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농정 핵심키워드 가운데 한가지가 바로 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가 적용된 스마트팜 육성사업이다. 이에 따라 양돈을 시작으로 양계, 낙농, 한우까지 매년 축종과 지원예산을 확대해 왔지만 현장의 반응은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과연 ICT는 한국 축산업계의 ‘넘사벽’ 일까.
>>농식품부 ‘스마트 팜 확산 가속화 대책’
첨단 기술 통해 미래성장 일군다
농식품부 올해 730호 보급 목표 …생산성 향상 기대
한우·젖소 정책대상 확대…시설현대화 자금 우선 지원
귀농 등 젊은층 참여 활발…전문가 종합 컨설팅 전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스마트 팜 보급속도를 높이기 위해 ‘스마트 팜 확산 가속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 3년 차를 맞아 스마트 팜 성공모델을 더욱 확산시키려는 의도다.
농식품부는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일구어내려고 지난 2014년 이후 스마트 팜 보급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스마트 축사의 경우 양돈·양계 중심으로 186개소에 정부 보급됐다. 전체 축산농가로 보면 0.2% 수준이고, 양돈·양계로 한정할 경우 2.4%다.
농식품부는 스마트 팜을 도입한 결과 생산성과 품질 향상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돈 출하두수는 15% 향상됐고, 사료비는 10% 절감됐다. 양계육성률은 11% 개선됐고, 낙농 착유량은 12% 높아졌다.
특히 젊은 농업인(귀농·창농 50%) 중심으로 스마트 축사가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스마트 팜 평균 연령은 51세로 축산업 경영주 평균 59세보다 8세 낮다.
예를 들어 충남 천안에 있는 F농가의 경우 전기업에 종사했던 경력을 살려 스마트 축사에 도전했고, 축사환경 데이터 분석을 통해 MSY(어미돼지 1마리당 출하돼지 수)가 21마리로 국내 평균치보다 27%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 불구하고 농업현장에서는 기기활용 미숙, 초기 투자비용 부담,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핵심기기·부품 표준화 미흡 등이 스마트 팜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에서 스마트 팜 보급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 애로사항을 발굴해 해소하고, 운영상 성과를 제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스마트 팜 개념을 재정립했다.
기존 스마트 팜은 ICT를 융·복합해 PC, 스마트폰으로 작물·가축 등 생육환경을 원격제어하는 농장을 일컬었다.
하지만, 재정립 개념에서는 ICT 뿐 아니라 에너지절감 기술, LED 등 보광기술, 기계공학 등 최신 과학기술을 접목해 농업생산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생산 이전·이후 단계까지 혁신을 이룩하는 농장으로 새롭게 봤다.
아울러 현대화된 온실의 40%(4천ha), 축산전업농 10%(730호) 보급이라는 스마트 팜 확산 올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4대 분야 17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추진키로 했다. 4대 분야는 △스마트 팜 확산 여건 조성 △교육 및 현장지원 강화 △산업생태계 육성 △R&D확대 등이다.
이중 확산 여건 조성의 경우 투자다양화, 정책외연 확대, 기업참여, 최적 SW개발 등을 내걸었다.
그 일환으로 축산에서는 지난해 양돈·양계에서 올해부터는 젖소·한우로 정책대상 축종을 넓혔다.
아울러 ICT 장비 설치 시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교육·지원에서는 선도모델 발굴, 권역별 현장지원센터 확충, 농협지원 강화 등이 마련됐다.
여기에는 축산 스마트 팜 농가 중심으로 사료회사-동물약품 업체-농협-수의사-사양관리 지도사 등 전문가 집단의 종합컨설팅 지원이 포함돼 있다.
산업 생태계 육성에서는 한국형 보급모델을 개발하고, 핵심기자재 표준화, 품질보증제 등을 도입한다.
