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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가려진 제품 가치…오직 품질로 평가받고 싶다”

사료원료 대란 속, 새롭게 주목받는 재활용업체



폐기될 식품 부산물 재활용…고품질 사료원료 생산

기술·시설 막대한 투자…다양한 원료가공시스템 구축

생산과정 수시로 품질검사 실시…제품 완성도 높여

금성상공, 해외박람회서 바이어들 뜨거운 관심 받아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사료 원료 대란 한국 축산을 흔들다


사료원료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배합사료업체, TMR 업체들은 물론이고, 양축농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원료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수입 원료들은 물론이고, 국내산 조사료의 가격도 급등하면서 축산업계 전체가 사료 원료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곡물과 식량자원의 거래가 경색됐고, 사료 원료의 거래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경우 대다수의 국가가 식량자원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식량자원과 사료 원료 확보를 위한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전문가는 “유럽이 심각한 식량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분쟁을 통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는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럽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식량난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면서 곡물 비축에 나섰고, 이것이 국제 곡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내부에서는 사료 원료의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축산물이 이미 식량으로 자리 잡은 지금의 상황에서 사료 원료의 자급률 높이기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에서는 지난 8월 수입사료 사후관리기준을 개정(농식품부 고시 제2022-62호)하여 그 간 부적합 수입식품 중 곡류 및 두류로 제한하던 사료용도 전환 품목을 식품성원료(그 가공식품 포함)로 확대하여 사료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안정적 사료 원료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로 해석된다.

사회적·환경적 순기능 기여

사료원료난으로 품질이 떨어지거나 사료 원료로 활용되어서는 안 될 불량제품들이 암암리에 유통되면서 2차 피해 또한 우려되고 있다.
최근 한 TMR사료업체는 불량원료를 공급받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고, 해당 업체와 법적 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식품 원료를 제대로 재활용해 사료 원료로 공급하는 다수의 업체들은 전체 재활용 업계에 부정적 이미지가 입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식품 원료를 재활용해 원료사료를 생산하고 있는 경동인피드의 김동만 전무는 “우리 회사는 20년 이상 식품 원료를 재활용하고 있으며, 그 무엇보다 품질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인피드는 유통기한이 임박해 식품으로 유통이 어려운 초콜릿 등의 식품을 수거해 가공과정을 통해 고품질의 원료사료로 재생산하고 있다.
김 전무는 “초콜릿 생산업체에서는 우리 같은 재활용 업체가 없으면 별도의 비용을 들여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들을 폐기 처리해야 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발생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료업계에도 그 만큼의 원료가 손실된다는 측면에서 우리 같은 업체들은 분명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쪽 측면 모두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소모되는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이 분명하다. 하지만 업계의 위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김 전무는 “업계의 특성상 언제나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원료를 공급받는 업체는 대형 제과회사다. 물론 우리가 그 제과업체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계약을 통해 구매하는 형식이다. 제과업체는 폐기물로 처리될 것들을 비용을 받아 우리에게 판매하고, 그나마 물량 또한 일정치 않아 재고를 관리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원료를 확보해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으로 충분한 보관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장기간 보관에 원료가 변질 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품을 팔아야 하는데 여기서 또한 ‘을’의 입장이다. 사료업체에 제품을 소개하고, 거래를 성사시키기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
김 전무는 “기본적으로 재활용 제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있다.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며, 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문제를 잡아내고 완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사료 시장 내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원료의 가치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에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재활용 원료라는 이유 때문에 그 가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재활용 업체가 나라를 위한 봉사 정신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 업체가 하고 있는 일은 국가적으로 손실을 줄이고, 환경적 부담은 낮추는 효과가 있는 만큼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활용, 품질 낮다” 고정관념 깨야

금성상공은 전북 김제에서 과자박과 치즈부산물을 재활용해 고품질 원료사료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금성상공의 진성우 대표는 우리 업체는 원료를 받는 곳에서도 제품을 파는 곳에서도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의 특성상 원료를 주는 업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원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기 때문에 생존이 걸린 문제지만 제과업체의 입장에서는 여러 선택지를 놓고 뽑아볼 수 있는 선택의 문제로 불공정한 부분이 생긴다. 그래서 금성상공이 선택한 방법은 최대한 다양한 원료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을 갖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시설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고, 지금은 다양한 원료를 수거해 사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매출은 200% 이상 신장했다.
진 대표는 “회사가 다양한 원료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공장 운영이 유연해질 수 있었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기술개발에 투자했고, 그것이 또 긍정적 성과를 가져오는 선순환이 반복되면서 지금 우리 회사는 예전과는 다른 수준의 기술력과 시스템을 갖춘 재활용 전문 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치즈 부산물을 가공한 제품이다.
금성상공 사료연구소 이찬흔 소장은 “우리 회사는 다양한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사료연구소 또한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원료에 대한 가공 방법과 제품화 방법을 고민했으며, 치즈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도 상당량 있으며, 이것을 잘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면 좋은 원료사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연구에 착수했고, 시설 투자를 통해 현재는 치즈 가공 부산물 원료사료를 안정적인 품질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성상공의 치즈 가공 제품은 최근 태국에서 열린 ‘viv아시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 업체와 바이어들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추가정보를 요청하는 이메일이 쏟아졌다.
이 소장은 “크게 기대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좀 놀랐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관심을 받았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수출을 통한 시장 확대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재활용 업체와 제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재활용 제품이 품질 면에서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고, 값이 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업체의 입장에서는 선택을 해야 한다. 생산비를 낮추면서 저들의 기대치를 따라가느냐 아니면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도록 해야 하느냐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후자를 택하고 있다.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많은 재활용 회사들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품질관리다. ‘재활용이 그렇지 뭐’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아 악착같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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