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육류원산지표시 의무화가 말만 무성한채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육류의 원산지표시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식품위생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지시까지 했음에도 후속적인 제도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은 축산농가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유감의 차원을 넘어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육류 원산지표시제는 생산자와 소비자보호, 더 나아가 양자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할 사안이다. 먼저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자. 피땀어린 노력과 공을 들여 생산한 축산물이 최종 소비단계에서 값싼 수입축산물과 뒤섞이며 차별화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모순과 현실을 무엇으로 설명할수 있는가. 더욱이 이러한 모순속에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온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땅을 칠 노릇인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먹는 고기가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구분이 안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소비자, 다시말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지갑을 열어 구입하는 대상, 그것도 건강과 직결되는 육류가 어디에서 생산된것인지도 모른대서야 말이 되는가. 제품의 생산지를 뜻하는 ‘MADE IN …’을 확인하는 일은 모든 구매행위의 기본이다. 더구나 축산물의 안전성과 관련한 무시무시한 외신(外信)에 모든 소비자들이 잔뜩 주눅이 들어 있지 않은가. 음식점 육류원산지표시 의무화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리보장 차원외에 산업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관철되어야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UR협상과 WTO 체제출범, 그리고 DDA협상으로 이어지는 축산물의 무차별 개방속에서 한국축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양질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길 외에는 달리 해법이 없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의 축산정책과 축산업계의 생산활동은 생산과 유통의 차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과 가격보다는 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최종 소비단계인 음식점에서 수입육이 버젓이 국내산 고기로 둔갑되고 있는 현실은 질적인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축산정책과 생산현장에 그야말로 결정적인 위해요소가 아닐수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육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음식점 어디에서도 수입육이 ‘수입육’으로 팔리지 않는 현실은 삼척동자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 더욱이 값싼 수입축산물을 국내산 고기로 얼마든지 팔수 있는 상황에서 음식점경영주가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국내산 고기를 취급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음식점 육류원산지표시제는 가격과 품질이 마구 왜곡되는 고질적인 유통현실을 바로잡아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제도시행의 당위성이 뚜렷하고, 부처간 이견이 해소된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식품위생법개정안이 통과되어 축산업계의 숙원을 풀고,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원산지표시제와 관련한 유통업계나 음식점경영주들의 부정적인 인식, 그리고 일부 이익단체의 로비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축산인들의 관심은 온통 이번 정기국회에 쏠릴 수밖에 없다. 생산자나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식량산업인 축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도마련을 하자는데 편협한 집단이기주의나 ‘경제가 안좋은데 굳이 해야 하나’라는 식의 안이한 논리가 작용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