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되돌아 보고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미래를 준비하는 시작점일 것이다. 2013년 한국축산을 선도하고 실천하는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농업인에게 주어지는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으로 선정된 김건태 비전농장 대표(충남 홍성), 그리고 이런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해 경영수업에 한창인 김기태군의 시각을 통해 지난 30년간의 축산을 평가하고, 향후 30년을 위한 발전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축산 환경 어렵지만 구성원 의지 따라 충분히 극복 가능”
>>김건태 명인
축산업 30년간 비약적 발전 이뤘지만
양적 성장만 치중하다 외부적 고립
입지 위협 환경규제·민원 정면돌파
축산 자원화·냄새 최소화가 관건
경쟁력 갖춘 농가 중심 정예화 추세
한국축산 질적 성장 전환점 삼아야
>>기태 군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반응을 보면
축산업은 아직도 성장 가능성 충분
우리 농장 양돈업계 첫 음악회 도전
참관객들 달라진 눈빛에 희망 얻어
양축현장 젊은 세대 유입 위해선
‘축산은 지저분하다’ 선입견 없애야
-한국축산업에 있어서 지난 30년의 의미는.
▷김건태 명인(父)= 한마디로 한국 축산업의 최대 번성기였다. 이 시기에 우리 축산업은 모든 축종에 걸쳐 거칠 것 없는 고속성장을 구가하면서 한국농업 경제를 떠받는 주축으로 떠올랐다. 농업 생산액 10대 품목에 7개가 축산이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물론 축산물 전면 수입개방이 현실화되고, 각종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육기반 마저 위협받는 위기에 놓여있지만 양적성장 만큼은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기태 군(子)= 지난 3월부터 농장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학창시절에도 농장일을 돕곤 했다. 그 때 당시와 비교해보면 농장시설과 장비가 매우 발전했다. 노동력 중심의 축산에서 시설 중심의 축산으로 변모했음을 짐작케 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사육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축산도 경영이라는 경제 개념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것 같다.
-우리 축산업계가 놓친 것도 적지 않은 것 같다.
▷父=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리고 각종 환경규제는 어찌보면 양적성장만 추구해온 데 따른 부메랑이라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 축산농가들은 더 이상 갈곳이 없게 됐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우리 축산업계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현상이었다.
▷子= 농장에 들어오기전 천안에서 식육판매점을 했다. 우리 농장에서 생산한 축산물만을 판매했는데도 계절에 따라서는 품질의 균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더욱 확대된 느낌이었지만 국내 축산물 전체가 이러한 요구를 만족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때도 적지 않았다.
-축산업계만의 문제였나.
▷父= 한국 축산업의 성장은 소비자의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정부에서도 축산업의 급격한 팽창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대책만 마련하는데 급급했을 뿐 실행에는 비중을 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축산업계와 정부 양측 모두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子= 과거 아버님이 재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고민하던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당시 생각했다.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보지 못했다. 정책의 효율성을 되짚어봐야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한국 축산업의 성장기는 끝났다는 평가도 있다.
▷父= 이제는 질적성장이 중요한 것 아닌가. 보다 전문화되고 능력있는 축산농가만이 생존하면서 정예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는 한국 축산업의 또다른 발전, 즉 질적성장을 구가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끊임없는 공부와 기술도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더욱 안전하고 고품질의 축산물 생산 노력이 뒤따를 것이다. 정예화된 농가들에 의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축산환경 문제도 충분히 해결되리라 본다. 큰 폭은 아니더라도 사육두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자급률 유지 차원에서라도 소비증가분 만큼 사육두수도 증가하지 않겠나.
▷子= 축산물, 특히 국내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감안하면 아직도 성장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 축산업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면 농장에 뛰어들기 힘들었을 것이다.
-농가수 감소는 축산업계의 정치적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父= 미국에서는 소수의 소 사육자(물론 대규모이겠지만)가 의회를 점령하고 있다는 내용을 어느 책에서 접해본 기억이 있다. 축산업계는 앞으로 또다른 시각으로 우군을 만들어가는데 노력해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소수정예화가 반드시 불리한 것 만은 아니다. 정예화된 농가에 의해 각종 질병이나 환경이 개선되고, 경쟁력도 대폭 끌어올려진다면 축산업이 막연한 오해에 의해 매도 당하는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요즘은 다수와 소수가 싸우면 소수가 이기는 시대 아닌가.
▷子= 아버님과 같은 생각이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외부환경도 충분히 변화시킬수 있으리라 믿는다.
-향후 30년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父= 육류, 즉 단백질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이제 백세까지 살수 있는 시대다. 탄수화물로 60년을 살았다면 축산물이 40년의 수명을 더 늘어나게 한 셈이다. 그런만큼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운 먹거리 공급에 축산업의 발전방향을 맞춰야 할 것이다. 오로지 육량만을 감안한 ‘가둬키우는 축산’에서 벗어나야 한다. 돼지가 원하는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해야 건강한 가축, 안전한 축산물 생산이 수월해 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산업 위상에 걸맞는 농가인식의 개선일 것이다.
농가 스스로의 노력여하에 따라 우리 축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느냐. 아니면 수입축산물에 자급력을 상실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가축질병의 차단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子= 소비자 요구에 부응할수 있는 고품질의 축산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경우 몇 번의 구매를 통해 품질의 좋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가격이 높더라도 기꺼이 수용하고 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환경규제도 빼놓을수 없을 것이다.
▷父= 피하기 보다는 정면돌파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정부나 지역주민. 지자체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서두른다면 충분히 환경문제를 극복할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동물복지 시설로도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미생물을 활용한 자원화와 그 액비를 활용한 사료작물재배에 나서면서 가축분뇨와 냄새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축산물 생산은 물론 자연환경까지 좋아지는 일석 다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가축분뇨 처리의 핵심은 부패하지 않고 분해가 되도록 하는 노력일 것이다.
▷子= 우리 농장에서 개최된 음악회는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데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농장에서 2주간 숙박을 하며 현장을 경험한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냄새가 많이 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와서보니 다르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환경규제도 해결되고, 규제일색의 정책도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축산농가 힘만으로 가능하겠나
▷父= 얼마전 환경부 차관이 우리 농장을 방문했을 때 축산농가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가축분뇨를 포함한 축산환경문제를 농림축산식품부 한 부처가 맡아 해결하고 환경부는 제재만 가하는 지금까지의 접근 방법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축산환경문제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필요하다면 전 부처가 공동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물론 현장을 아는 정책이 전제다.
주위에서는 본인을 지나친 긍정주의자라고 한다.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다. 전세계 어디를 가봐도 우리 국민처럼 똑똑한 민족은 만나보지 못했다. 축산업이 모든 면에서 열악한 것 같지만 충분히 헤쳐나갈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子= 젊은 세대의 유입없이는 인력난 해소는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이를위해선 제일먼저 축산이 지저분하고 냄새나며 힘들다는 선입견부터 달라지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축산업계도 취업이전 학생에 대한 다양한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건태 명인이 걸어온길
-1978년 비전농장 설립 -한돈협회 홍성지부장
-한돈협회 중앙회장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 -농림축산식품부 농정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