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현범 교수(단국대 생명자원학부 동물자원학전공) 유난히도 무더웠던 날들이 잊히는 시원한 바람이 좋고 들판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란 벼이삭이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계절이다. 맑은 날씨에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한가로이 산책로를 걷고 있자니 간만에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더욱 좋다. 하지만, 휴대전화로 전해지는 럼피스킨 발생 관련 일시 이동 중지 명령 문자는 잠깐의 여유로움을 사치로 만들기에 충분한 듯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그리고 럼피스킨 등 최근 국내에서 발생되고 있는 가축 질병들은 외래 가축 질병으로 분류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노력과 자원을 소모하며 근절해야 하는 국내 발생 가축 질병이 되었다. 이러한 가축 질병 외에도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외래 가축 질병이 아직도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외래 가축 질병의 유입은 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국가 경제와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외래 가축 질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외래 가축 질병 유입 억제 방안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금 상기해 보고자 한다. 외래 가
[축산신문] 박종수 명예교수(충남대학교) <표 1>은 EU-27 및 미국, 일본 등의 최근 원유(原乳)에 대한 농가 수취가격을 나타낸 것이다. 국내 원유가격은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2022년에는 특히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는 바, 이는 2022년에 발생된 폭염과 혹독한 가뭄 등으로 인한 사료작물의 작황부진과 원유의 생산량 감소, 같은 해 2월에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활치 못한 연료공급체계 등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에 따른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의 가격이 이러한 외부적 요건이 가격에 반영됐다. 특히 EU의 낙농 핵심국인 독일의 경우 2021년도 수취된 최소가격(7월 기준)이 5만3천910원이었으나, 2022년 최고 수취가격은 2021년에 비해 무려 68%가 상승한 9만638원이었다. 이 가격은 2024년 7월 우리나라의 농가 수취가격 12만3천839원의 73.2% 정도다. 미국과 EU-27 등을 비롯한 전 세계 원유의 농가수취가격이 다시 2023년에 들어 들면서 안정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래도 우리나라의 원유가격에 비해 약 45~50%로 낮다. 지난해 가장
[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전북대 겸임교수)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그의 대표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책이나 영화를 통하여 이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소설이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비관주의에서 낙관주의로, 개인주의에서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는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소설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일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난 우리가 싸워서 지켜 온 모든 것을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해. 자유와 존엄,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일할 권리, 굶지 않을 권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해.”라고 강하게 외쳤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우리 축산인들도 자신들이 사육하는 가축들을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오늘의 대한민국의 위생적인 먹거리 제공에 적지 않은 노력으로 일관하여 왔고, 더 나아가 생산성 향상 및 친환경 축산,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을 말 그대로 정신없이 달려온 주인공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젠 자괴감에 빠져 가슴을 치며 “진정 우리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려왔나?”라고 외치고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에
[축산신문] 김성진 소장(아태반추동물연구소) ICT와 동행하는 동물복지 ③ 며칠 동안 굶주렸다. 새벽부터 일어나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사냥도구를 집는다. 곰 부족 구성원은 모두 비장한 눈빛이다. 이들은 재빨리 어미곰을 쫓아 동작이 허술해진 순간을 포착해 일격을 가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단번에 쓰러질 곰이 아니다. 곰 부족 사냥꾼들은 몇 시간의 실랑이 끝에 가까스로 어미곰을 쓰러뜨렸다.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으나 이제 식구들을 먹일 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어쩐 일일까? 곰 부족은 아기곰들을 죽이지 않는다. 그리고 쓰러진 어미곰을 마을로 당장 데려가지도 않는다. 대신 말린 풀대에 불을 붙여 곰 입에 물려주고 한동안 서있다. 그날, 사냥한 곰고기는 부족의 소중한 식량이 되었다. 먹고 남은 뼈는 땅에 묻어주는데 묻는 동안 사람들은 곰에게 왜 곰을 죽여야 했는지 설명하고, 그로 인해 여러 사람이 굶주리지 않고 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를 전한다. 이들은 먹기 위한 일 이외의 곰사냥은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곰을 보호하고 의미 없이 곰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엄벌에 처한다. 아메리카 곰 부족 인디언의 이야기다. 인류학자들은 수렵과 채집 생활을 했던 고대 인
