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4 (목)

  • 구름많음동두천 11.3℃
  • 흐림강릉 12.3℃
  • 구름많음서울 12.1℃
  • 대전 10.0℃
  • 흐림대구 11.1℃
  • 흐림울산 13.0℃
  • 광주 8.1℃
  • 흐림부산 12.9℃
  • 흐림고창 8.9℃
  • 제주 11.2℃
  • 구름많음강화 11.7℃
  • 흐림보은 9.5℃
  • 흐림금산 8.8℃
  • 흐림강진군 9.2℃
  • 흐림경주시 12.4℃
  • 흐림거제 10.7℃
기상청 제공

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9>

수많은 유적, 성곽·시가지 등 천년 역사 잘 보존돼


(전 농협대학교 총장)


건물 옛 모습 그대로 복원 법제화…관광자원 육성


▶ 천년고도 오비에도(Oviedo)에 입성하다. ( 6월 8일, 17일차 ) 

오비에도(Oviedo)는 아스투리아스(Asturias)왕국의 수도였다. 아스투리아스왕국은 서고트의 귀족 펠라요(Pelayo)가 8세기 초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고 있던 이슬람 세력을 격퇴하고 세운 왕국이다. 오비에도는 천년고도로서 수많은 유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옛 성곽과 옛 시가지가 잘 보존돼 있다. 1985년과 1998년에 오비에도 성안과 인근의 여러 종교건축물 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오비에도 산살바도르 대성당(Catedral de San Salvador de Oviedo)은 서기 781년 프루엘라(Fruela) 왕이 창건했으며, 알폰소 2세가 794년에 수도를 오비에도로 옮기면서 증축을 시작하여 802년에 완공하여 헌정했다고 한다. 이 성당은 신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 그리고 르네상스양식이 이 혼용된 건축물로서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어서 당시로서는 대역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의 입장료는 1인당 10유로인데 순례자에게는 4유로로 할인해줬다. 배낭을 성당 구석에 벗어놓고 이어폰 안내에 따라 관람을 시작했다. 성당의 전면은 맨 위에 예수님을, 그 아래쪽에 성모마리아를, 그리고 주위에 제자들과 여러 성인들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고 금색과 각양각색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고 알 수 있도록 정교하게 새기고 채색을 했다고 한다.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던 옛사람들의 노력이 묻어나 있었다. 

전면 상단부의 채색유리(stained glass)는 해가 뜰 때 햇빛을 받아 성스러운 형상이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사방 상단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당시에 가장 뛰어난 예술가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치열했던 스페인 내전 때 파손된 것을 1900년대 중반에 복원했다고 한다. 오비에도 대성당은 가장 오래된 순례루트인 프리미티브 루트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이 성당의 자랑거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 때 십자가에서 내린 직후 얼굴을 덮었던 천인 수다리오(Sudario) -직사각형의 피 묻은 얇은 천- 인데, 액자에 넣어서 쇠창살 안에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천을 보는 순간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성당의 부속 건물인 남쪽 날개(South Wing)에는 성당 자체의 박물관이 있는데  많은 사료(史料)들과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옛날 교회에서 사용하던 은잔, 촛대 등 제기, 제의, 당시에 쓰던 성경책 등이 전시되어 있고, 예수님과 성모마리아와 여러 성인들의 그림이나 조각상, 예수 탄생, 십자가에 못 박힘, 최후의 만찬, 승천 장면 등을 표현한 그림도 여럿 있었다. 주교의 제의와 제례모 등을 보니 당시 가톨릭교회의 위엄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대성당의 광장을 가로질러 성당 전면을 마주보고 있는 곳에 알폰소 2세의 궁이 있는데 그 규모나 위엄으로 볼 때 교회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당시 국왕의 위세가 대단했을 텐데 어찌 그렇게 검소한 -다른 나라 왕들의 궁성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정도의- 궁전을 지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신심이 두터웠다고 설명할 수밖에.

오비에도는 옛 도시 관광지답게 옛것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구시가지 중심으로 도보로 걸어 다니며 보았다. 구시가지는 16,17,18세기 건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스페인 내전과 세계대전 때 파괴된 부분은 옛 모습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그러니 관광자원이 되는 것이다.  오래된 건물의 외관은 개조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여 손상되지 않도록 보존하고 있다. 

우리 서울의 북촌만 해도 외관이 많이 손상되었고 각종 업소들이 들어서면서 현대식 건물과 옛 한옥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부조화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너무 대조적이다. 지방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군산시 월명동에 가면 일제 때 일본인들이 살았던 적산가옥 거리가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실제 가보면 일본식 가옥은 몇 채 없고 그나마도 그 동네 한가운데 고층 아파트가 껑충하니 올라가 있다. 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관광자원은 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자손대대로 우리 것을 지켜나갈 때 남에게 보여줄 가치가 있는 우리만의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자체는 내 고장의 옛것을 발굴 보존하고 무조건 개발만을 추구하는 난개발을 하지 말자. 지자체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우리 문화 보존에 필요하다면 규제할 것은 철저히 규제하는 게 좋겠다.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돈 좀 썼다. 구시가지 시장(marc)안에 구경을 갔더니 정육점, 햄·소시지가게, 과일채소가게, 유제품가게 등이 여럿 있고 수산물시장에는 크고 작은 바다고기들이 많았다. 큰 시장이라서인지 사람들도 많았다. 다 둘러보고 2층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쇠고기 스테이크와 송아지고기 커틀릿을 시켰다, 내일부터는 어려운 코스로 접어드니 체력을 비축해놓자는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쇠고기가 참 맛있다. 전에 해수욕장에서 시켰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과 품질이다. 오늘 스테이크 맛을 안보았다면 스페인 쇠고기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평생 갖고 살 뻔했지 않은가. 

내일부터 걸어야 할 프리미티브(primitive) 루트는 알폰소 2세가 직접 개척하고 친히 순례자로 나서서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걸었던 길이다. 성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하고 그곳에 산티아고 대성당을 짓도록 명한 것도 그였으니 알폰소 2세의 신앙심이 매우 두터웠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루트는 해발 1천200미터가 넘는 칸타브리아산맥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코스로 알려져 있어 걱정이 앞서지만 자신감을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배너

포토


축종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