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라고 한다. 사람이 있어야 산업도, 사회도 존재 가능하고, 나아가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축산은 갈수록 사람이 없어지는 환경에 한발씩 매몰돼 가고 있다. 축산농가는 이미 초고령화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축산은 불과 몇 년 안에 FTA나 규제강화 때문이 아니라 가축을 기를 후계자가 없어 스스로 무너지는 악몽 같은 현실과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축산을 위해선 축산업계 스스로 인재를 키워내고, 축산현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인재 육성에 한국축산의 100년 대계가 달려 있다. 축산정책도 이제 자본투입 중심정책에서 사람중심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앞으로 우리 축산을 이끌어 나갈 청년들을 위해 지금 현장에서 가축을 키우고 있는 후계농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농협축산경제의 생산기반강화 프로젝트의 진행방향을 짚어봤다. 특히 미래 축산인을 꿈꾸는 축산학도들의 요람도 찾아가 봤다.
식량산업 주체로서 스스로 자긍심 고취
후계 교육·지원 체계화된 시스템이 관건
농협축산경제 생산기반 강화 위해 1천억 투입
’20년까지 신규 후계농 5천100호 육성 박차
>>후계농이 말하는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은
지금 현장에서 가축을 키우는 청년들이 바라보는 축산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어떤 자세로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을까.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축산생산기반강화 프로젝트인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구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생각을 모아봤다.
먼저 충북에서 낙농을 하고 있는 청년들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규씨(청주 제일목장)는 “삶의 질이 낮다. 목장에 일 년 내내 메여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부분이 될 수 있다. 수익을 떠나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곽노준씨(청주 민천목장)는 “쿼터 임대를 통해 청년들이 낙농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대화 시설에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민씨(충주 주은목장)는 “지금 상황은 자본이 충분하고 시설이 좋은 농가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젊은 농가들은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신용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홍섭씨(진천 동인목장)는 “삶의 질의 핵심은 헬퍼다. 지원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헬퍼 인력도 좀 더 전문적인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후계농가 심포지엄에서 만난 청년 한우농가들은 현장에서 부딪치며 느끼고 있는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권태현씨(김해 태현농장)는 “2011년 한우 20두로 시작해 300두까지 늘렸다. 소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옛날 축사에서 지금의 현대화된 신축우사까지 한 계단씩을 올라가며 꿈을 이뤄왔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계속 노력하니까 성과가 나오더라. 시작이 중요하다. 후계자 교육과 지원시스템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조민형씨(세종 운주산목장)는 “처음 아버지와 소를 키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계획도 없는 것 같고, 사양관리 기록도 안 하신다. 그동안 소를 어떻게 길렀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농협축산경제의 후계농 교육에 참여하면서 너무 좋은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또래들과 얘기해보니 대부분 부모님과 갈등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 세대는 계획보다 실행이 앞서 있고, 그 실행력이 우리 가족의 지켜온 생활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 방식대로 따르면서 적절한 시기에 하나씩 하나씩 내가 배운 것을 적용해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청년 한돈농가 역시 고민거리는 비슷했다.
이훈희씨(논산 대훈농장)는 “가족끼리 밤낮 붙어있으면서 일을 하면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하는 방식이나 견해 차이를 좁히기 힘들다. 그래서 부모님과 분업화했다. 일을 나누니까 자기 일에 더욱 집중하게 됐고,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다. 기본적으로 부모님을 경영주로 생각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편이다. 앞으로 직접 농장을 경영하게 되면 인력 공백문제, 그리고 농장규모를 키울 것인지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할지 많은 과제가 생길 것이다. 정부나 협동조합이 이런 점을 감안해 꼭 필요한 부분을 찾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조합별 소규모 모임이라도 청년 축산인들이 자주 모일 수 있도록 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명규씨(당진 명규농장)는 “98년 농수산대학에 입학하고 99년부터 2세로 농장에 참여했다. 아버지는 현재 은퇴했다. 그 전에는 아버지가 갈등이 적지 않았지만 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을 했었다. 젊은 농가의 고민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결혼과 육아, 자녀교육, 취미활동, 휴일도 없는 노동 등이 그 것이다. 또 생산성과 원가절감, 냄새민원, 지역주민과 갈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성 등도 고민거리”라고 했다. 전씨는 특히 “젊은 축산농가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다. 우리는 농부다. 근본이다. 모두 자긍심을 갖고 파이팅하자”고 강조했다.
>>농협축산경제 ‘생산기반강화 프로젝트’는
농촌에서 청년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농업이 힘들고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산의 경우에는 본인의 능력여하에 따라서는 높은 소득이 보장될 수 있고 도시근로자 수준 이상의 여유로운 생활도 즐길 수도 있다.
그 예로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 조사결과를 들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 가구 평균소득은 6천814만원이다. 그 중 축산학과 졸업생의 평균 가구소득은 9천71만원(대가축학과 7천303만원, 중소가축학과 1억840만원)으로 기업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임연봉 평균 3천48만원의 세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가 농촌을 찾아 가축사육업에 뛰어 들기 위해선 적지 않은 난관도 존재한다. 축산을 환경오염산업으로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 초기 투자자본 과다, 각종 규제강화 등 넘어야 할 진입장벽이 많다.
농협축산경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축산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자체예산 1천억원을 우선 투입해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운동’ 추진을 시작했다.
주요내용은 ▲젊고 유능한 전문 축산인력의 신규 창업 지원 ▲휴·폐업 및 고령화에 따른 유휴축사를 신규 축산농가에 분양 임대하는 축사은행사업 ▲소규모 친환경 축산단지 조성사업 ▲중소규모 번식우 위탁농가 육성사업 ▲축산 귀농·후계농 종합상담센터 운영 ▲한우도우미(헬퍼)사업 ▲한우사랑운동 등이다.
이를 통해 적어도 2020년까지 신규 축산후계농 5천100호를 육성해 우리나라 축산생산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