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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3 신년특집> 2023 낙농산업 전망 / PB상품 시장점유율 증가…유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우려

원유 생산량 감소 기조 속 수급 안정세


박종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2022년도 우리나라 낙농산업은 어느 해보다도 총체적인 어려움을 경험한 고난의 한 해였다. 지속되는 이상기후 현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여파, 유가(油價)폭등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 및 해상운임 등이 급상승함으로써 사료비는 폭등했고 목장의 경영난은 극에 달했다. 유업계 역시 각종 물류비를 포함한 제조원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초유의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유대 조정 영향 수입제품 소비 늘어날 듯


정부의 제도개선 시도에 공감하지 못한 농가대표는 국내 낙농역사상 초유의 장기적인 농성투쟁을 감행 했었다. 이러한 낙농산업의 총체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정부는 지난해부터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낙농제도개편을 추진해 왔다. 정부의 제도개편안은 농가와 유업계를 비롯한 이해당사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를 해오던 끝에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지난해 9월에야 어렵사리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 한편 관례대로라면 이미 협상이 타결되어 지난해 8월 1일부터 적용되었어야 할 금년도 원유(原乳)의 가격인상안도 3개월이나 늦게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생산자와 유업계가 이미 합의한 낙농제도개편의 세부 실행방안과 금후 적용될 원유가격 조정안이 의결되었다. 이에 따라 개편된 낙농제도 개선안과 원유가격 조정안은 구체적인 후속 논의를 거쳐 2023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 제도개편 이뤘지만

그렇다면 이 같은 제도개편안이 2023년부터 원만히 시행될 수 있을 것이며, 개편되는 제도가 정부의 의도대로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정부주도하에 어렵게 합의·도출해낸 제도개편안이 산업현장에서 원활히 적용되어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필자의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나 개편된 제도의 일부는 현실적인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개편된 제도는 원천적으로 국내 원유생산량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낙농진흥회 소속농가와 유업계에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전체 원유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낙농진흥회에 참여하지 않은 여타의 농가(Outsider)와 유업계는 제도참여의 당위성을 갖지 않는다. 소위 낙농진흥회의 Outsider인 농가나 유업계는 제도참여가 철저히 자기들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동참하거나 제도를 준용할 것이다.

예컨대 새로운 원유가격 산정체계 즉, 원유의 생산비와 시장상황을 함께 반영하여 가격을 결정할 음용유(飮用乳) 제조에 사용되는 원유가격에 대해서는 낙농진흥회의 Outsider들은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 정책가격을 준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음용유용 원유가격은 원유의 생산비와 시장수급을 고려하여 결정한다는 점과 유성분과 위생 인센티브를 시장과 소비자 지향적으로 개선했다는 점 등에서 가격제도개선의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동 제도는 서서히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원유의 용도별차등가격제의 정착여부는 원유의 가격산정체계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국내 농가에서 생산·공급되는 원유의 70% 내외가 시유용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30% 내외는 여타 유제품가공용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유가공업계가 유제품의 가공원료용으로 비싼 국내산 원유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비자발적인 수요이다. 따라서 농가가 신선한 음용유용으로 이용되는 양을 초과해서 원유를 생산·공급하는 경우, 원유의 수급불균형문제는 낙농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 1인당 우유·유제품 소비량은 원유로 환산하여 2001년 64㎏에서 2021년에는 86㎏을 증가되었으나, 국내산 원유의 자급률은 2001년 77%에서 2021년에는 46%로 낮아졌다. 국내산 원유의 경쟁력이 약해서 완성유제품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유업체의 유가공 제품 원료가 값싼 수입산 원료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 낙농시장은 위축될 것이고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산 원유에 대한 용도별차등가격제의 도입은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정책대안이다.

