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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30>

산티아고 대성당 도착…벅찬 감격에 모두가 서로를 축하


(전 농협대학교 총장)


총 850㎞ 도보 길 무탈하게 완수…긍정의 힘으로


▶ 마침내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서다. ( 6월 19~20일, 28~29일차 )

19일은 출발하면서부터 비가 왔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 했다. 어제 단기코스를 걷던 사람들이 빠졌는지 덜 붐볐다. 이제 38km만 걸으면 대장정의 끝이다. 오늘은 공항근처 라바꼬야(Labacolla)까지 28km를 걸었다. 비가 오는 것을 제외하면 길은 아주 무난한 코스로 크게 힘들지 않았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므로 알베르게에서 모든 의복과 양말을 빨아서 햇볕에 말렸다. 목적지 산티아고를 10km정도 남기고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마지막 날 6시 반 경에 출발하면 9시경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일찍 도착하여 완주증을 발급받고 성당을 관람하고 성 야고보의 무덤을 참배하고 순례자를 위한 12시 미사에 참례하기가 순조롭기 때문이다.  

6월 20일 순례길 29일차 대장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6시 20분에 출발했다. 앞으로 10km만 더 가면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서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목적지에 당도했을 때의 감격을 떠올리며 한발 한발 힘차게 걸었다. 등에 진 배낭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약간은 흥분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다졌다. 무슨 일이든 간에 마지막에 일이 잘못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발걸음을 내딛으며 걸어온 길. 미끄러질 때도 있었고, 발이 접질릴 때도 있었고, 발가락에 물집이 터져 피가 배도록 걸을 때도 있었고,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언덕을 한참 올라가니 1982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산티아고 방문 기념탑이 우뚝 서 있는 고조(Gozo)언덕에 도달했다. 언덕에서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산티아고 대성당이라고 했다. 이제 5km만 더 가면 목적지다. 기념사진을 찍고 걸음을 재촉하여 산티아고 시내로 들어섰다. 까미노 표시가 가리키는 대로 따라 가니 산티아고 옛 시가지가 나타났다. 중세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건물사이 좁다란 거리를 걸어서 나지막한 아치 돌문을 지나니 눈앞에 펼쳐지는 큰 광장, 드디어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이다. 내가 한 달 동안 목적지로 가슴에 새겨왔던 그 곳,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그곳이 바로 여기다.

나는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벅차오르는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었다. 마음속은 소리 없는 환호로 가득 찼고 눈가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이런 감격을 맛본 적은 아직 없었다. 한참 동안 대성당의 첨탑과 하늘을 쳐다보면서 대장정의 성공적인 완수를 감사드렸다. 또 이번 여정에서 나를 리드해준 친구를 포옹하며 한없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의 도움으로 여기 설 수 있었다고. 걸어보니 어떻더냐고 묻는 내게, 직접 걸어보면 알게 된다고 한 그의 대답을 이제 알 것 같다.

머나먼 길을 같이 걸었던 다른 나라의 까미노 친구들도 여럿이 당도해 있었다. 우리는 서로 포옹하며 축하인사를 건넸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광장에서 감격의 시간을 보내고 바로완주증명서를 받으러 갔다. 이 증명서는 출발지에서 받은 순례자여권(크레덴시알)을 제시하면 이를 근거로 발급해주는 것이다. 완주증명서는 무료이지만 거리증명서는 3 유로를 내야 해준다. 

완주증명서를 발급받고서 성당 출입구 근방에 있는 가게에다 배낭 두 개에 5 유로를 주고 맡겼다. 배낭을 메고서는 성당에 출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성당에 들어가니 중앙 제대(祭臺)는 수리중이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또 순례자들을 위한 향로미사도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을 더했다. 이 성당은 명성 그대로 순례 중 지금까지 본 성당들의 규모에 비하면 대단히 크고, 모든 조각 회화 장식 등이 화려했다. 알폰소 2세가 성 야고보의 무덤위에 성당을 지으라는 명을 내렸고 짓는데 170 여년이 걸렸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마지막으로 성 야고보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지하 무덤을 참배했다. 쇠창살 뒤 은관에 모셔져 있었다. 예수님의 12제자 중 가장 먼저 순교한 그는 이베리아반도에서 전도를 했었고, 그래서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매일 12시에 열리는데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열렸다. 

우리는 미사를 마치고 세미나리요(Seminario) 알베르게로 가서 숙소를 잡았다. 이곳은 옛날에 신학교가 있었고 기숙사와 수도원으로 쓰던 건물인데 지금은 순례자 숙소로 개조해서 사용 중인 교회건물이다.   

처음에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850km가 하루하루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이 신기했고, 사흘 정도 지나고 나니 하면 해낼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생각이 긍정으로 기울어가면서 몸도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듯했다. 몸이 마음을 따라 적응해 가는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진 것은 크나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긴 여정을 탈 없이 마무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하늘의 보살핌 덕분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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