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균(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산업동물 바이러스학) 가축질병에 대한 방역정책은 국가적 전략에 따라 고유한 방법으로 대책을 펴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육중 폐사축의 처리, 초기 방역조치, 감염축 유통 등 확산차단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보면 양축가의 양심이 방역의 근본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구제역의 발생에서도 매몰장소, 소각시설 등 질병발생시 살처분 시설 등 환경오염과 관련되는 문제가 빼놓을 수 없는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국가적 방역지원의 문제가 이번에 어느 정도 점검되어 "기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정착의 기초를 마련해 가고 있고, 소독의 의무를 통한 농가들의 차단방역에 대한 인식 고조되었고, 질병발생시 상황별 소비·유통을 포함한 국가방제계획이 준비되어가고 있다. 구제역 재발을 가장 우려해야할 기간을 보내는 요즘(금년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토착화에 의한 구제역의 재발의 우려가 낮아 보여 성급하긴 하지만 한층 근절의 가능성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우리 양돈업에는 일시적으로나마 약간의 홍수출하 소동이 있었고, 그 후 돼지가격은 안정을 되찾아 미래를 밝게 하는 듯 했으나 과다 생산과 수출중단, 계절적 소비감소 등의 악재가 겹쳐 여러 가지로 침울한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일본이 9월 26일부터 구제역 청정국으로의 복귀와 돼지콜레라 예방접종 국가적 중단선언(부분적으로는 허가에 의해 예방접종실시)은 질병박멸과 방역에 대한 우리의 의지에 한층 고삐를 조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돼지오제스키병 최근 강원도 횡성에서 용인지역의 떨이돼지로부터 돼지오제스키병 발생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전년에 비해 2배이상 발생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1987년의 최초 발생이후 강력한 박멸정책에 힘입어 1989년을 고비로 거의 진정 기미를 보이다가 1994년부터 증가추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작년부터는 점점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발생의 주 원인으로는 떨이돼지나 감염돈의 음성거래를 지적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돼지오제스키병에 대해서는 청정지역의 양돈가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정책적인 장치나 규제가 미흡했고, 발생농가와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양성돈에 대하여는 도태출하를 명령하므로서 전체적인 양돈농가의 호응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충분치 못한 보상정책으로 적극적인 검사나 신고가 기피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정부는 돼지오제스키병 근절기반사업으로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일제검사를 추진하고 있다. 우려했던 것처럼 용인지역이 돼지오제스키병의 오염핵으로 밝혀졌고 4개도(경기, 강원, 충북, 충남)의 14개 시·군중 9곳(용인, 이천, 평택, 화성, 철원, 진천, 괴산, 당진, 홍성)에서 양성이 확인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예상보다 양성 검출율(농가수 기준 4.0%)이 낮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양성돈에 대한 도태유도는 물론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양돈농가의 돼지오제스키병 박멸의 중요성과 홍보, 양돈농가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는 방법을 강구하고, 매매 이동시 돼지오제스키병 검사증명서의 첨부, 백신명령제도 도입 등 단계적인 정책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돼지바이러스성 설사병 농림부 가축전염병 발생월보의 전염성위장염 발생통계는 두 바이러스성 설사병, 즉 돼지유행성설사병과 전염성위장염을 포괄적으로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돼지질병전문가들은 돼지유행성설사병의 발생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염성위장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어쨌든 두 질병이 계절적으로, 특히 겨울철에 10%이상의 양돈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피해의 주역임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명백히 집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질병은 바이러스가 비슷할 뿐만아니라 임상증상, 백신접종시기마저도 비슷하여 자칫 오진의 경우에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황당한 일을 경험한 분이 이 글을 읽는 분중에도 계실 것이다. 백신 접종전 모돈에서의 항체를 사전검사하고 발생시 돼지 로 부터의 정확한 진단, 즉 항원 및 항체검사는 예방프로그램을 짜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근년의 발생양태를 보면 단순하게는 전년의 발생때 항체를 형성한 모돈이 많아졌기 때문에 올 겨울에는 발생이 주는 해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그 반대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이유는 올 9월 돼지사육두수가 8,371,000두로 전년 동기대비 7.1%나 증가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의 양돈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방역에 다소 소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역학적으로 평가할 때 연 평균 모돈 교체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7%정도의 감수성 모돈군이 증가했음을 뜻하고, 모돈의 감축운동이 전개될수록 산차수가 높고 면역돈이 도태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초산돈의 경우 분만전 충분한 면역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예방조치가 필수적이다. 돼지콜레라 돼지콜레라는 1999년 8월 경기지역의 발생을 마지막으로 아직 16개월째 발생과 관련한 어떤 보고나 소문도 없는 실정이다. 매우 다행한 일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정말로 바라는 바이다. 아직 야외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하여 의심의 여지는 있으나 멧돼지뿐만 아니라 의심돈의 항원검사에서 양성축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전국적인 돼지콜레라 항체검사에서 백신에 의한 항체로 인정되는 분포가 95%에 근접한지 벌써 16개월 가까이 되고 있고 다행히 백신접종기간이 2개월여 더 가능한 상황에서 그 동안 추진해온 방향대로 만 유지해 나간다면, 즉 100% 예방접종, 소독철저, 차단방역, 떨이돼지 도입금지, 조기신고 등을 능동적으로 지켜준다면, 조심스런 판단이긴 하지만 내년 3월부터 계획하고 있는 백신접종 중단정책에 한층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양돈의 저변에 깔려 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올해 들어 돼지오제스키병의 폭발적 발생으로 돼지콜레라 근절의지를 갖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낳게 했다. 어쨌든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방향에서 우리도 크게 다른 방법을 모색하리라 생각지는 않으나, 무엇보다 양돈인과 정부, 민간단체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합의에 바탕을 둔 정책의 시행을 기대한다. 우리가 돼지의 질병을 다룸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은 대부분의 주요 질병발생에서 감염의 근원이 철저히 파헤쳐진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요 질병 근절의지는 전적으로 양돈농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주로 언급한 3가지 질병외에도 2000년에 비중있게 언급되었던 질병으로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이유후전신성소모성증후군, 마이코플라즈마폐렴, 위축성비염, 대장균성 설사, 부종병, 돼지적리, 회장염, 글래서병, 흉막폐렴, 돼지단독 등이다. 이들 질병은 양돈을 하는 한 인정하고 지내야 하는 질병들로 이런 질병의 국소적 발생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못된다. 벌써부 터 경제학자들 간에는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이 매우 어려울 거라고 예측한다. 어쩌면 IMF때보다도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예견까지 나온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양돈의 생산성이 존폐를 좌우하게 되므로 질병으로부터 손실을 최대로 줄이는 길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질병에 의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에서 나의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적정점을 찾는 일이다. 모돈의 수를 줄이거나, 생시체중을 올리거나, 생산체계를 바꾸어 보거나 등등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질병을 줄이는 방법은 신중히 고려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