R&D 확대는 핵심기기 국산화, 최적 SW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한다.( 16~21년, 1천75억원)
남태헌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스마트 팜 보급·확산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를 통해 농업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일하며, 소득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자동화와 차별화…현장인력 체계 전환 계기
빅데이터 활용 국가단위 질병관리…맞춤형 정책도
>>축산의 ICT란
기존의 축사 및 시설을 자동화 또는 새로운 첨단시설로 전환. 노동력의 감소와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수 있는 사업과 사용되는 장비를 의미한다. 기존 자동화 장비와 가장 큰 차이는 이른바 ‘쌍방향’ 통신기능을 보유, 장비의 작동현황 정보를 송신 및 저장,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다시 사용자가 설정하는 명령으로 제어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ICT 장비는 정보의 송수신이 가능한 통신과 자료저장, 진단 및 제어기능을 기본적으로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 수준에선 환경모니터링 및 진단기를 비롯해 △군사자동급이기 △사료빈중량측정기 △음수량측정기 △사료효율측정기 △환경제어기 등이 축종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적용가능한 ICT 장비로 지목하고 있다. 이외에 축종별로 적용할 수 있는 시설장비도 적지 않다.
우선 한우분야의 경우 △송아지 인공포유기 △발정감지기 △건강진단기를 꼽을 수 있다.
낙농분야는 로봇착유기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우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외에 △착유정보관리기 △냉각정보관리기 등이 포함되고 있다.
ICT 적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양돈분야에서는 △출하선별기 △포유모돈 자동급이기 △액상사료급이기 △육성돈자동급이기 등이 적용되고 있다.
육계는 자동체중관리기를, 산란계는 △자동급이기 △집란기 △난선별기 △자동부화기 등이 적용 가능한 기술과 시설로 분석되고 있다.
>>왜 ICT축산인가
이전까지의 ‘첨단축사’란 고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사환경의 모니터링과 자동화, 각종 시설의 원격제어가 이뤄지는 수준이 전부였다. 하지만 ICT의 등장과 함께 첨단축사로 정의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축사운영과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각종 장비와 시설의 효율을 극대화 할수 있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제공, 해당가축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구나 각 농장은 물론 해외에서 수집된 각종 최신자료까지 통합 분석, 실시간 업그레이된 정보를 다시 개인농장에 전달 적용이 가능한게 바로 ICT다.
따라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인력난과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확실한 해법으로 지목되고 있다.
내외부에서 모여져 개량된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농장의 제어가 가능할 뿐 만 아니라 전문지식 없이도 단순한 설비작동만으로 최적의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종 정보분석에 따른 어려움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축산ICT가 활성화될 경우 농장내 정보관리자가 없더라도 거래 사료회사나 컨설턴트의 지원을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단 2명의 인력으로 돼지 5천두 규모의 양돈장 운영이 가능한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ICT로 인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물이나 가축의 행동, 발성음, 체온 등 생체신호를 현장에서 활용되는 수준에 오를 경우 사회적 요구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동물복지 실현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현실적인 축산정책 수립은 물론 국가단위의 질병관리 시스템 구축도 가능할 전망이다.
생산성을 극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동력으로 활용될수 있음은 물론이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은 ‘ICT의 현장시범 적용 연구’를 통해 환경정보수집기만을 활용하더라도 모돈 100두 기준 양돈장의 경우 연간 1천800여만원의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자돈사내 온도, 습도, 조도, 퐁속, 이산화탄소 등에 대해 1분단위 이상 실시간으로 환경변화를 인지, 적정 조건을 설정해 자동제어해 줌으로써 자돈의 일당증체량 1.8%, 육성률은 3%가 향상되는 효과를 거둔데 따른 것이다.
가축생리·장비 이해부터…업체 선정 신중
획일적 적용 어려워…인프라 구축도 시급
>> ICT축산 선도농가는
그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양돈 3개소, 낙농 4개소, 육계 3개소 등 모두 10개소의 ICT 적용 스마트팜 축사선도 농가 성공요인과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선도농가의 평균 연령은 51세로 축산업 평균(59세) 보다 낮고, 상대적으로 젊은 농업인 중심으로 성과를 올리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농가의 평균 투자비용은 2억4천만원으로 양돈이 1억1천250만원, 낙농 2억천570만원, 육계 4천700만원 수준이었다.
