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산은 1950년 한(육)우 39만두, 젖소 약 800두, 돼지 약 16만두 등 그 규모가 초라했지만 현재의 축산은 사육두수를 차치하고라도, 2013년 축산업 생산액이 16조 2천억 원으로 전체 농림업생산액의 약 35%를 차지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이렇게 양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시장개방으로 인한 구조조정, FMD와 AI와 같은 질병,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 등을 겪으면서 우리 축산인 들은 우리 축산물의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며 많은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에 축산신문 30년을 축하하며 본 글에서는 우리나라 축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소비측면에서 바라보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노력해야할 바를 적어보려고 한다.
질병관리·작업장 청결 유지…안전·위생은 기본
생산비 절감 전방위적 노력…가격 경쟁력 확보
소비자 애국심 호소 지양…전략 마케팅으로 승부
여건변화 맞춰 정예화…전문 축산인 양성 힘써야
우리나라 축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 중, 그 첫 번째는 우리나라 축산물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 향상이다. 이는 수입 축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시장을 보호하고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 과제는 국내 뿐 아니라 국외 소비자들도 식품 선택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는 요소인 위생과 안전이다. 특히 고질적인 동물 질병 관리와 생산 작업장의 청결상태 관리는 백번을 주의하여도 모자람이 없다. 세 번째로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판매가 아니라 우리나라 축산물 소비를 선도할 수 있도록 계획적이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수립하여 시장 차별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한다.
1995년 WTO가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축산물 시장은 수입축산물 통제가 가능하여 국내시장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축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크게 변하여 1995년 유제품시장 개방을 필두로 1996년 돼지고기와 닭고기 시장이 개방되었고, 2001년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었다. 더욱이 DDA 농산물 협상이나 거대 경제권과의 FTA의 진전으로 시장개방의 폭은 더욱 확대되어 현재는 수입축산물과 무한 경쟁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EU의 2014년~2020년 CAP(Common Agricultural Policy, 공동 농업정책) 개혁으로 전 세계의 농업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CAP 개혁의 주된 주제는 농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그리고 시장지향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한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축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입축산물과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 축산물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 향상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가격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축산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나라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축산업을 계속해서 영위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조금이라도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사료비용 절감노력과 축사시설 관리 및 가축사육방법을 개선을 포함한 질병관리 그리고 유통비용 절감노력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다. 배합사료 가격안정제도 도입, TMR 사료센터, 퇴비유통센터 건립 등이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축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모성 질병 등에 대한 질병관리로 생산비를 감소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부-생산자단체-농가가 정부의 방역대책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질병관리에 대한 상벌체계가 뚜렷해 농가차원에서도 관리를 게을리 하는 농가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축산물만의 차별화된 시장을 이룰 수 있도록 가격경쟁력과 더불어 품질경쟁력 향상을 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호를 선도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철저하게 사양관리를 해야 한다. 소비자의 기호는 계속 변한다. 지난 30~40년간의 역사만 보더라도 소비자의 기호는 경제상황과 생활환경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격 및 품질경쟁력과 함께 우리 축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는 위생과 안전문제이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FMD나 AI 그리고 작업장의 청결·위생 문제에 대한 부정적 언론 보도는 단순히 생산비 증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시켜 사회적 기회비용도 상승시킨다. 우리는 그동안 국내 소비시장을 보호하려고 무던히 애애써왔다. 그 결과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국산 축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시장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축산물이 수입축산물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이 신선도와 위생·안전성이다.
작업장의 청결·위생은 인위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 신경 쓰고 관리하면 충분히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청결·위생임을 인지하고 더욱 위생·안전 상태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측면에서 바라보는 세 번째 과제는 소비를 선도할 수 있는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우리 축산물 마케팅 전략 수립으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인 들은 좀 더 탄력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사회·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축산물은 다른 상품과는 다르다. 아직도 소비자들은 축산물을 고를 때 시각에 의존해서 상품을 고른다. 이러한 소비자 행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축산물 소비시장을 보면, 소비자 기호와는 상관없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단순화되어 있다. 우리가 눈을 돌려 가격과 품질을 좀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소비자 계층을 나누고 계층별 구매행태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사양관리부터 마케팅까지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해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수입축산물과 가격경쟁도 가능하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제이자 새로운 시장 구축을 위하여 한 가지만 더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인구 전체가 그러하지만 농축산업의 고령화는 다른 산업에 비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축산 농가는 12만 9천호로 앞으로 10년 후면 약 6만 농가로 감소한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농가 수의 감소도 아쉬운 일이지만 축산농가의 고령화 비율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축산업을 이끌어갈 인재양성이 너무나도 아쉬운 실정이다. 과거의 가족경영 축산보다는 전문적인 인재 양성에 더욱 공을 들여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미래 경제 및 사회상황에 맞추어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된 인구가 어떻게 축산물을 소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축산물 제품 생산 및 마케팅전략을 기획하고 행할 수 있도록 보다 전문적인 교육으로 인재양성을 이루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은 감히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축산인들의 고통과 땀과 노력으로 일구어낸 눈부신 결과이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사회·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수입축산물에 잠식당하지 않고 이렇게 축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킨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산재한 과제들이 많지만 협력하여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건전한 축산인들이 있기에 앞으로 30년 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