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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7>

곳곳마다 텅 빈 축사 등 매물 나온 빈 가옥 수두룩


(전 농협대학교 총장)


젊은이들 떠난 농촌, 우리 실정과 매한가지


▶ 농촌의 고령화, 공동화(空洞化)는 우리와 같다.( 6월 6일, 15일차)   

산에스테반을 출발하여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어서 라이슬라(La Isla)를 거쳐 꼴룽가(Colunga)에 당도했다.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 끈을 풀고 휴식을 취하며 커피향을 즐겼다. 오늘은 그야말로 열심히 걸어서(33km) 목적지인 비야비시오사(Villaviciosa)에 4시경에 도착하여 시내 중심에 있는 콩그레소 호스텔(Congreso Hostel)에 투숙했다. 한 방에 침대가 2개인데 1인당 14유로를 냈다. 시설이 매우 깔끔하고 조리시설도 완비되어 있고 주인여자가 아주 친절했다.

조그만 타운 콜룽가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보니 빈집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다른 지역에도 빈 가옥이 있었지만 이곳이 특히 더 많았다. 매물이라고 부동산회사가 광고를 붙인 건물과 가옥이 여럿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 같아 보이는데 분양한다는 광고가 많았다. 아마도 지역개발 붐이 일었다가 경기가 꺾이면서 미분양이 많아진 것으로 짐작된다. 

도시지역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을 지날 때 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농가가 많이 보였다. 비어있는 축사도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 농촌과 유사한 현상이다. 비어있는 농가 마다 ‘매물’이라는 뜻의 ‘세 벤데(Se Vende)’ 라는 부동산회사의 광고판이 붙어 있다. 언제 팔릴지, 과연 살 사람이나 있을지 걱정이다. 집을 비운지가 오래됐는지 여기저기 망가진 곳이 많았다. 농촌의 고령화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현상은 우리와 같다. 마을을 지날 때 보아도 노인들이 많고 어린이나 젊은이는 보기 어려웠다. 저녁때가 되면 마을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즐기는 광경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주로 노인들이 많았다. 다만 낙농지대를 지날 때만큼은 젊은 농부가 트랙타를 열심히 모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기 농촌지역을 지나면서 한 가지 특이한 시설을 봤다. 곡식이나 감자 등을 보관하는 독특한 곳간(庫間)이다. 사방 4~5m 내외(농가의 필요에 따라 크기가 다름)의 크기로 네 모퉁이에 기둥을 세우고 공중누각처럼 지은 농산물저장창고인데 쥐가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네 모서리 기둥마다 위쪽을 넙적한 돌로 받쳐서 쥐가 올라가지 못하게 해놓았다. 스페인 옛날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다. 

스페인의 주택이나 건물은 색갈이 밝다. 기본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뛰어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도시를 보아도, 작은 마을을 보아도 건축물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 농가 옆을 지나가는데 여주인이 집 외벽에 거미줄과 먼지를 털어내고 하얀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남자가 할 일을 여인네가 하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주택의 지붕은 연한 황토색이 주를 이루고 벽은 흰색, 베이지색, 갈색, 황토색, 자주색, 푸른색, 보라색, 분홍색 등으로 밝은 색이다. 창문틀은 벽이 흰색인 집을 제외하고는 대개 흰색이다. 창문틀과 베란다에는 화분을 놓아서 더욱 아름답다. 현관 입구, 뜰, 마당 등에는 꽃밭을 조성하여 집 안팎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대부분의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꽃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고, 스스로 가꾸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예쁜 내 집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도시나 농촌이나 마찬가지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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