평균 사육규모는 양돈이 7천733두, 낙농 107두, 육계 5만7천수로 각각 집계됐다.
축종별 적용기술과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양돈선도농가의 경우 돈사환경(온 · 습도) 및 생산관리를 위한 자동급이기, 음수관리. 군사사양장치, 생산경영 소프트에워를 기본적으로 도입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선별기와 사료빈관리기는 선택적으로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게 특징.
그 결과 MSY가 15%이상 향상됐으며 사료비를 평균 10.3%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이들 농가 모두 ICT장비에서 파생되는 데이터수집 및 전문가와 상시소통으로 통해 현장적용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게 성과창출의 요인으로 분석했다.
낙농선도농가에 공통적으로 도입된 시설은 자동급이기와 발정체크기, 데이터 수집 및 관리를 위한 생산경영 소프트웨어 정도로 파악됐다. 로봇착유기와 자동착유기. 유성분 측정기는 선택적으로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들 농가는 ICT도입 후 착유량이 평균 12% 향상됐다. 단순히 소의 건강상태 확인을 넘어 종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데이터기반의 경영을 실현하는 한편 수의사와 경영주, 우유업체간 데이터연계가 공통적인 특징이다.
육계선도농가는 자동급이기와 생산경영 소프트웨어가 기본이었다. 사료빈관리기와 환경음수관리. 조광기도 선택적으료 적용되고 있었다. 육계의 스트레스 최소화를 위해 센싱을 통한 환경관리가 이뤄짐으로써 육성률이 이전보다 10.2%P 향상된 98%에 이르고 있다.
한국 ICT축산의 현실
이러한 잇점과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국내 양축현장의 ICT 저변화는 더디기만 한게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관련기술이나 시스템, 그 기대효과에 대한 농가들의 이해가 부족한데다 각 농장마다 시설환경이 다르다 보니 획일적인 ICT 적용이 어려운 실정.
그러나 각 축종과 농장의 시설환경에 따라 적용가능한 기술이 어떤 것인지 기본적인 매뉴얼 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값비싼 시설을 설치했다가 손해만 보고 철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검토과정에서 중도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ICT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마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ICT시설을 통해 배출되는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마저 부재한 만큼 저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기반도 아직 구축되지 않고 있다.
>>저변화를 위한 해법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바로 ICT와 스마트팜에 대한 양축현장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ICT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두려움부터 해소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통해 농장시설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가축의 생리와 장비의 이론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축사를 변경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팜 선도농가들도 시각은 다르지 않다. 열린마음과 도전정신을 통해 사전 철저히 준비하되 ICT 운영현장에 대한 직간접 체험 등이 뒤따라야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 할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ICT장비를 설치하되 운영상황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위한 지식과 과학적 수치를 인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자체해결이 힘들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설치 장비의 유지보수, 고장수리 및 운영을 고려해 장비와 업체를 선택하는 것도 성공에 도달할수 있는 주요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역할론도 강조되고 있다.
농장경영주가 설치하고자하는 장비의 설치기준과 운영방법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받고 숙지할수 있는 매뉴얼과 함께 ICT 저변화를 위한 각종 인프라구축이 그것이다.
각 농장 현실에 맞는 장비 및 시설을 모듈화한 표준모델 제시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세계 축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풍부한 자본력을 앞세워 ‘축산테크놀로지’를 강조하며 각종 첨단기술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더구나 축산이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만큼 지금의 발전속도라면 사물인터넷은 물론 얼마전 인간과 세기의 바둑대결로 관심을 모은 ‘알파고’ 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수입축산물의 관세제로화시대하에서 ‘사람기술’ 중심의 축산만으로는 국내 축산업의 생존을 장담할수 어려운 현실인 만큼 ICT는 ‘넘사벽’ 이 아닌 필연적으로 뛰어넘어야할 ‘벽’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