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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누구를 위하여 당<糖>을 올리나

  • 등록 2017.11.03 11:38:11
[축산신문 기자]


윤여임  대표(조란목장)


생후 10개월인 손자는 잘잘한 구멍이 뚫려있는 실리콘 과즙망에 넣은 과일을 먹는다. 껍질을 벗긴 포도알이나 바나나, 고구마 등을 넣고 뚜껑을 닫아 손에 들러주면 얼마나 맛나게 빨아 먹는지 모른다. 먹다가 조금 남은 것을 모아주려고 망을 빼앗으면 야단이 난다. 웬만히 부리는 떼는 과즙망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넘어간다. 과즙망에다 과일을 넣고 있으면 그 순간을 참지 못해 얼른 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이유식을 잘 먹던 녀석이 이것, 저것 단 과일 맛을 보더니 갑자기 밥을 잘 안 먹어 어미 속을 태운다.
소금간도 안 되어 있고 음식재료만으로 맛을 낸 이유식이 맛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는 수 없이 단 과일을 줄일 수밖에 없다. 첫 돌을 앞둔 아가에게도 단맛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목하 체험하는 중이다.
왜 이렇게 달아야하나? 시중에서 파는 요구르트를 먹을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우리 집 냉장고엔 유통기한이 한참이나 지난 떠먹는 요구르트가 들어있다. 입이 궁금하고 시장기가 있을 때 하나씩 먹을 까 싶어 한 묶음을 사다 두었는데 역시나 그 단 맛에 질려 결국은 그냥 묵히고 말았다. 일 년에 두어 번씩 겪는 시행착오다. 물론 단 맛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매우 주관적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이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 단맛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어릴 적 식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21세기 들어서서 지구촌 곳곳에선 비만세(fat tax), 설탕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덴마크에서는 2011년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비만세를 세계 최초로 부과했다. 포화지방산이 높은 제품에 부과됐던 비만세는 정착을 하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2011년 핀란드에서 시작된 설탕세(sugar tax), 비만과 밀접한 식품의 과도한 섭취로 인해 야기되는 질병을 줄이기 위한 프랑스 등 각 국의 정책적인 고려는 점점 확산 되어 가는 추세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당 함유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신설을 권고했고, 이에 따른 찬반 논란도 팽팽하지만 실제 해당음료 판매량을 떨어뜨린다는 결과도 있다. 세수 증대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과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는 반대가 무성해도 결국 당분섭취를 줄일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브랜드 가치(brand value) 1위를 차지했던 탄산음료의 글로벌 강자 코카콜라(2017년, 5위, 포브스지 발표)는 지난 5년간 꾸준히 매출이 줄고 직원 수도 15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감소했다. 창사 130년이 넘은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매출비중을 50%이하로 낮추고 당류 저감책에 적극 동참하는 동시에 신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16년 4월 제 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16년-’20년)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되므로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기 된  상태다. 사실 당 섭취는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첨가당만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재배기술에 힘입어 과일, 심지어는 일부 채소까지도 당도가 올라갔고 치열한 경쟁 탓에 이제 소비자들은 애써 선택하지 않아도 당분이 과도한 과일을 먹게 되었다. 식탁 어디를 봐도 당분은 차고 넘친다. 전 국민의 당 섭취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2007년 59.6g 에서 2013년 72.1g). 식약처에 의하면 2천kcal를 섭취하는 성인 하루 기준 적정 당 함량이 50g 정도라고 하는데, 제각기 곡류나 채소, 과일, 우유 등 식품 자체가 포함하는 당 함량을 감안하면 우리가 가당을 해서까지 먹을 것은 그리 많질 않다.
유제품의 경우, 당 첨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낙농업은 식량인 우유를 생산하여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목적과 산업의 특성상 일정부분 정부의 정책적 지지가 필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건강의 적인 당분을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흰우유 200ml에 포함된 유당은 9g인데 우리 냉장고 속의 85g 짜리 떠먹는 요구르트에는 당이 10g(각설탕 약 4개, 각설탕 하나는 보통 2.7g), 또 다른 브랜드의 마시는 요구르트 150ml에는 14g의 당이 함유되어 있다. 딸기, 초코 등 가공유의 당 함량(200ml 기준, 21g)은 우선 논외로 하고 건강을 위해 먹는 요구르트의 당 함량은 더 낮출 필요가 있다. 건강에 해로운 데다 무엇보다 단맛은 식품 고유의 맛을 하향 평준화시킨다. 우유의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맛, 영양적인 가치를 설탕으로 버무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요구르트의 경우, 무가당, 가당의 단순 분류보다는 무지방 저지방, 일반 우유 등 지방의 경우처럼 당 함량도 기호나 몸 상태에 따라 세분화하고 차별화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종국적인 목표는 유제품이 지닌 건강한 식품이라는 최고의 가치에 걸맞게 전체적인 당 함량을 낮추어야한다. 그리하여 시장에 맡겨 두어도 저절로 당 함량이 적은 유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민의 입맛을 재편하는 일이 시급하다.
가난해서 설탕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시절도 있었다. 누구를 위해 그토록 식품에 당 함량을 올려 왔던 것일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중독 된 단맛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 시절이 바야흐로 ‘설탕세’ 논쟁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이할 것인지. ‘Danger(단 것) is danger(위험하다)’라는 시대에 유제품까지 그 위험에 가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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