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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삼겹살 특화론,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일호 기자의 이런말, 저런생각>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삼겹살 특화론에 양돈업계가 설왕설래 하고 있다.
국내산 삼겹살의 가치제고를 통해 돼지 한 마리에서 창출되는 수익 가운데 삼겹살의 비중을 지금보다 확대하되, 후지 등 나머지 부위에 대한 수익 의존도는 낮출 수 있는 시장기반을 조성해 보자는 게 삼겹살 특화론의 주요 골자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얼마전 하태식 회장(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 주재로 전직원 워크숍을 갖고 다양한 시각에서 삼겹살 특화 방안을 모색한데 이어 조만간 유통, 가공,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산자단체 주도하에 삼겹살 특화론이 점차 공론화되는 모양새다. 
시장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양돈업계 내부에서 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수입 돼지고기와 쇠고기 등 여러 가지 대체육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한계 수준에 도달한 국내산 삼겹살의 가치 제고, 즉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시장의 반발과 함께 급격한 소비자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결국 ‘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게다가 삼겹살을 ‘물가관리 품목’ 으로 지정, 관리해온 정부 입장에서도 삼겹살 특화론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임이 분명하다.
생산자단체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 특화론을 들고 나온 것은 특정부위에 편중된 소비 구조하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할 경우 국내 양돈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양돈업계는 오랜시간 비선호 부위에 대한 가치 제고를 통해 ‘고질병’ 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해 왔지만 구이 중심으로 이뤄져온 우리 식문화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최근에는 그 부작용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돼지고기의 소비불균형 현상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삼겹살 특화론이 등장하는 결정적 배경이 되고 있다. 우리의 식문화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기 보다는 자연적인 시장 흐름 속에서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섣부른 접근은 지양돼야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진지한 검토 조차 없이 외면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돼지고기의 가정용 구이시장을 보자. 정부의 역할(?)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사상 초유의 국내산 돼지고기 부족사태를 불러온 2010년 안동발 구제역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산의 ‘절대 구역’ 으로 여겨져왔던 이 시장이 지금은 국내산과 수입육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다. 그런 만큼 삼겹살 특화론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말할 수 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범 양돈업계의 공감대가 이뤄진다고 해도 갈길은 멀다. 삼겹살 가치제고를 위해서는 삼겹살 가격에 대한 시장의 저항선부터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소비자 설득이 최우선 과제다.
소비자들이 높아진 가격을 감수하며 기꺼이 국내산 삼겹살 구매에 지갑을 열수 있도록 품질과 유통, 관리체계,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른 선택지(대체육)와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장애물들은 부정적인 현실 여건에도 불구하고 삼겹살 특화론이 그 시도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삼겹살특화라는 새로운 도전 과정에서 ‘소비자 중심의 양돈산업’이라는 명제가 구호만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양돈업계는 경제성장에 따른 육류소비 증가와 더불어 팔면 돈이 되는 호황속에 농가와 육가공, 유통업계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는데만 집중해 왔을 뿐 시장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시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지 못한채 생기를 잃어왔다. 하지만 삼겹살 특화를 위해서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고 생산과 가공, 유통, 소비 등 전 부문의 실질적인 소통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는 곧 국내 양돈산업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그 결과가 각 부문으로 피드백, 시장 중심으로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삼겹살특화가 도전만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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