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이 미래 축산인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지난 3월20일 전북대학교를 시작으로 전국의 8개 축산대학에서 순회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도 바람잘날 없는 양돈산업계 현안을 쫒다보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손세희 회장이다. 그가 없는 시간을 쪼개, 그것도 먼길 마다않고 축산대학생들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향설정 도움 주고파”
지난 12일 네 번째 강연지로 찾은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안병기 교수와 학부생 50여명의 열렬한 환영 속에 강단에서 선 손세희 회장은 “돼지키우키 편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한돈협회장을 맡게 된 양돈대통령”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뒤 “나 역시 축산대학 출신이다. 여러분들의 미래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축산 대학생들이 한돈을 포함한 축산업의 진정한 가치와 잠재력, 풀어야 할 과제 등을 정확히 인식하고, 도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에 ‘진심’을 드러낸 것이다.
“식단 주인공 바뀌어”
손세희 회장은 우선 주식과 영양, 산업, 식량안보 등 모두 네가지 관점에서 축산의 가치를 설명했다.
“조선시대 서민들의 평균 수명이 30세였지만 지금은 그 3배 가까이 된다. 동물성단백질 섭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그는 “지난해에는 육류 소비량이 58kg으로 미곡을 앞질렀다. 우리 국민 식단의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돈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쌀을 제외하면 농업생산액 상위품목이 모두 축산임을 설명하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축산이 ‘지역소멸’ 추세의 더없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특히 러시아 ·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각국이 ‘식량 쇄국주의’ 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흐름에 주목, “식량인 축산물을 수입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돈이 안되더라도 자급률 유지는 필수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영혼없는 정책 부작용”
다만 정부의 축산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010년 FMD 발생 당시 사육돼지의 30%가 살처분 됐을 뿐 만 아니라 지금도 고병원성 AI등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컴파스를 돌려서 그 범위만큼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번지수에 따라 방역을 하고 있다”는 손 회장은 “영혼없는 정책은 대량살처분에 이은 축산물 가격상승과 수입 증가 및 시장잠식으로 연결되고, 이 과정에서 농가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수천개 정책 만들면 뭐하나”
축산과 관련한 환경 이슈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평소 생각을 풀어놓았다.
손세희 회장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농축산업이다. 강추위와 폭염 등으로 가축도 아프다”며 “더구나 축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국내 전체의 1.47%에 불과하다. 물론 탄소저감을 위해 축산업계도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내몰아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을 언급할 때는 상대적으로 강한 어조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천개의 정책을 만들면 무엇하나. 오히려 달콤한 사탕발림이 농촌의 황폐화를 가속화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그는 “농촌에서 잘 먹고, 잘살 수 있으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온다.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축산업 역시 신규 진입을 위한 제도적인 장벽부터 낮춰야 한다는 견해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도 미래는 밝다”
손세희 회장은 그러나 이러한 대내외적 난관 속에서도 국내 축산업이 꾸준히 성장, 미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그만큼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임을 확신에 찬 어조로 강조했다.
축산 대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축산을 바라보고, 직업관을 정립해 주길 희망한 것이다.
“대기업? 공무원?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인구의 편중은 국가적으로 매우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돌직구를 날린 손 회장은 “다른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어렵고 힘든 것 할 때 더 많은 성취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미 심장한 한마디를 끝으로 90여분에 걸친 강의를 마무리 했다.
“구글은 무너질수 있다. 하지만 축산은 영원하다“
손세희 회장의 전국 축산대학 순회강연은 오는 5월18일 강원대학교를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