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 출범, 한·칠레 FTA타결, DDA협상 진행 등 국제무역자유화 바람이 국내 축산업계에 불어닥치면서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우리 축산업계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리고 ‘경쟁력’은 차별화와 브랜드화로 설명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축산물브랜드 현황을 보면 지난 2003년 6월말 현재 축산물 브랜드는 7백개, 이중 상표 등록한 브랜드는 4백28개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같은 축산물 브랜드 등록 결과는 지난 99년 1백94개, 2001년 3백42개 등과 비교할 때 2년마다 거의 1백개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것만으로도 축산물 개방에 따른 대응책으로 브랜드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축산물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지만, 과연 이들 브랜드가 모두 제대로된 브랜드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못한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동안 브랜드 축산물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후한 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축산물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브랜드가 얼굴있는 축산물로 기능하는 한 다른 여타의 문제는 차츰 보완하면 될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축산물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갖춰야 할 생산 기본 요건인 품질의 균일화는 이룩하지 못했지만 축산 농가들의 품질 차별화 노력, 품질 고급화 노력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축산물 브랜드에 대한 후한 평가가 브랜드로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브랜드 축산물의 양산을 불러올 것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에서 브랜드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브랜드 축산물 생산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사료의 통일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브랜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무분별한 브랜드화 폐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돈육 브랜드의 경우 종자의 통일과 사양관리 체계의 통일이 매우 중요한데도 이것이 무시된 채 한우 브랜드와 같이 지역브랜드로 추진되기도 하는 등 그동안의 브랜드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축산물 브랜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축산물 브랜드로서 최소한의 기본 요건을 반드시 제시하고 이를 충족할 경우에 한해 브랜드 축산물 생산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강조된다. 축산물 브랜드로서 최소한의 기본 요건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판단케 할 일이기는 하지만 현재 대체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은 종자의 통일과 사료와 사양관리 체계의 통일, 그리고 위생적이고도 안전한 축산물 생산 시스템 구축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물론 축종별 특성에 따라 브랜드 기본 요건이 다를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축산물 브랜드화는 개방시대에 우리 축산물이 살아남기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축산물 브랜드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무늬만 브랜드인 채 그 내용이 브랜드로서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로인해 제대로 요건을 갖춘 브랜드 축산물마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정책에 대한 개선 방안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하겠다.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