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발전기금을 농안기금과 농특 회계에 통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다시 말해 축산발전기금을 폐지하는 내용의 기금평가 결과가 국무회의에 보고되면서 지금 축산업계는 참으로 절통한 심정에 있다. 축산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축산발전기금이 어떻게 조성되었고, 그동안 축산발전을 위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내에서 축산발전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축산업의 정당한 가치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축산발전기금이 어떤 기금인가. 축산발전기금은 그야말로 축산인의 고혈(膏血)로서 조성된 기금이다. 지난 80년대부터 엄청난 소와 쇠고기는 물론 각종 축산물이 수입되면서 당시 축산인들은 축산물 가격 하락으로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앉았으며, 급기야 축산을 포기한 농가가 부지기수였다. 어렵게 살아 남았다 해도 이후 계속되는 축산물 수입 개방 파고의 직격탄을 맞기 일쑤였다. 특히 UR협상시 축산물은 쌀을 지키기 위한 희생물이 되었음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다. 그럴때마다 정부는 축산물 수입으로 조성되는 축산발전기금을 내세워 축산인들의 이해를 구했다. 축산인 또한 일시적인 분함을 참고, 정부의 개방 정책을 받아들였으며, 이제는 국내 1차산업 중에서 그래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밀려오는 수입 축산물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우리 축산업이 이만큼이라도 경쟁력을 갖추고 견뎌내고 있는 것은 축산발전기금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누구나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조성된 축산발전기금은 모두 5조3천8백33억원이다. 이중 축산물수입이익금이 절반인 2조6천6백88억원이며, 축산물수입이익금의 92%가 수입쇠고기 판매차익금으로 조성됐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축산업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축산물 판매와 유통의 합리화를 도모함은 물론 가축질병방역을 위한 자금으로 유용하게 쓰여졌다. 따라서 축산발전기금만큼 조성된 목적에 걸맞게 제대로 쓰여지는 기금도 드물 것이다. 마사회에서 납입하는 축산발전기금의 경우도 그렇다. 마사회의 설립목적은 마사 진흥과 축산발전에 있다. 때문에 마사회에서 일정액을 축산발전기금으로 납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회 납입금을 농특회계나 농안기금으로 납입토록 한다는 기금평가단의 판단은 축산발전기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터무니 없는 판단임을 웅변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축산발전기금의 폐지 여부는, 정부가 축산 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축산업계가 정부의 축산발전기금 폐지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성명에서 ‘축산발전기금의 폐지는 축산 죽이기’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축산업계는 앞으로 축산발전기금 사업으로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DDA협상에 따른 대응 방안도 찾아야 되고, 축산업을 더욱 친환경적이며 안전한 산업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축산발전기금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축산발전기금을 늘리기는커녕 이를 못 본 체 하고 기어이 축산발전기금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정말 축산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축산발전기금을 존치시킴으로서 그 의지를 확인시켜 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