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윤양한 기자]
냄새 민원에 시달려 온 한 양돈농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 용반리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해오던 정 모씨는 지난 6월 초부터 총 네차례에 걸쳐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보성군 기후환경과로부터 조사를 받아왔다.
보성군의 경우 담당자가 농장을 수차례 방문, 정 씨에게 농장관리 개선 등을 요구하는 한편 농장 점검을 통해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부과 대상 농장으로 지정했다.
보성에서 해남으로 액비 이동에 따른 신고 미이행이 그것이다.
민원과 공무원의 농장 방문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큰 부담을 느껴왔던 정씨는 과태로 부과에 이어 관련법률상 기준 사육두수를 초과한 것으로 판단한 보성군에서 사육두수 감축까지 요구하자 심리적 압박이 더해지던 가운데 지난 7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 씨는 “민원으로 너무 힘들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성군 기후환경과 관계자는 이와관련 “보성군 관내 13개 양돈농장이 있는데 모두 냄새 민원이 없으며 정 씨 농장이 네차례에 걸쳐 민원이 들어와 농장을 방문해 법령에 따른 농장관리와 주의를 당부했다”며 “더구나 허가제 기준 사육두수 초과 마리수에 대한 감축 요구와 분뇨처리의 변동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런일이 발생해 안타깝고 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과 주위 양돈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악성 민원과 행정당국의 과도한 압박이 이번과 같은 비극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한 동료 양돈인은 “냄새 민원이 접수될 때 마다 담당 공무원이 농장을 방문했지만 막상 냄새 문제는 지적되지 않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오히려 공무원이 농장을 방문할 때 마다 냄새와는 관계없는 사안을 문제 삼으며 과태료를 부과했다. 작정하고 농장을 들여다 보지 않았다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양돈인도 “냄새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양돈농가를 죄인 취급, 마치 압수수색하듯이 탈탈 털어 사지로 몰아가 결국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행정당국을 질타했다.
20년 넘게 돼지를 사육해오면서 별다른 민원 없이 농장을 잘 운영해오던 정 씨가 이번에 집중적인 민원에 휩쌓이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논란과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정 씨가 운영해 온 농장은 지난 2019년 8월 ‘전라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에 이어 2021년 12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깨끗한 축산농장’ 으로 지정되기도 했다.이제 고인이 된 정 씨는 자수성가한 축산인으로 알려졌다.
집안의 장남으로 18세에 소년가장이 되어 동생들의 학업과 경제적 지원을 뒷바라지 했다, 지난해 말까지 대한한돈협회 보성군지부장을 맡아 오면서 매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돼지고기를 기부하는 나눔운동을 펼쳐왔으며, 항상 마을에도 베풀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해주는 등 마음이 따뜻한 축산인이었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