[축산신문] 박 종 수 명예교수(충남대) 우리나라의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높은 이유로 흔히 원유가격의 생산비 연동제와 높은 유통비용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유업체는 물론 정부당국과 소비자들의 시각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생산비 연동 가격제로는 낙농가들의 경영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생산비 연동 가격제도를 지속하는 한 낙농산업의 경쟁력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행의 평균생산비 연동 가격제도에서도 평균생산비 이하로 원유를 생산하는 상당수의 농가는 경영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어느 농가가 경영개선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겠는가? 생산비 연동 가격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당시 국내 젖소 1두당 평균 산유량이 8천647L였으나, 2023년에는 9천273L로 7.2%가 증가되어,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원유 1리터당 생산비도 2013년 807원에서 2020년에는 809원으로 2023년에 1천3원(이상기후, 수송비 급상승 등으로 국제사료가격 급상승)으로 각각 0.2%와 24.3%가 증가하였다. 이 같은 지표들은 농가들도 부단히 경영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원유가격을 시장수급에 맡기고 있는 나라에서도 원유가격이
[축산신문] 이만영 박사 (前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과장) 꿀벌에게 있어 다양한 꿀샘식물(밀원)은 생존과 종족 번식의 근원이다. 국내 주요 꿀샘식물로는 4월 벚나무, 5월 아까시나무, 6월 밤나무, 7월 피나무 등이다. 양봉농가는 5월 강한 벌무리(봉군)을 조성해야만 꿀을 생산할 수 있다. 고도의 사회성 곤충으로 철저한 조직적인 생활을 하는 꿀벌을 다루는 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양봉은 단순한 개체사육이 아닌 벌무리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반면에 조직은 필요한 전략과 기술(전술)이 필요하다. 꿀벌의 상호 소통에는 페로몬(체외로 발산하는 호르몬) 방출의 화학적 소통과 몸으로 춤을 추는 물리적 소통이 있다. 화학적 소통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여왕벌이 같은 암컷인 일벌들이 산란을 하지 못하도록 산란억제 페로몬을, 유충들은 먹이를 달라는 페로몬을, 일벌들은 외적이 침입하였을 때 경보페로몬 등을 발산하여 동료들에게 신속하게 이를 알린다. 물리적 소통은 외부에서 화밀(꽃꿀)을 가져오는 외역벌이 벌통 내에서 자신의 동료들에게 먹이의 위치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춤을 말한다. 먹이의 위치가 90m 이내로 가까울 때는 원형 춤을 추며, 거리가 멀리 있을 때는 태양, 벌통, 꿀샘
[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전북대 겸임교수) 독수리는 강한 정신 덕분에 70세까지 살 수 있지만 40살이 되면 가장 혹독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구부러진 발톱이나 부리로는 더 이상 사냥이 불가능하고, 깃털은 무거워져 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 독수리는 이대로 죽음을 기다릴지, 고통스러운 변화를 감내하더라도 더 살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만 한다. 만약 더 살기를 작정했다면 고통스러운 변화를 위해서 독수리는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내리쳐 부순다. 낡은 부리가 떨어져 나가면 새로운 부리가 자라고, 이 부리로 자신의 발톱과 깃털을 뽑아내어 새롭게 자라나게 한다. 이 환골탈태의 과정은 약 150여일이 걸리는데 이 시기를 견디는 독수리는 추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와 비슷한 것을 알을 낳는 산란계 농장에서는 환우(換羽)라는 과정을 통하여 이미 체험했을 것이다. 노쇠하여 산란성적이 떨어지는 닭을 일정기간 의도적으로 굶기면서 강한 스트레스를 주면 기존의 털이 빠지고, 신체조직의 재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다시 원기왕성한 닭이 되어 침체했던 산란성적을 끌어올리면서 수명을 연장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상
[축산신문] 김 성 진 소장(아태반추동물연구소) ICT와 동행하는 동물복지 ② 오랜만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였다. 2022년에 텔레비전 공중파를 타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가 부조리한 사회와 고정관념에 대한 법적 시각을 흔들어 의뢰인을 돕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 시리즈 중에 ‘방구뽕’ 이야기는 자칭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의 재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극 중 어린이 총사령관(방구뽕)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은 어린이를 가혹한 환경에서 공부시키기로 유명했다. 방구뽕은 학원 학생들을 납치하고 학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사실 그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어린이들을 놀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까지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걱정해 잠시라도 마음을 풀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필자는 본 에피소드를 감상하며 만약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그들의 부모가 알고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 가혹한 교육을 하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져 보았다. 우리가 키우는 가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가축에게서 얻는 생산물은 인간이 생산과 삶을 영위하는데
