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격인가. 일선축협이 노사문제라는 암초에 부딪쳐 기약없는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축협 노사는 최근 무더위속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협상이 교착상태를 보이면서 일시적이나마 조합 문(門)을 닫는 정말이지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노사문제가 이처럼 교착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그것이 협동조합이란 특수한 집단의 문제인데다 일선축협이 처해 있는 현실이 이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사문제는 따지고 보면‘빵’의 문제이기 때문에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노사간 양보와 타협에 의해 풀리는게 상례다. 하지만 일선축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노사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조가 결성된 80여개 조합중 50여개가 재무구조 적기시정조치를 받아 합병을 해야 하거나 특단의 경영개선을 이뤄야 하는데서 보듯 노사문제는 대부분 재무구조가 부실한 조합의 문제다. 재무구조가 건전한 일부 조합 역시 노사가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부실조합의 경우 노조원들은 대부분 기본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장래를 내다보며 ‘빵’문제를 다소 양보하고 싶어도 조합이 언제 어떻게 합병되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된들 지금보다 못하겠는가”라는 자포자기에 빠져들기 쉽다. 사(使)의 입장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임금을 올려줄수 있는 살림살이가 안되는데다 무리를 해서 올리려 해도 부실조합이란 이유로 중앙회가 채워놓은 ‘족쇄’ 때문에 재량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서로의 양보와 타협이 기능할수 있는 공간이 없는 한계상황은 노사 모두를 딜레마에 빠져들게 함으로써 조합이 문을 닫는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빚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지금의 문제를 일선축협 노사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중앙회와 감독부처가 이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노(勞)와 사(使)의 타협과 양보가 기능할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노사문제가 타결되기를 바랄수는 없는 것이다. 구조조정차원의 재무구조 적기시정조치를 내린 중앙회와 감독부처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앙회는 합병작업만 밀어부칠게 아니라 선(先)지원 후(後)구조조정의 원칙을 갖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노사타협의 여지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노사문제 해결없이는 일선축협 구조조정 역시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흑자를 낸 중앙회가, 생산자단체의 장(長)으로서 시중은행장과 같은 몇억원의 연봉을 받는 중앙회장이 축협 노사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부쳐야 할때다. 여기서 한가지 더 강조할 것은 일선축협 노사가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는 점이다. 노(勞)측은 농·축협통합을 막기 위해, 다시말해 축협을 살리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것-경우에 따라서는 사(使)측의 장려도 있었다-이란 사실을 잊지 말고 사(使)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조합문을 닫을 정도의 강경투쟁은 지양해야 하며 생우수입과 구제역등 하나같이 어려운 현안에 둘러싸인채 신음하고 있는 조합원과 축산인을 생각해야 한다. 축협인들이 없던 노조를 만들면서까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축협이 통합이란 물결에 휩쓸리고 만 것은 따지고 보면 조합원을 진심으로 살피지 못했기 때문임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은 그 교훈을 되새기며 노사가 모두 고통을 나누며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해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