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양돈 신호탄…농업생산액 1위산업 ‘초석’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한국양돈사에서 1973년 5월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에 따라 용인자연농원 양돈사업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100만호에서 120만두의 돼지가 사육되며 호당 평균 사육두수가 1.2두에 불과했던 시절 기업의 양돈시장 진출은 큰 사건이자 관심사가 되기 충분했다. 더구나 재계 거두의 행보는 양돈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다른 기업들의 신규참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기업양돈의 탄생이자, 한국양돈이 ‘산업’으로서 발돋움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1990년 8월 모그룹 방침에 따라 사업이 종료될 때 까지 용인자연농원 양돈사업부는 투자 212억원, 돼지 판매 89만두, 매출 930억원의 경영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양돈산업에 미친 영향은 계량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초 3개 품종교배, 국내 최초 AI 도입, 국내 최초 검정사업 착수, 국내 최초 양돈전산도입, 국내 최초 대일 돼지고기 수출, 국내 최초 계열화체계 구축 등 양돈사업부의 한걸음, 한걸음이 한국양돈산업의 진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양돈사업부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일 용인자연농원 ‘포-레스트 캠프’에서 50주년 기념식을 갖고 양돈사업부의 의미를 다시한번 기린 것이다.
초대 양돈사업부을 이끌었던 윤희진 다비육종 회장은 “이병철 전 회장은 일본의 사이보꾸에서 이뤄진 종돈선발에 직접 참석한 것은 물론 일주일에 세 번씩 양돈사업부를 찾을 정도로 양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었다”며 “양돈사업부에서 이뤄냈던 양돈성적은 지금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사업이 유지됐다면 ‘한국의 CP’ 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되돌아 봤다.
정영철 정P&C연구소 대표도 “삼성의 진출은 한국 양돈업계로선 축복이다. 당시엔 한국 양돈의 메카였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며 “양돈사업부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양돈사업부 명예사원으로 위촉된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양돈산업의 기틀을 만들어 주신 산증인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대선배 양돈인들이 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돼지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