[축산신문 기자] 김성훈 소장(한돈미래연구소) 한돈팜스와 피그플랜 등 농장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농장을 관리하는 1천91개 농장(모돈 상시사육두수 50만9천632두)의 2023년 성적을 종합해 보면 분만율이 80.7%, 모돈교체율이 40.13%, PSY가 24.24두로 각각 집계돼 있다. 특히 모돈교체율은 한돈미래연구소(2022)에서 600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농가경영실태조사에서도 38.2%를 갱신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 중 모돈교체율은 세계 주요 양돈국의 44~63% 보다 많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태·폐사 비율로 산출 우리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농장관리 프로그램에서 계산하는 모돈교체율은 모돈으로 보충된 두수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도태나 폐사 등 모돈군에서 제외된 종돈의 비율을 계산하고 있다. 얼핏 두 가지 방법이 동일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기록관리 측면에서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먼저 종돈군에서 제외된 모돈 두수로 계산할 경우, 농장관리 프로그램 특성상 모돈의 도폐사 등 모돈이 돈군에서 제외 될 때의 기록이 100% 완벽하게 입력되지 않을 수 있다. 관리대상 모돈을 확인하면서 농장에는 없으나 기록상으로 남아있는 종돈이 발견될 때
[축산신문] 김현범 단국대 교수 대한민국 국민의 연령별 인구 분포를 확인해 보았다. 필자도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연배가 높아졌다고 예상했지만 현재 대한민국 인구 중 필자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3천만이 넘는다는 사실에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보다 어려운 시절을 겪으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필자의 청소년 시절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다소 고민이 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양해를 구하며 필자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은 현재와 같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절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고 성인이 되고 난 후 안 사실이지만, 필자가 청소년기를 보낸 1980년대는 많은 노동자들의 땀으로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였기는 하나 일반 국민의 생활이 지금과 같이 넉넉하지만은 않았다. 필자의 경우에도 지금처럼 여유롭게 외식을 했던 그때의 기억은 거의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어려운 살림에도 어머님께서 종종 동네 식육점에서 구매해서 저녁에 준비해 주시던 삼겹살의 기억은 뚜렷하다.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고기하면 삼겹살을 우선적으로 식구들을 위해 준비해 주시
[축산신문] 함영화 대표 (주)애그리로보텍 생산자‧학계‧산업계 각자 역할 인식부터 국내 축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축산물의 부가가치 및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이라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화, 자동화, 무인화를 통해 기존의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정밀관리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정밀관리는 스마트팜 시스템의 구축이 전제돼야 하지만 양축현장에서는 똑같이 스마트 축산을 적용하면서도 성공하는 농장과 실패하는 농장이 병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 항상 성공하는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는 걸까, 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지금도 현장적용 한계 ‘논란’ 낙농 스마트팜 장비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로봇착유기의 국내 정착 과정을 살펴보면 도입초기에는 농가들 사이에서 국내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로봇착유기의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로봇착유기 관련업체들이 사업을 축소 또는 포기하거나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로
[축산신문] 이만영 박사(전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과장) 꿀벌의 벌무리(봉군) 구성은 1마리의 여왕벌,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수벌, 수만 마리의 일벌 등으로 구성된 사회성 곤충이다. 사회성 곤충의 일반적 특징은 어린 개체(새끼 벌)의 협동 보호, 일의 분화(계급체계), 어린 개체 보호를 위한 세대 중복 등이다. 위 세 가지 사항 중 일 분화의 경우 꿀벌은 계급별 임무와 일벌의 일령별 임무로 세분화할 수 있다. 먼저 계급별 임무로 여왕벌은 산란만 하는 기능으로 빈방만 있으면 무조건 알을 낳으며, 수벌은 오직 교미의 기능밖에 없다. 일벌은 벌무리 내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 다음은 일벌의 일령별 임무로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일을 순차적으로 수행한다. 어린 벌이 태어나면 벌 방을 청소하고 이후 번데기방의 봉개, 유충 먹이공급, 여왕벌 시중, 외역벌로부터 꿀받기, 병든 유충과 잔재물 청소, 화분 저장, 벌집 짓기, 환기, 외적방어 등의 벌통 내부의 일을 도맡아 한다. 이후 18일령에는 외부로 나가서 물, 꿀, 꽃가루, 프로폴리스 등을 채집한다. 이러한 일령별 분업화가 특화되어 있어 꿀벌 하면 고도의 사회성 곤충이라 일컫는다. 양봉가는 이러한 고도로 분업화된 집단 특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