그러나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경우 적어도 ① 원유의 용도별 즉, 음용유용 원유와 유제품용 원유의 시장이 격리되어 있고, ② 원유의 공급자가 시장 독점력을 발휘(집유일원화기구 또는 여러 공급자라 할지라도 협동조합과 연합사업 등을 통해 일원 집유하여 다원 판매하는 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원유시장은 ① 음용유용 원유와 유제품용 원유시장이 격리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② 집유의 일원화율(낙농진흥회 원유시장 점유율)이 극히 미미하여 자율적인 시장 원리에 의해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를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여 가공원료유의 한도수량과 위생적 품질 수준, 원유의 배분, 농가별, 용도별 구분 집유 방법 등을 포함한 다양한 준비가 먼저 이루어져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연구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전조치가 미비된 상태에서 국내 원유의 총생산량의 일정량을 획일적으로 배분해서 원유의 차등가격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시도는 자칫 원유의 평균 농가수취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로 오해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원유의 생산위축과 생산량감소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고, 급기야는 원유의 용도별차등가격제가 유명무실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2023년도 국내산 원유의 수급은 2022년도에 비해 다소 축소 지향적 규모에서 균형을 이루어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젖소의 사육두수 감소, 사료의 수급여건 불량, 지속되는 환경 규제, 농가의 경영여건 악화, 불투명한 낙농업의 미래, 후계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원유의 생산량은 감소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2023년 8월에는 새로운 원유가격 산정체계에 의해서 또다시 원유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우

유·유제품 시장 역시 계속되는 국내외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등으로 위축이 계속될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원유가격 인상과 맞물려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국내산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며, 반면에 수입멸균유를 포함한 수입유제품의 소비는 상대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또한 2023년도 국내 낙농산업계서 예견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대형 유통업체의 PB(자체브랜드)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그에 따라 유업계의 구조조정도 가속화 될 우려가 있다. 국내 시유의 소매시장에서 대형유통업체의 PB(자체브랜드) 상품의 시장점유율이 이미 20%를 초과하여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경쟁에 밀려난 유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최근 누적되는 적자에 못 이겨 사업종료를 선언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사업의 축소재개를 시도한 모 유업체의 실상은 타산지석이 아니다. 중소규모 유업체들의 설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EU 유업계에서 급속히 일어난 구조조정은 대형유통업체의 급속한 PB상품 출현에서 부터 그 출발점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내외적 극복과제 여전히 산적

2023년에도 낙농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와 경제상황은 여전히 녹녹지 않다. 낙농선국들과의 FTA체결로 인한 유제품의 점진적 관세철폐, 다양한 대체 식품시장의 확대, 거세지는 환경규제와 원천적으로 불리한 낙농 경영여건, 높은 원유 생산비, 후계자의 두터운 진입장벽 등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유지·발전시키기에는 너무나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1년도 국민 1인당 우유와 유제품의 소비량은 원유로 환산하여 86㎏이다. 같은 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52㎏에 비해 34㎏이 많은 양이다. 명실공히 우유는 국민의 제 1식량이다. 따라서 어느 경우라도 안정적인 낙농생산기반은 유지되어야 하고 국민과 함께 낙농가 스스로가 낙농산업을 지켜나가야 한다. 원유의 생산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남음이 없다. 국내 낙농산업의 1차적인 주인공은 낙농가들이다.


변화된 소비패턴 적극 부응해야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는 국내산 유제품시장의 걸림돌이 아니다. 1970년 대 중반이후 출생하여 어려서부터 국내산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해온 인구계층은 우리나라 우유시장의 잠재적 자원이며, 디딤돌이다. 유업계는 이들의 변해가는 소비패턴에 부응할 수 있는 우유와 유제품을 부단히 생산·공급해야한다.

정부는 물론 유업계, 낙농가, 소비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돌파구를 찾아가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 부디 새해에는 유통기한이 턱없이 긴 멸균 수입 우유 보다는 국내산 원유로 제조되는 신선한 우유와 유제품들이 소비자로부터 환영받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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