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축산물 유통산업이 한 축으로 정착하기까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축산물의 체계적인 생산도 1990년대에 전업화·규모화 되면서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서, 지난 50년전 까지만 하여도 경종농업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가축은 육용보다는 역축용으로 사용하였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축산물 생산량과 소비량이 적었고, 대부분 육가공업체가 영세하였으며 정육점 또한 소규모이었다. 축산물이 유통산업으로서 정착하는 시기는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80년대까지 소매업자가 생축 구입 위탁 도축해 정형 판매
90년대 WTO 출범으로 대응 위한 유통 개선 필요성 증대
LPC 등장으로 도축·가공·유통 일관화…위생·안전성 강화
2000년 이후 브랜드·이력제 사업 우리 축산물 경쟁력 제고
2011년부터 도축장 자율 구조조정 진행 불구 한계 드러내
국내 축산물 유통의 발달과정
축산물 유통업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대규모 유통점에서는 축산물을 일부 품목으로서 취급했고, 판매방법도 독립된 판매가 아닌 타 식품과 함께 판매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1990년대 접어들면서 경제발전과 함께 축산농가는 전업화 및 기업화 형태로 규모화 되고, 소비자는 위생적이고 고품질 축산물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에, 도축장 및 육가공업체는 현대적인 시설을 구비하여 위생적이고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게 되었으며, 정육점 및 대형 할인점 등도 위생적 시설관리와 체계적인 판매관리가 시작됨으로서 현대적인 축산물 유통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내 축산물 유통업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정육점 등 소매업자가 양축농가 및 가축시장에서 직접 생축을 구입한 후 산지 도축장에서 위탁 도축하여 지육상태로 가져오거나 도매시장에서 경매에 의해서 지육을 구입한 후, 이를 가공 정형작업 후 부분육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생산농가에서는 육가공업체나 정육업체를 소개 알선하는 중간 유통업체의 의존율이 컸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축산물 수입개방이 본격화 되면서 위생적이고 고품질의 축산물 생산 필요성이 증가되어 축산물 시설 및 유통의 현대화가 추진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축산물종합처리장(LPC = Livestock Packing Center)이다. 즉, 축산물의 도축, 가공 및 유통을 일괄관리하는 시스템으로서 유통의 효율화와 비용절감 그리고 소비자에게 위생적인 축산물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에 정육점 또는 판매점내에서 지육을 발골, 정형하여 판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시설과 위생적인 관리 하에서 부분육별로 정형 작업함으로서 작업의 전문화와 생산성 증가가 가능했다. 이러한 국내 축산물 유통구조는 일부 부위만을 선호하는 국내 식육 소비문화 구조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육류시장에서 저지방 부위를 해소하고, 국제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육가공업체에서는 판매처별로 구입하기 원하는 부위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지방부위는 수출 및 이차 육가공제품으로 대량 제공이 가능함에 따라 국내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선호 부위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저지방 부위는 수출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더욱이 육가공업체의 발달은 전문인력 육성과 축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90년대 세계적인 무역 흐름이 WTO체계로 출범하면서 육류 수출입이 활발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육류수입 개방과 수출의 필요성이 높아져 국제 경쟁력 확보에 대한 효율적인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생산 부분에 있어서는 고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양돈 수출단지가 조성됐고, 육가공부문에서는 생산과 도축 및 유통을 일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축산물종합처리장(LPC)이 설비됨으로서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유통관리 시스템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추진하여 체계적인 사양관리(양돈 계열화)와 위생적인 유통시스템이 이루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 이후 국내 축산물의 도축물량이 감소하면서 고정자본에 대한 과다한 감가상각비 등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었다. 2011년부터는 도축장구조조정법에 의거 경영이 어려운 도축장을 정부의 자금 50%를 지원하면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여 2015년까지 도축장 수를 36개로 목표로 추진했다. 그러나 2015년 8월 현재 도축장 수가 71개로 자율 구조조정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 2001년 쇠고기가 수입 자유화되면서 우리나라 축산물 유통은 더욱 복잡하게 되었다. 국내산 전문유통업체, 수입육 전문유통업체, 그리고 국내산과 수입육을 함께 취급하는 유통업체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축산물 유통업체가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업체에서는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함으로서 국내산 육류까지 소비자로부터 불신과 외면을 받는 경우도 발생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축산물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추진사업으로서 유통이력제 및 브랜드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축산물의 수입량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국내 축산물이 수입육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브랜드 사업은 기존의 브랜드 사업이 주로 육가공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또 추진 동기가 타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이루어졌다.
1990년 이후 축산물 수입 자유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축산업체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축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유통구조를 개선하여야 하는 인식 하에 추진되었다. 또한, 소·돼지이력제도는 소, 돼지의 출생부터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 관리하여 위생,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하여 신속하게 대치하기 위한 제도로서 쇠고기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원산지 허위 표시나 둔갑판매 등이 방지되고, 판매되는 쇠고기 및 돼지고기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어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육류 생산량·소비량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주요 육류 생산 및 1인당 소비량과 가격흐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육류 전체 생산량(한우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은 1985년 590천톤에서 2014년에는 1천608천톤으로 30년 동안 약 2.7배가 증가했다. 이를 10년 주기로 살펴보면, 한우 쇠고기는 1985년 118천톤에서 1995년에는 155천톤으로 31% 증가했고, 2014년에는 261천톤으로 ’85년 대비 121%, ’95년 대비 68%가 증가했다. 돼지고기는 1985년 346천톤이던 것이 1995년에는 639천톤으로 84% 증가했고, 2014년에는 827천톤으로 ’85년 대비 139%, ’95년 대비 29%가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85년 14.4kg에서 2014년 45.6kg으로 30년 동안 3.1배가 증가했다.
한편, 도매가격 추이를 보면, 한우고기의 경우 ’85년 4천384원/kg이던 것이 ’14년 1만4천247원/kg으로 소비량과 비슷하게 3.2배가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85년 2천341원/kg이던 것이 ’14년 5천022원/kg으로 2.1배가 상승했다. 결국, 국내 축산물의 가격은 국민들의 소비량 증가속도에 비례하여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