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고생만하고 보람을 느끼지 못한 아쉬운 행사였습니다.” 지난 1일 ‘2010 우수축산물 페스티벌’을 마치고 돌아가는 축산물 브랜드 경영체 한 관계자에게 4일간 행사참가 소감을 묻자 “얻은 것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전시회장을 빠져나가는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지난해 신종 플루 때문에 축산물 페스티벌이 전격적으로 취소되면서 브랜드 경영체 관계자들은 2년 만에 소비자들과 만나는 올해 행사에 남다른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올해 정부는 행사 통합 방침을 세우고 그 동안 별도 행사로 열렸던 농·수·축산업을 한 공간에 끌어 모았다. 축산인과 소비자, 그리고 바이어들의 축제로 평가 받아왔던 우수 축산물 브랜드 페스티벌은 그나마 정부 정책으로 육성해온 ‘브랜드’라는 어휘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농어촌산업박람회에 그대로 흡수당해 일종의 부대행사처럼 열렸다. 그러나 효율성을 앞세워 행사 특색을 그대로 지워버린 결과는 “비용만 낭비했다”는 혹평으로 이어졌다. 삼복더위 속 휴가철에 접근성 떨어지는 3층서 바이어 소비자 보기 힘든 형식적 행사에 그쳐 축산물 페스티벌에 참가한 경영체 관계자들은 “한여름 휴가철에 행사를 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코엑스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3층 전시장을 선택한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정부 관계자들이 개최장소로 코엑스를 고집하면서 전시장이 비는 일정에 맞추다 보니 소비자들이 휴가를 떠나는 삼복더위에 3층에서 행사를 열게 된 것 아니냐며 의심 섞인 분석도 내놓았다. 한 마디로 코엑스 전시장 일정에 꿰맞춘 행사라는 평가이다. 특히 축산물 페스티벌 행사장의 경우 메인행사 격으로 열린 농어촌산업박람회장을 거쳐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되는 전시홀을 배정받아 더욱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개막일인 7월29일 축산물 페스티벌이 열린 코엑스 3층 D홀의 입장객은 계수기 체크 결과 1천167명으로 집계됐다. 어느 정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했던 토요일인 31일에는 1천명을 겨우 세 명 넘어섰다. 농어촌산업박람회장인 C홀 입장객이 29일 9천148명, 31일 9천238명으로 집계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농어촌산업박람회장만 둘러보고 D홀의 입구를 제대로 못 찾아 그냥 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축산물 페스티벌이 어디서 열리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는 한 브랜드 경영체 관계자의 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경영체 관계자들은 “할인판매 매출이 형편없는 것은 차라리 말을 않겠다. 그러나 해마다 하던 축산물 바이어 초청 행사마저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경영체들이 많은 경비와 인력을 투입해 전시회에 참가하는 목적은 한 번이라도 더 많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잘 만나기 어려운 바이어도 만나 입점상담도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올해 행사는 역대 최악이다”라고 혹평했다. 농어촌산업박람회와 수산물 브랜드 대전에 참가한 업체들의 불만도 만만치 안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도 축산물 페스티벌이 ‘불고기 원조국 선포’를 통해 축산농가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었다는 대목은 아쉬운대로 성과로 남았다는 평가이다. 정부와 관련기관단체가 해마다 서울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치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축산업·수산업을 소비자들에게 좀 더 알려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가 담겨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검증 안 된 효율성에 떠밀려 그동안 애써 가꾼 ‘특색’마저 부정하는 사례가 또 다시 되풀이 되면 안 될 것”이라며 씁쓸해 하는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