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년간 있었던 한국축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해도 축산현장의 정예화일 것이다. UR협상 타결과 WTO체제 출범으로 인해 거의 모든 축산물이 개방되면서 사육규모가 급속히 전기업화된 결과다.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업화 유도정책에 힘입은 생산현장의 정예화로 인해 우리 축산업은 구조조정과정의 문제도 적지 않았지만 양과 질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축산현장의 괄목할만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단체의 위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게 축산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좀더 심한 표현을 한다면 ‘발’은 몰라보게 커졌는데 ‘신발’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축산인들의 경영단위가 커지고 의식수준이 크게 향상됐지만 단체들이 변화된 산업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의 생산자조직간 불협화음은 그냥 보아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다. 특히 일부 단체간의 반목과 갈등은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정부·국회 관련사안이나 축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현안에 대처하는데 있어서도 공조보다는 서로 ‘네탓’만 하며 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조금운영등 이해가 걸린 사안이 발생할때마다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힘을 모아도 될까말까한 각종 현안에 대처함에 있어서도 제각각 움직이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일이 허다한 실정이다. 오죽하면 정부관계자들의 입에서 어디와 손을 잡고 일을 해야 할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관계당국자마저 생산자단체와 손잡고 일하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양돈과 한우에 이어 전축종에 걸친 의무자조금제 도입이 예상됨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수 없다. 수레의 양쪽 바퀴처럼 호흡이 척척 맞아야할 단체들이 손발을 맞추지 못한채 이해를 달리하는데 따른 피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축산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자꾸만 벌어지는 이유는 본분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각기 설립취지에 걸맞는 본분이 있음에도 작은 이해와 조직방어 논리에 매달려 ‘내가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식의 소아(小我)에 집착하기 때문인 것이다. 일부 단체들은 특정조직에 대해 각종 현안에 목소리 한번 내지 않고 뒷전에 앉아 있다가 이해가 걸린 사안에는 ‘우리가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한마디로 조직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만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실질내용은 없으면서 목소리만 높이며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는 상대적인 목소리도 있다. 협동조합은 고유의 지도·경제사업에, 축종별 단체는 이익단체로서의 NGO(비정부기구)적 기능에 충실하는 것이 본분이다. 이는 협동조합과 축종별 단체의 역할이 엄연히 다르며, 서로 보완적 관계의 역할분담을 해야함을 의미한다. 협동조합과 축종별 단체의 호흡맞추기는 비약일지 모르지만, 생산자조직 나아가 축산업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다. 축산은 하나라는 인식아래 서로 역할분담을 통해 산업발전 대열에 동참할 때 생산자조직은 빛을 발할 것이며, 그렇게 되고 안되고는 바로 생산자조직의 역량에 좌우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협동조합과 사단법인은 역할은 분명 다르지만 추구하는 목적은 같다. 따라서 축산관련 생산자단체들은 축산인을 위한 봉사조직임을 인식하고 서로 보완적 협력관계를 정립해야 함을 강조코자 한다. |