈인들의 단합부재도 커다란 현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들어 축산업계가 무력감에 휩싸여 있는 원인에 대해 흔히들 구심점, 즉 강력한 리더가 없기 때문으로 본다. 특히 양돈업계는 이점에 더 더욱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업계가 호황때 분명 불황을 예견했으면서도 안이하게 대처 온 점이라던가, 당장 수출중단으로 돼지가격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생산조절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지도기능의 미흡이란 지적도 만만챦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모돈 10% 감축운동이 범양돈인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있느냐 하는 문제다. 지난 23일 정부가 양돈인들과 가진 회의자료를 보면 9월현재 8백37만1천마리로 사상 최대사육두수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9월의 모돈 도축율은 6.7%, 10월에는 6.2%로 오히려 모돈 도축율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면 왜 양돈인들은 양돈산업이 몰락할 형극의 장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즉, 정부 정책에 거꾸로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들이 지금 이시간에도 상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과거의 예로 보아 당면한 불황의 고비만 넘기면 호황사이클로 이어질 것을 내다보고 서로가 모돈 감축에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한심한 현상이다. 문제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상황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구제역으로 중단된 돼지고기 본격 수출이 현단계로 보아 1년이내에 실현이 기대난인 반면 국내 선호부위가 싼가격에 얼마든지 수입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전기업규모 대부분이 타인자본으로 규모를 확대했기 때문에 장기간 불황으로 이어질 경우 며칠 전 발생한 J양돈장 부도와 같은 사태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고 그 여파가 관련산업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작금의 상황대처는 결국 양돈인들의 선택에 달렸다. 서로가 모돈감축을 놓고 눈치작전을 펴다 양돈산업이 함께 몰락할 것이냐 아니면 생산조절을 통해 수급조절에 숨통을 트고 회생할 것이냐하는 문제다. 이와 함께 어떻게 하면 양돈산업이 글로벌 경제 체제 속에서 나름대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도 양돈인 스스로가 해결방안을 심각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 하루속히 업계간 갈등의 벽을 허물고 거듭날 수 있는 계기의 모색에 지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발벗고 나서는 안목이 긴요하다. 양돈인들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조직과 체계가 구심점없이 갈기갈기 찢겨져있는 현상태를 가지고는 양돈산업의 내일은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과 체제 구축에 양돈업계 지도자들은 발벗고 나서야 함이 거듭 강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