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신년 한해가 저문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축산인들의 자구·자조 의지가 돋보인 의미있는 한 해 였다. 우선 지난해 말 미국발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여파가 연초에 이어지면서 축산물 소비위축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가 위축 될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더해진, 설상가상의 위기였다. 그러나 우리 축산업계는 농림부를 비롯 관련 기관 단체와 협동 조합이 일제히 나서서 축산물 소비 촉진 운동에 임하는 자구 노력의 결과 위축됐던 소비가 살아나는 한편, 양계 업계와 오리 업계를 뒤 흔들었던 조류인플루엔자도 조기에 퇴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양돈업계는 자조금 사업을 본격 시행, '웰빙 삼총사'로 연례 행사처럼 찾아오던 하반기 양돈 불황을 이겨냈으며, 한우 업계도 자조금 사업 시행을 위한 대의원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한우 업계의 대의원 선거 성공은 한우협회와 일선 축협이 하나되어 당초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한우인들의 자조 의지를 되살린, 자조금대의원회 구성 요건 확보 이상의 수확을 거둔 것이다. 낙농업계에서는 원유가 현실화, 진흥회 기준원유량 상향 조정, 축산 등록제 유보 등 소위 낙농업계 3대 현안 해결을 위해 대규모 시위와 단식 투쟁 끝에 원유가 현실화라는 큰 숙제를 해결했다. 또한 일선 축협에서는 통폐합이후 퇴출 위기에 놓인 많은 조합들이 조합원들에게 실익을 주는 경제사업을 근간으로한 자구노력으로 조합 경영을 적자에서 흑자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축산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서 나름대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같은 축산업계의 자구 노력과 의지는 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원동력으로 평가됐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지난 2000년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2년만인 2002년에 구제역이 재발하자 우리 축산업계는 2년마다 구제역이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그 같은 우려를 씻은 것도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걱정거리가 영 없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올해 불거져 나온, 3대 현안 즉, 축발기금 존치, 축산식품 가공업무 일원화, 식육의 음식점 원산지 표시 등은 축산인들의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해결되지 못하고 내년의 과제로 넘겼다. 아울러 축산 현장에서 축산인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돼지 PMWS 등 소모성 질병 등도 시원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내년의 숙제로 남겨졌다. 한편 지난 한해는 앞으로 우리 축산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일깨운 해이기도 했다. 그것은 광우병 파동 등으로 인한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대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경쟁력의 관건이 고품질보다 안전성에 있음을 확인시켰다. 급기야 정부에서도 이를 반영해 사료혼합 가능 항생제 종류를 53종에서 28종을 줄여 25종으로 조정했으며, 쇠고기 생산이력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나아가 적정 사육 밀도 유지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 축산'으로 정책의 방향을 확고히한 한 해이기도 했다. 2004년 한 해는 이렇듯 3대 현안 미해결 등 많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어려운 축산 여건을 축산인들의 자구노력으로 극복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2005년 을유년 새해는 이 같은 자구노력이 더욱 빛을 발해 우리 앞에 놓인 축산 현안을 하나 하나 풀어 나가면서 축산의 정체성과 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해를 접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